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자녀와의 소통 단절을 넘어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만큼 관계가 악화된 사례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태의 본질을 탐구하다 보면 의외의 요소에 주목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왜 부모에게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을까?
왜 학교에서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숨기려 할까?
도대체 무엇이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와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게끔 만드는 걸까?
과도한 교육열?
자녀에 대한 공감 부족?
아이 인생에 대한 과도한 개입?
이러한 이유들은 명확해서 대다수 부모들이 인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고치지 않으려는 부분이죠.
한국 사회에서 승자로서 살아가려면,
이쯤은 감수하고 자녀의 어린 시절을 푸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또는 세뇌)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그런데, 상기의 이유들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부모들이 의식적으론 인지하기 힘들지만,
이걸 이해하게 되면, 어떡해서든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의외의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과연 뭘까?
불안을 다루는 방법
롤모델이라고 했을 때,
대다수 부모들이 생각하게 되는 건,
내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
바르고 고운 말들을 써야겠다.
게으름 부리지 말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등등, 행동적인 부분들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의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부모의 태도입니다.
부모의 태도.
그 중에서도 특히, 감정을 다루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죠.
발달심리학의 견지에서 부모가 지닐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자질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컨트롤함으로써 자녀에게 언제든지 침착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부동심이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소통하며,
내 자녀에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아이들은 입을 꾹 닫고 부모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본질적으로는 부모에서 자녀에게 전이되는 태도의 영향 때문으로,
아이가 느꼈을 때,
자신의 부모가 위협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불안을 표출하는 어른이라면,
어차피 내가 고민거리(학교에서 벌어졌던 부정적인 사건 등)를 이야기했을 때,
부모님은 감정적으로 불안해할테고, 그런 불안이 전이되어 날 더 힘들게할테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 혼자 견디는 편이 낫다라고 판단내리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부모의 역할은 위협 상황에서 자녀의 불안을 부채질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여러 번의 마음 고생(학교 문제, 친구 문제 등)을 하게 되는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불안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부모로부터 최대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게 되겠죠.
그 결과, 아이들이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게 되고,
힘든 일이 있을수록 더더욱 마음의 문을 닫으며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힘들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 심리학이 강조하고 있는 바는
일단 부모 본인부터가 감정적으로 똑바로 서야 자녀들 또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애슐리 그래버(Ashley Graber)와 마리아 에번스(Maria Evans)는
그들의 저서 <Raising Calm Kids in a World of Worry>에서 SAFER 양육 철학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내 번역판 제목은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불안이 되지 않게"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S (Set the tone) 침착한 태도 유지하기
A (Allow feelings to guide behaviors) 선공감 후교육하기
F (Form identity) 정체성 형성을 돕기
E (Engage like a pro) 전문가처럼 소통하기
R (Role model) 자녀의 롤모델이 되기
결국, 가정 교육의 핵심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자녀에게
내가 얼마나 긍정적인 롤모델이 될 수 있느냐이고,
부모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이를 컨트롤하는 태도를 보여주면서
우리 아이들이 일평생 내면에 안정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습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자산은 누군가에겐 돈과 명예일 수도 있겠지만,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동심을 키워주는 삶의 태도 또한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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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준비 갈 완료! 작성시간 26.02.28 ㅁ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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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기타배우고싶다 작성시간 26.02.28 내 고민 말해도 내입장에서 생각해주지않고 본입입장에서 생각한대로 말해줌
그래서 깊은 고민거리 안털어놓고 가벼운얘기만함 -
작성자묭아이스크림 작성시간 26.02.28 우리엄마다 ... 호들갑쩔고 걱정많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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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멍멍펑치 작성시간 26.02.28 맞는거같음. 우리집도 자기 감정도 하나 컨트롤 못해서 매일 난리쳤는데 어떻게 학교에서 일어나눈 일을 말하겠음. 전교생 앞에서 싸웠어도 말 못했음. 누가 나 왕따시켜서 힘들어도 걍 버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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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칠전팔기의여시 작성시간 26.02.28 나랑 친오빠는 무슨일터지면 서로
엄마한테 말하지말라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