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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애정결핍이라는 덫

작성자목포쬰득이|작성시간24.07.06|조회수5,929 목록 댓글 12

출처 : 알라딘 http://blog.aladin.co.kr/common/popup/printPopup/print_Paper.aspx?PaperId=5685072

심리칼럼 31 - 애정결핍이라는 덫 작성자 : 김진관 작성일 : 2012년 06월 20일

혹시 필요 이상으로 관계가 밀착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누구와도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멀리 떨어져 다른 곳만 보고 계십니까? 반대로, 내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을 만나 금새 친밀해지고 단단히 밀착한 채 조금의 틈새도 허용하지 않도록 걸어 잠가야만 비로소 안심하십니까? 그도 아니면 나를 차갑게 대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쉽게 거부하지 못하십니까? 점점 더 냉정해지고 도대체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저 숨죽이고 사는 것이 차라리 더 편안하게 느껴지십니까?

이러한 관계 방식이 습관화되어 패턴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심리학자는 ‘심리적 덫(lifetrap)’에 걸린 것이라 표현을 합니다. 사람들에게서 가장 보편적으로 발견되어 연구된 수십 가지의 덫 중에서 위에 소개한 예들은 ‘정서적 결핍 (애정 결핍)’이라는 덫에 해당합니다.

심리적 덫은 아동기에 시작되고 인생 전반을 통해 반향을 일으키게 됩니다. 어릴 적 환경 안에서 대개는 가족 안에서 한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덫이 심리에 뚜렷하게 각인되면서 생겨납니다. 버려진 아픔에 또는 언제 버려질 지 모르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도 있고, 학대, 비난, 소외, 결핍 등의 서러움을 통해 심리에 큰 손상을 입을 때 심리적인 덫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정서적 결핍’이라는 심리적 덫은 ‘내게 필요한 그 사랑을 아무도 내게 주지 않을 것’이라는 강렬하고도 불길한 예감입니다. 아동이 그 덫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이미 한몸이 되어버린 그 덫을 이질적인 것으로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 덫이 자기 심리의 뿌리에 자리하지 않았던 적이 없기 때문에 이물감을 느낄 가능성이 없겠지요.

아동기 성장기를 훌쩍 지나 성인이 된 후 독립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그래서 언제나 ‘불안감이 지배적인’ 관계 만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에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자신을 느낍니다. 안정적인 사랑이 내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제발 잘못되었기를 바라는 의식적인 노력을 눈물겹게 해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자각을 반복할 뿐입니다. 사실은 불길한 예감에서 시원스럽게 벗어났던 적이 없기 때문에 자꾸만 스스로가 놓은 심리적 덫에 걸리는 것이고 그렇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그 덫은 어느덧 그 개인과 한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심리적 덫은 전문 용어로는 도식(schema)이라 부릅니다. 도식치료의 창시자인 심리학자 제프리 영 박사가 그의 저서에 제시한 예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39세의 증권거래인 남자가 직업적으로 승승장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우울해합니다. 로맨스를 아무리 반복해도 여전히 딱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한 외로움 때문입니다. 소위 여자를 정복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정복했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이 차갑게 돌변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어느 누구와도 친밀하게 소속되었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채워주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때로는 강렬한 열정을 느끼는 로맨스도 있지만 열정이 그대로 지속된 적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결국 우울의 덫에 걸립니다. 재산, 지위, 명성, 친구들을 가져보지만 다 부질없는 것들이라는 느낌만 팽배합니다. 그의 말은 이렇습니다, “여인이 내게 끈끈하게 밀착하기 시작하면 난 정말로 차갑게 식어버려요. 내게 온 마음을 던지는 그녀를 보면, 특히 사람들 많은 곳에서 그럴 때에는, 난 그저 도망가버리고 싶어져요.”

그는 사실 가슴 속 한 곳이 뻥 뚫린 듯한 외로움에 몸을 떱니다.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여자를 간절히 찾아서 헤매는 중입니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주의가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혼자라고 느껴왔고 앞으로 남은 인생도 결국 혼자라는 느낌에 쉽사리 압도되곤 합니다.

