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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수원대 졸업식 날: 정문 앞 유별난 풍경

작성자마중물 한방울|작성시간15.02.17|조회수935 목록 댓글 3

지난 며칠간 이곳 교협카페에 학내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여러 대학의 졸업식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그 게시글들을 모두 읽고 나니, 내가 직접 시위하며 체험한 수원대의 졸업식 풍경에는 그 대학들과 유별나게 다른 점이 떠올라 정리해 봅니다.


청주대, 한라대, 상지대 그리고 울산과학대의 기사에서 모두, 우월적 위치에서 이 자행한 대학의 비리나 부당함을 알리려는 이 시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4개 대학에 대한 기사 어느 곳에서도 의 입장에서 결정권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대학당국이 약자인 을 상대로 그 대학의 졸업식 날 맞불시위를 했다는 소식은 없었습니다.


가령 다음과 같이 상황을 가정하여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박 사무장과 김 승무원이 회사로부터 부당하게 파면을 당하고 1심에서 법원의 파면무효판결을 받았는데도 회사가 복직을 시키지 않을 때, 대한항공의 중요 행사장 앞에서 합법적인 시위를 하는 것은 그들의 권익을 되찾기 위해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대한항공 사측이 조부사장을 옹호하려고 다수의 직원을 동원하여 소수의 해직된 사원의 시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해직된 사원을 비난하는 집단시위가 벌어질 수 있을까요? 아마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원대 당국만은 달랐습니다. 대학 졸업식을 치르는 주체인 그들에게, 졸업식에 참석하는 졸업생과 학부모들을 손님으로 맞아 행사들 정성껏 잘 치러야 할 그들에게 그날 합리적인 상식이나 최소한의 염치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해직교수들이 재판에서 연이어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수총장부부는 어떠한 해명이나 이행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므로, 해직교수들은 학생은 물론 학부모도 많이 방문하는 졸업식날 이총장부부의 비리와 부당함을 알리는 집단시위를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다수의 직원을 동원하여 막말과 법을 무시한 주장으로 1인 시위를 방해하였으며, 동시에 해직교수를 비방하는 집단시위를 하는 바람에 해직교수들은 3곳에 나누어 1인 시위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건 아닌데 ....’ 또는 이럴 수가 있을까싶은 일이 수원대에서는 졸업식이 열리는 그날 또 다시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211일 해직교수 5명이 1010분 경 정문 앞에 도착하여 보니 아무도 시위하고 있지 않아 시위도구들을 챙기며 집단시위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5분도 안되어 학교직원들이 모여들고 자신들의 집단시위를 하겠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그 주장을 받아들이고 1인 시위체제로 전환하였습니다. 정문 앞 1, 정문 맞은 편 1명 그리고 좌석버스 종점 부근에 1명이 각각 자리 잡고 합법적인 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내가 자리 잡고 시위한 정문 앞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교무부처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교직원들이 나와, 나의 1인 시위를 방해하며 대형팻말을 곳곳에 세워 놓으며 집단시위의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교직원들은 학교의 중요한 행사 날에 시위하는 것은 졸업생과 학교를 찾은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니, 시위를 하지 말아달라며 번갈아 가며 내게 공갈과 협박을 해댔습니다. 나는 집시법을 존중하여 집단시위는 학교측에 양보하겠지만 1인 시위의 권리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시위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졸업식날 시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를 몰아붙이던 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더 크게 집단시위를 벌였습니다.

 






한 곳에서 조용하게 있으려고 했지만 직원 4명이 에워싸는 바람에 시위팻말이 잘 보이도록 장소를 여러 번 옮겨야 했습니다.  한동안 계속 따라다니며 밀치면서 막말도 하는 등 거칠게 방해하였으나 담당 경찰관이 현장에 배치된 이후에 잠잠해 진 것으로 보입니다.



 

1220분 경 2-3명이 지키고 있던 직원 시위대는 갑자기 10여명으로 불어나 정문 앞에 도열합니다. 잠시 후 학교 버스 1대가 교문을 통과합니다. 조수석에는 머리가 희끗한 보직교수가 손잡이를 꼭 잡고 경직된 표정으로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총장 일행이 탄 버스가 지나가는 모양입니다. 그 버스가 지나가자마자 직원들은 다시 그전처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들의 집단시위는 학생도 학부모도, 교직원도 아닌 아마도 총장에게 가장 잘 보이기 위한 것이었나 봅니다.

 


1245분 경 졸업식 인파가 대부분 학교를 빠져나가자 우리는 팻말을 접고 시위를 마쳤습니다. 그러자 학교당국도 즉시 집단시위를 중단하고 모두 철수해 버렸습니다.

이로써 학교당국이 시위하는 목적은 특정한 주장을 알리려는 집회의 순수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협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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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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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크리스탈 | 작성시간 15.02.17 파면교수라는 글귀가 상당히 기분 부적절하네요. 파면 취소판결 낫는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표현을 쓰는지..2심 3심 간다한들 현재까지 결론은 파면 취소입니다.
    위에서 시키고 눈치 보랴 어쩔수 없이 직장생활의 일환으로 그러는건 알겠으나, 전혀 설득력 없어보입니다.수원대 재학생분들이 아무리 학교가 무서워도 아닌건 아니고 긴건 기다라고 소리를 내었으면 좋겠네요..
  • 작성자상생은없다 | 작성시간 15.02.17 청주대, 상지대, 한라대, 울산과학대, 그리고 수원대의 졸업식 풍경이 소개되었는데, 비교해 보니, 역시 비리사학의 지존은 수원대가 차지했네요. 다른 학교는 총장측에서 그래도 염치는 아는지라, 차마 맞불시위를 하지는 않았는데, 수원대는 지존답게, 뭐가 떳떳하다고, 맞불시위까지.... 쯧쯧.....
  • 답댓글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5.02.18 총장 자신과 부인, 처남, 아들까지 연루되어 있으니, 역시 비리사학의 지존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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