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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왜 신해혁명 이전 중국 인명, 지명을 한국식 정음으로 읽냐고?

작성자흥미돋는글|작성시간24.08.06|조회수2,024 목록 댓글 12

출처:https://www.fmkorea.com/7318730391

 

 

신해혁명 이전까지 중화권만 한국식 발음으로 부르는 이유?

 

라는 글이 올라왔었어

 

해당 글 글쓴이가

 




 

삼국지의 유비劉備는 중국어로 류베이(Liú Bèi) 라고 읽는데

 

어째서 한국식 정음인 유비로 읽는지 궁금해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인명들은 시대 불문하고 현지 발음을 존중하던데

 

어째서 전근대 중화권만 한국식 정음으로 읽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냐 라고 의문을 품어서

 

 




 

이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사실 글쓴이가 지적한 것처럼

 




일본의 源義経는 원의경이라고 읽지 않고

 

미나모토 요시츠네라고 읽는다는 점에서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모순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나올만 해

 

 




아무래도 중화권 인명과 지명에 대해서

 

저렇게 일관성 없는 표기가 정착된 건

 

 

전근대 시기 중화권 이념과 지명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국식 정음으로 읽어온 역사가 있어서

 

 




이게 뿌리박힌 기성세대들의 의해

 

전근대 중화권 인명과 지명은

 

그냥 한국식 한자음으로 읽는 것으로 정해진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확실히 사글세만 하더라도

 

원래는 삭월세가 맞는 표현이었거든

 

그렇지만 사람들이 하도 사글세 사글세 이런 식으로

 

편한 대로 부르던 게 익숙해져버려서

 

이제는 오히려 삭월세가 잘못된 표현이 되어버린 것만 봐도

 

'아무튼 지금까지 해오던 게 너무 익숙해서'

 

그런 영향도 없진 않을 거야

 

 

 

특히나 이런 상황은 서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서양 철학의 뿌리가 된 그리스 철학 같은 경우

 




분명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맞는 표기임에도

 

서양에서는 워낙 친숙한 인물이다보니

 

'플라토', '아리스토텔'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 게 일반화 되었거든

 

 




 

그리고 서양 문명의 또다른 주축인 그리스도교의 경우

 

사도 요한의 이름만 하더라도 각 언어별로 다양하게 현지화가 된 상황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사도 요한을 요한이라고 읽지만

 

영어권에서는 존, 러시아어권에선 이반, 프랑스어에선 장, 동유럽에선 얀

 

이런식으로 자기네들끼리 읽는 것만 봐도

 

 

'역사적인 인물인데 현지 발음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님?' 이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깊이 뿌리 내려서 고치기가 어렵다는 거지

 

 




물론 화학계에서는 이런 반발 무시하고

 

독일어계열 원소명을 죄다 영어식으로 고치긴 했지만

 

이건 오히려 예외적인 케이스에 가까운 거니

 

아무튼 사회 문화적으로 뿌리내린 걸 고치기는 쉽지 않은 거지

 

 

 

게다가 전근대 중화권 인명과 지명을 굳이 중국어 발음으로 부르지 않는 점에

 

아주 큰 당위성이 하나 있는데

 

 

지금 한국 정음식 한자음이 현대 중국어보다

 

전근대 중국 인명과 지명을 더 잘 표현하기 때문이야

 

 




원래 중국어는 중국-티벳 어족에 속하는 언어라서

 

계통상으로는 일부 동남아 언어와 티베트어와 뿌리가 같은 언어거든

 

 

그래서 논어가 만들어진 고대 중국어의 경우

 

학자들이 그 당시 발음을 재구성한 결과

 

 

이런식으로 정말 동남아 스러운 발음이 나왔어

 

 

그래서 삼국지에 나오는 인명들도

 

 



유비 같은 경우 현대 중국어 발음인 류베이가 아니라 

 

(츠)류 브력스(c-riu brjəks)

 

라고 읽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고

 

 




관우 역시 현대 중국어 발음인 관위가 아니라

 

크론 과(kron gwaʔ) 라고 읽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며

 

 



장비 또한 현대 중국어 발음인 장페이가 아니라

 

쯔앙 펴이(trjang pjəj) 라고 읽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거든

 

 

이런 상황에서 굳이 현대 중국어 발음으로 읽어봐야

 

당시 쓰던 발음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의미가 있나 싶은 거지

 

 

게다가 당나라 이후에 쓰이기 시작한 중고 중국어의 경우

 

당시 쓰이던 한자음이 오늘날 한국 한자음의 기원이 되어서

 

 

 

 

들어보면 알겠지만 현대 중국어 한자음보다

 

한국식 정음이 저 시절 발음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거든

 

 