제프리 영 박사는 심리치료를 통해 이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에 이와 똑같은 느낌으로 고통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 채 자랐고 엄마는 언제나 자신에게 차갑고 무심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 욕구 충족’이 거의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정서적인 결핍에 익숙해진 채 자라났고, 어른이 된 후에도 친밀한 애착을 자연스럽게 만들기보다는 채 만들기도 전에 걷어차 버리는 관계 패턴에 어느새 길들여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남자가 심리치료자와의 관계에서도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한다는 사실입니다. 제프리 영 박사에게 오기까지 이 남자는 여러 심리학자로부터 치료를 받았는 데, 어느 누구에게도 안착을 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치료적 관계가 성숙해지려는 찰나 치료를 그만두고 다른 치료자에게로 옮겨가곤 했습니다. 그는 매번 치료자에게 극복할 수 없는 결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제프리 영 박사는 이 남자로 하여금 이런 행동이 자신에게 굳어진 ‘패턴’이라는 것을 자각하도록 도왔습니다. 이 남자는 치료자와의 친밀감이 어느 선까지 상승을 하면 어떻게든 변명을 찾아내서 떠나야 하는 강박적인 불안이 무의식 중에 생겼던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이 남자의 ‘정서적 결핍’이라는 심리적 덫이 무의식 중에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 ‘어느 누구도 내게 지속적인 사랑과 지도를 줄 리가 없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여, 그 믿음이 확인되는 아픈 순간을 미리 모면하기 위해, 때가 오기 전에 서둘러 떠나버리는 것입니다.

심리적 덫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자기 파괴적인 패턴은 한 개인의 삶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런 내면의 덫과 자기 파괴적인 패턴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명확하게 자각하는 순간 그 위력이 크게 반감되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다. 심리치료는 그래서 내담자를 ‘자각과 통찰로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남자는 로맨스가 무르익을 때마다 웬디는 그다지 예쁘지 않아 결국 질리고, 이사벨은 별로 똑똑하지 않아서 지루함을 견딜 수 없고, 멜리사는 그냥 자기랑 맞지 않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곤 했습니다. 이 남자가 심리치료를 통해 자각한 자기의 덫과 패턴이 매번 로맨스를 그만두고 싶어질 때마다 작용을 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합니다. 결국 누구도 자신에게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사랑을 줄 리가 없다는 뿌리깊은 믿음이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혹독하게 외로웠던 경험이 자신의 내면에 덫을 깔아놓게 되었다는 통찰이 없이는 불가능한 변화입니다.

나아가서 이 남자는 안정적인 관계는 만들어가는 것이지 얻어내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열정이 끓는 사랑이라해도 그 모습 그대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비로소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지속적인 사랑을 줄 정도로 여유가 있고, 때로는 갈등과 실망이 있어도 다시 기회로 삼아 관계를 발전시킬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 소위 바람둥이들이 자존감이 낮다는 일반의 속설은 상당히 타당하고 논리적입니다. 로맨스도 다다익선이라는 식의 본능이 사람에게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아줄 한 사람에 정착해서 엄마의 품처럼 평온한 기분을 평생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뿌리 깊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 깊은 본성에서 벗어난 행동 패턴은 분명 어느 부분이 왜곡된 것입니다. 조금 더 성격이 잘 맞거나 또는 조금 더 매력적인 사람을 찾으면 행복해질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는 것은 운일지라도 관계를 풍성하게 유지해가는 것은 운이 아닙니다.

정서적 결핍이라는 덫은 다양한 모습의 자기 파괴적인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위에 제시한 예와는 정반대로, 너무 빨리 끈끈한 밀착관계로 돌입하고 자신이 온통 매몰되는 사람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소위 관계 안에서 상대는 있고 자신은 없는 다소 일방적인 관계가 그런 경우일 수 있습니다. 당분간 심리적 덫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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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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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휴수박먹고배불르다 | 작성시간 24.07.06 누가 나찾아 ~~~ 그래서노력중이야 남믿을려는~~~ 힘내자~~~
  • 작성자제린 | 작성시간 24.07.06 오 진짜 맞는말이다 지우지 말아줘!
  • 작성자ILYSB_• | 작성시간 24.07.06 최근에 생각이 많았는데 좀 정리가 된다... 어떻게 나아질 수 있는지도 궁금해지네. 잘 읽었어 고마워!
  • 작성자안되면 되게 한다 | 작성시간 24.07.06 안정적인 관계는 만들어가는 것이지 얻어내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열정이 끓는 사랑이라해도 그 모습 그대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비로소 인정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사실상 자기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지속적인 사랑을 줄 정도로 여유가 있고, 때로는 갈등과 실망이 있어도 다시 기회로 삼아 관계를 발전시킬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 작성자My Funny Valentine | 작성시간 24.07.07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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