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공장을 오가며 매번 바라보는 도봉산이다. 도봉산역에서 바라본 도봉산과 의정부 쪽에서 바라본 도봉산은 그 펼쳐진 맛이 사뭇 달랐기에, 매번 의정부를 지나칠 때면 이쪽 방향에서 바라본 도봉산을 한번 그려보리라는 희망과 공상만 키워오던 차인데, 마침 이번 2014년 개강 스케치 장소가 의정부 쪽이고 마침 그 쪽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모습이 답사 사진으로 카페에 올라와 있어, 옳다구나! 이때다 싶어 일주일전 미리 긴 화폭의 캔버스를 주문해둔 터였다.
과연 의정부 장암동에 도착해 식당 뒷마당에 올라서니 도봉산 만장봉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영험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만장봉에 이어진 능선이 백마를 타고 가는 왕자의 망토마냥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게 아닌가! 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사진으로 보는 그 모습도 좋았지만 실물을 어찌 따를 수 있으리오! 내 그동안 도봉산을 수없이 지나치며 숫하게 바라보았건만 오늘 바라본 이 조망을 따를 지역은 단연코 없다는 생각에 감격이 북받쳐 올랐다.
든든한 내 그림 동반자 러시안 이젤박스는 까짓것 이 정도쯤이야 하며 60호 별호의 캔버스를 가쁜 하게 떠받쳐주었다. 겨우내 오랫동안 물감냄새에 굶주렸던 빠렛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짜놓은 물감들을 얼싸 안았다. 나이프가 물감과 어울려 매끄러운 빠렛 위에서 한바탕 놀아나고 캔버스는 그들의 농염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춥다! 아직은 추운 날씨다. 그래도 오늘은 따듯한 편이라는 뉴스의 일기예보를 믿는다. 미세먼지로 뿌옇기만 하던 지난 수요일의 도봉산이 오늘은 아니었다. 청명한 하늘엔 새하얀 새털구름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 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온 오원장과 대포 한잔을 간간이하며 그림을 그렸다. 까짓것 그리다 철수시간이 되면 그땐 여기서 전철타고 혼자서라도 가면 그만이라는 뱃장이 작용하여 그림을 서두루진 않았다.
아직은 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조춘의 도봉산은 오후 들어선 오전의 그 순수함을 잃었다. 그러나 그 윤곽은 더욱 또렷해졌다. 세상만사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진리가 여기에도 숨어있었다.
2014. 3. 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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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인재 김학수 작성시간 14.03.04 와 ! 도봉산을 멋지게 모셨습니다.
이 그림 그릴때 넌지시 물어 봤지요.
혹시 선인봉 한번 올라볼 생각 없느냐고 --
왜냐 하면 --- 승철님도 바위 탄 경력이 있다고 들었거던....
지금 화폭에도 앞쪽의 선인봉이 가장 밝고 크게 빛나고 있네요.
도봉산 선인봉밑 석굴암 윗쪽엔 [박쥐길]이라는 암벽코스가 있습니다 - 난이도 5.10
크랙과 슬랩지대를 2피치정도 오르면 크고 멋진 소나무가 있죠
승철님 그림을 바라보며 그 길을 올랐던날이 생각났습니다. -
작성자윈디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3.04 북한산 인수봉에 경험도 없이 아는 선배 따라 올랐다가 혼쭐 난 경험 밖에 없습니다.
에고 그 다음 부터는 암벽등반 “노 땡큐” 입니다.
가끔 도봉산에 가면 만장봉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는데 “저게 인간인가?” 하여 한참을
그야말로 입 딱 벌리고 바라보기 일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오금이 저려올 뿐입니다. -
작성자윈디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3.10 귀중한 사진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