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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파면 4인 교수의 해직 소감

작성자푸른하늘|작성시간14.01.22|조회수1,551 목록 댓글 5

배재흠교수 (정교수, 64세, 화학공학과)

  저는 정부출연연구소인 원자력연구원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40살이 다 되어서 1991년도에 수원대학교에 왔습니다.

정부출연연구소에 비해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연구 환경이었지만 개교한지가 10년도 안 되었고 수원대학교 설립자이신 고 이종욱 총장님의 학교 발전을 위한 열성을 가까이서 피부로 느끼며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90년도 후반에는 여러 동료 교수들과 힘을 합쳐서 수도권의 유수의 대학들과 경쟁하여 지금은 폐쇄되고 없어졌지만 환경청정기술연구센터를 유치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였음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는 2000년 3월부터 7년 동안 공대학장과 교무처장으로서 봉사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보직을 맡을 당시 저는 학교 발전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대로 보직을 수행 못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보직교수로서 학생들의 실험실습 환경개선에 앞장서서 해결하지 못하였고 2003년도에 새롭게 도입된 계약제 교수에 대한 문제점을 일찍이 공론화 하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비정규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계약제 교수 도입을 막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동료 교수님들과 후배 교수님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학교 문제점들을 공론화하고 모든 학교 행정을 합리적인 규정을 통해서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 교협의 목적입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수님들의 교권을 보장하고 학생, 교수, 교직원, 재단 등 수원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 하는 수도권의 명문 대학을 꿈꾸고 변화를 모색하여 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네요.  변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이번 일로 잠시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수원대 구성원들이 염원하는 변화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수원대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대학이 되기를 희망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 확신하면서 이번 징계의 부당성에 대해서 단호히 대응하고자 하오니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이상훈교수 (정교수, 64세, 환경에너지공학과)

  저는 1990년 40살에 늦깎이 교수가 되어 수원대를 사랑하고, 학생들을 사랑하면서 24년 동안 순탄하게 살아왔습니다.  1997년에는 수원대 후문 뒤의 전원주택에 살면서 4년 동안 걸어서 출퇴근을 한 적도 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후문 뒤에 있는 수기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여름에는 저와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보통리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고, 겨울에는 라비돌의 실내 수영장에 함께 가서 수영을 하곤 했습니다.  서울로 이사한 후에도 아침 일찍 출근하면 저는 습관처럼 걸어서 학교를 한 바퀴 둘러 봅니다. 

  저는 우리 학교 교정에 매화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잘 압니다,  탱자나무 한 그루가 어디에서 자라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수원대를 사랑했다고,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파면이라는 두 글자를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카페 글에서는 이뭐꼬라는 필명으로 큰 소리를 쳤지만, 사실은 노후 대책이 막막합니다.  그렇지만 교협 공동대표인 제가 교협을 해산하라는 총장의 압력에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저의 양심이 굴복을 거부합니다.  저는 총장의 압력에 굴복하여 한평생 소중히 지켜왔던 자존심과 명예를 절대로 버리지 않겠습니다.  저는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수원대를 만들기 위하여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이원영교수 (부교수, 57세, 도시 및 부동산개발학과)

  지금 가장의 지위가 위태로우니 가족들은 불안해 합니다. 그러면서도 수원대의 젊은 교수들의 가정이 겪는 아픔을 이해하고 있고,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에는 전혀 의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큰 힘을 얻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 나라 교육을 바로잡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이재익교수 (부교수, 54세, 건축공학과)

  저는 1996년 3월 임용되었으니 수원대 구성원이 된지 곧 18년이 됩니다.  나의 삶에서는 36세부터 54세까지의 기간입니다.  36세가 되기까지 공부하여 얻은 지식과 사회에서 체험하여 축적한 나의 모든 능력을 이곳 수원대에 쏟아 부었습니다.  부임해서 처음 10여 년 동안은 강의와 연구를 위해 거의 매일 12시간 이상을 이곳 와우리 물골 연구실에서 보냈지요.  우리 교수들에게 요구되는 업적평가에서 보통 정도의 성과를 내려면 대부분의 교수들이 초임 시절을 지금도 그렇게 보낼 것입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수원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직장에서의 근무조건이나 동료 간의 분위기는 그 사람의 삶의 질과 행복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수라면 누구라도 활기 넘치는 학생에게 지성과 전문지식을 전수하고 동료 교수들과는 자유로운 소통과 우애를 다질 수 있는 일터를 희망할 것입니다.  저도 지난 18년 내내 그러한 직장, 그러한 삶의 터전을 꿈꾸며 살아 왔습니다.  그 소박한 나의 꿈은 2012년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2월에 우리 학교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군요.  학생들이 참았던 말문을 열고 교수들이 용기를 내어 힘차게 일어섰습니다.  앞으로 제가 살아가야 할 세월은 지난 18년의 긴 시간과는 달리 자유롭고 당당하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후배교수들의 처우와 여건에도 근본적인 개선이 절실합니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교수로서 합당한 보수와 대우를 받아야 모든 교수들의 마음이 편해지고 진정한 화합을 이룰 것 입니다.  또한 비싼  등록금에 비하여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측은함과 분노가 함께 치밀어 올랐지만, 이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해맑은 미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나라도 나서서 손짓 발짓 조그만 몸부림이라도 쳐야 될 것 같아 교협에 참여하였고, 공동대표 세 분을 따라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뛰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파면이라는 사형 선고같은 불명예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서 멈추어 타협해야 할지 앞으로 계속 나가야 할지 지혜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자유롭고 행복한 수원대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는 꿈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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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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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부동심 | 작성시간 14.01.22 교수님들 이 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픔니다. 제가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닌지? 파면, 해임이 혹시 행정착오는 아닌지요? 좋은 상황에서 곧 만나뵐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 작성자독고탁 | 작성시간 14.01.22 교수님들 모두 힘내세요. 지금 몇몇의 동문들하고도 작은 힘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이야기 중에 있습니다. 언제나 우리 교수님들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화학공학과 88학번 전재현 드림.
  • 작성자송우석 | 작성시간 14.01.22 시간을 내어 밤시간에 영화 "변호인"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피고인으로 재판정에선 인권변호사의 모습이 4분교수님들의 얼굴과 오버랩되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한편 조민기가 분한 검찰과 판사들의 모습이 징계위원 교수들과 얼굴이 겹쳐지며, 한편 대공 고문기술자 얼굴이 교협을 비난하는 또 다른 얼굴과 오버랩되었습니다.
    아마도 얼굴들고 살아가기가 부끄럽지 않을까요?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이 이 영화를 보고오면,무어라고 말을할 까요?
    양심이 부끄러운 짓은 인생을 피멍들게 합니다.
    종국에는 그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정의는 결국 승리함을 확신시켜 줍니다.
  • 작성자89졸업생 | 작성시간 14.01.23 89학번 졸업생입니다. 수원대는 하나도 안 변했군요. 저희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해직이라니 가슴이 아프고 분노가 납니다. 동기생들이 모여서 모금을 하겠습니다. 복직이 되고 수원대가 정상화되는 그날까지 건강 관리 잘 하십시요. 힘내십시요. 교수님 사랑합니다.
  • 작성자세상을향한 | 작성시간 14.04.11 교수님....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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