그래서 당시 중고 중국어에서 파생된 중국 남부 지역의 방언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한국 정음식 한자음과 비슷한 경우가 상당히 있는데

 

 

예를 들어 대만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쓰고 있는 민남어의 경우

 

중국어의 다른 남부 방언들과 상당히 이질적임에도

 

한자어 발음이 한국어와 유사한 경우가 많은 상황이야

 

 

 

그리고 객가어 같은 경우

 

객가어와 한국어의 한자음 유사도가 50%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유사할 정도지

 

 

광동어의 경우에도 이러한 상황은 비슷해서

 

자기 이름을 광동어로 표기했던 장개석 같은 경우

 



현대 중국어 발음인 장제스보다 

 

'Chiang Kai-shek' 이라는 광동어 발음이 한국식 정음에 가까울 정도니 말이야

 



그리고 명나라 시절 쓰이던 근고 중국어도

 

유튜브 등에서 발음에 대한 영상을 구하긴 어렵긴 하지만

 

 

영화 '노량' 에서 명나라 장수들에게 근고 중국어 발음으로 연기를 시키니까

 

현대 중국어의 특징인 얼화(儿化) 등이 잘 나타나지 않으니까

 

'옹알이를 하는 거냐' 라면서 알아듣질 못했을 정도거든

 

 




 

게다가 숫자 읽는 법만 하더라도 현대 한국어와 크게 위화감이 없는 수준이야

 

 

이런 상황에서 굳이 전근대 중국인들 인명을

 

굳이 현대 중국어 발음대로 읽으면

 

우리 입장에선 낯설기도 한 데다가

 

정작 당시 쓰던 발음과 더욱 동떨어지는 상황이 되어서

 

전근대 중화권 인명과 지명은 한국식 정음으로 읽는 게 이상한 게 아니겠지

 

 

 

근데 중국어 발음이 왜 시대마다 이렇게 크게 바뀌었냐고?

 

그야 이민족들 맛집이었으니까

 




 

 

5호 16국 시대도 그렇고

 

 




 

석경당이 거란 황제에게 '아버지!' 라고 부자의 예를 맺으며

 

수도 개봉이 함락되어 황제가 노예로 끌려가고

 

그리고 남은 잔재는 몽골이 몽땅 불태워 버린 송나라 시절도 그렇고

 

 




 

명나라가 이자성에게 망하고

 

청나라가 신난다 하고 밀고 들어와서

 

중원 전역을 초토화 시켰던 명청교체기만 해도 그렇고

 




이렇게 이민족들이 중원에 쳐들어와서 정복하는 일이 여러번 벌어지면서

 

이들이 주로 눌러앉은 중국 북부의 경우 남부와 외관부터 다른 상황이 되어버렸거든

 




 

물론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의외로 중국 북방인들의 혈통에 이민족의 흔적이 '크지는' 않다고 하지만

 

이렇게 이민족들이 북방을 여러번 정복하고 그러면서

 

발음이 상당히 바뀌는 게 이상한 건 아니겠지

 

 

그래서 표준 중국어인 보통화만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북경 방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만주쪽 동북 방언의 영향이 상당히 들어간 걸 보면

 

 

'표준' 중국어는 아무래도 전근대 한족들이 쓰던 발음을 잘 보존했다기보다는

 

몽골, 거란, 만주족과 같은 이민족들의 영향을 받은 발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야

 

 

 

그리고 지금 중국 정부는 그나마 이민족들의 영향을 덜 받은 남방쪽에

 

'표준' 중국어 사용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나간 발음을 다시 되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민족들의 영향이 배인 '표준' 중국어만을 쓸 것을 강요하면서 

 

과거 한족들이 쓰던 발음의 흔적이 남은 방언들을 말살하려고 하는 걸 보면

 

참 얄궂고 아이러니컬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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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동하니 | 작성시간 24.08.06 오 재밌다 흥미롭다
  • 작성자하반기무탈 | 작성시간 24.08.06 와 진짜 재밌고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데 싲기해
    그리고 동남아쪽 발음이랑 진짜 유사하네 와 너무신기해
  • 작성자공부나하러가라 | 작성시간 24.08.06 생각해보니 장제스 장개석 마오쩌둥 모택동 오만가지로 부르는데 유비 제갈량은 한국식으로만 읽긴 하네 ㅋㅋㅋㅋ 단순히 익숙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식 정음이 더 흡사하다는 당위성이 있는게 재밌다 ㅋㅋㅋㅋ
  • 작성자둥둥하늘 | 작성시간 24.08.06 글서 무협이나 중국 고전소설(?같은거볼때 한자어표기라 얼마나 다행인지^^...찐 중국발음에서 유래했으면 무협도 일케 인기 없었을듯
  • 작성자충동적인행동금지 | 작성시간 24.08.06 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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