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교수협의회 이야기

‘마중물’ 한 방울이 되고자 합니다.

작성자마중물 한방울|작성시간13.09.29|조회수1,807 목록 댓글 15

 

상수도가 없던 시절,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힘들게 긷다가 지렛대가 달린 수동 펌프를 설치하여 물을 조금 더 편하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땅속에 고인 샘물을 연이어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바가지 가득 마중물을 미리 부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물길을 새로 열어 잘 쓰려면, 내 편에서 먼저 내 몫을 들여 마중물을 부어 넣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깨달음을 주는 말입니다.

 

어느새 수원대에서 18번째 가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 짧지 않았던 시간동안 수원대에서 내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번민들을 되돌아보니 오늘의 내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간절히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나 세상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 때, 오히려 수동적인 성향의 나를 이용하며 반대로 대학당국이 점점 더 압박할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고 심지어 나의 문제로 의식하지도 못했습니다. 막막한 상태에서 그 고통과 번민을 내 안에서 혼자 삭이며 지내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 의롭고 힘센 자가 나서서 도와주리라는 열망을 크게 가질수록 허망함의 상처는 더욱 깊어 갔지요. 그러하니 외롭고 무기력하며, 우울한 나날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무엇이 나의 개인적인 미흡함에서 비롯되었고, 어디까지 내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하여 스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원대라는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서 동료 및 학생들과 함께 공통적으로 받게 되는 억압과 불합리 그리고 불공정 등의 구조적인 결함에 대한 분별력도 아울러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 극복하여 수원대에서 교수, 학생과 함께 더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는 마음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품게 되었습니다. 행복추구권은 우리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보장하는 기본 권리입니다. 나 스스로 나서서 마중물을 부으면 내가 바라던 새로운 물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3월 수원대에 교수협의회가 재결성된 후에 공동대표 3분이 의연하게 수원대가 앞으로 변화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학당국의 변화는 시설 개선, 임금 인상, 학생복지 확충 등 지엽적이고 표면적인 차원에만 머물고 있을 뿐,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중물의 양이 아직 부족하여 그런 것 같습니다. 나도 나서서 이미 마련된 마중물 바가지에 나의 한 방울을 더 보태고 싶습니다.

이 바가지를 가득 채운 마중물을 부어, 우리가 염원하던 새 물길이 콸콸 쏟아지기를 기원합니다. 나도 마중물 한 방울이 되겠습니다.

 

마중물 한방울 이재익 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교권회복 | 작성시간 13.10.01 보직 교수 몇명은 정말 한심합니다. 상황판단도 전혀 못하는 어리석기 짝이 없으니 진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인지 의심스럽습니다..
  • 작성자희망사항 | 작성시간 13.10.01 이교수님의 마중물이 새희망이 되어 오늘은 5명의 새로운 회원이 합류하셨습니다.
    이분들의 새로운 마중물이 더 많은 회원들을 초대해 오리라 믿습니다.
  • 작성자하늘동굴 | 작성시간 13.10.01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이에 있는 것입니다. 비록 졸업생이지만, 대학이라는 공동체에서 아이들과 배움을 나누고 있기에 모교의 변화를 늘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족한 힘이나마 꼭 보태서 좋은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길 빕니다.
  • 작성자신세계 | 작성시간 13.10.03 이교수님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느꼈던 좌절감, 회의감, 불쾌감 등이 저만 느꼈던 것이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에 많은 위안이 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잘못되고 정의롭지 못하고 비교육적인 여러 일이 자행되어도 묻혀지고 또 그런 일을 자행한 사람들이 득세하기도 하여 왔습니다. 10대대학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바른 길을 가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바른 길을 가는 과정에 이교수님의 곧은 신념이 큰 보탬이 될 겁니다. 선생님의 곧은 신념에 찬사를 보냅니다. 열열이 응원하겠습니다.
  • 작성자거북선(일당백) | 작성시간 13.10.03 거북선의 기개로 일당백의 정신으로 교협교수님들의 마음이 굳셈을 더하고 있습니다.
    간절한 마음에 큰 뜻이 이루어 집니다. 고지가 머지 않았습니다.
    이제 눈치 그만 보시고, 큰 용기로 앞서신 교수님의 뒤를 열심히 받쳐주시면, 우리 모두의 꿈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