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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흥미돋]존재의 의미에 대한 회의감을 어떻게 다루나요

작성자엥엥ㅇ|작성시간26.03.04|조회수4,222 목록 댓글 10

 출처 : 여성시대 BROL, https://m.kin.naver.com/mobile/qna/detail.nhn?d1id=11&dirId=1111&docId=347111660&qb=7KG07J6s7ZWY64qUIOuqqOuToCDqsoPsnYAg7JWE66y0IOydtOycoCDsl4bsnbQg7YOc7Ja064KY7IScIOyXsOyVve2VqCDsho3sl5Ag7KG07J6s66W8IOydtOyWtOqwgOuLpOqwgCDsmrDsl7DtlZjqsowg7KO964qU64ukLg==&enc=utf8&section=kin.ext&rank=2&search_sort=0&spq=0

 

 

무의미를 아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작성자님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인간이란 찰나 있는 유기물 덩어리이며, 삶은 기회조차 아니죠.

선택할 수 없는 탄생을 맞이한 우리는 진화로 형성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 길은, 우리가 의식하기 전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죠. 지능, 성격, 겉모습,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발달......

교통사고라도 크게 나면 아등바등 이어 온 시간과 생명에 부여된 무거운 가치가 우습게 모든 것은 끝납니다.

아랍 문명이 남긴 거대 석상은 소량 폭약에 형체 없이 사라지고, 수백 년 이어져 온 성당은 불타 무너져 내립니다.

오세아니아 대륙이 잉태한 생명의 신비함이, 불 속에서 숲과 함께 우리가 모르는 새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번식욕에 이끌린 착각이고, 도덕은 필요에 의해 도입된 것이며 아무리 수학이 발달해도 어떤 공리는 증명할 수 없지요.

의미의 껍질을 아주 벗겨내면 남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죠. 아무리 파헤쳐도 닿는 데가 있습니다.

예컨대, 저는 사랑이 생긴 진화의 과정을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미각과 포만감이 그저 살아가기 위한 자극이라도, 야심한 새벽 나가 먹은 국밥에 뜨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가 행복감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행복감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존재가 가진 한계는, 실존을 바라볼 때 잊을 수 있습니다.

실존은 순간에 있습니다. 무의미 속에서 순간은 이어집니다.

순간에 어떤 의미를 쌓느냐, 그것이 실존하는 사람의 특권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작성자님은 세상을 해석하고 있으며, 무의미마저 하나의 의미로 쓰인다는 점을 스스로도 아실 겁니다.

즉 작성자님이 모든 의미를 지워낸 그 자리에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이미 직접 지은 의미입니다.

그러니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꾸며진 의미라면 어떤 신기루를 어떻게 좇을 것인지.

be가 가짜라면 적어도 어떻게 ing할 것인지.

도무지 멈출 수 없는 삶의 달리기는,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란, 달리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어도, 결국 잘 달리기 위한 마인드세팅에 불과하죠.

그러니 차라리 춤 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ing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산타클로스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도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참 두근댔습니다.

앞으로도, 산타의 상징에 설령 아무 실체 없더라도 모든 이의 크리스마스는 풍요롭겠죠.

물리학에 뜻이 있었다 하셨죠.

만약 다시 물리학을 공부하게 된다면, 중요한 것은 어떤 원리나 배움 자체가 아닙니다.

원리로 나아가는 과정, 그 지향 속에, 마땅히 찾고자 하는 세계가 열릴 것입니다.

신기루에 닿을 수 없을지라도 신기루를 사랑하는 길은 작성자님의 삶에 있기 바라며,

두 줄 요약 들어갑니다.

1. 그런 것(X as it)은 없다.

2. 그러는 것(X being it)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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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행정 집행의 대가 | 작성시간 26.03.04 인생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는 지금 또 마주한 현답
  • 작성자timbory | 작성시간 26.03.04 니 이글 너무 좋아서 예전에 메모에 따로 붙여넣기해놓늠… 진짜좋아
  • 작성자너혹시머돼 | 작성시간 26.03.04 내가정말 좋아하는 글이야ㅠㅠ 사고의 깊이도 느껴지고 본인만의 철학이 성립되면 삶이 얼마나 단단할수 있을지! 그리고 저렇게 쉽게 설명할수 있는 자신감까지 멋짐
  • 작성자너혹시머돼 | 작성시간 26.03.04 그리고 나도 한때 저런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우주와 철학에 빠졌던거 같아 광활한 우주의 창백한 푸른점에서 찰나를 살아갈뿐인데 내가 뭐하러 이 삶이 지겹고 초라하고 무의미 하다고 생각할수 있을까 어리석은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 작성자얼리버드 | 작성시간 26.03.04 와 말도 안 돼 눈물 나.. 내 무기력이 위로 받은 느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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