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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이뭐꼬의 퇴임 후 계획을 알려 드립니다.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8.31|조회수1,087 목록 댓글 12

오늘 날자로 저는 퇴임하게 됩니다.  임진옥 교무처장님은 제가 연구실을 안 뺄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 오후에 학교에 가서 연구실을 비우고 열쇠를 반납하겠습니다.  환경공학과 졸업생, 재학생, 교수님들과는 이미 송별식을 했으므로 별다른 미련은 없습니다.


정년을 기념하는 수필집을 지난 8월27일자로 출판하였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생태 수필 30편을 모아 296쪽 분량의 수필집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하여 600만원을 들여서 자비로 출판하였습니다.  책을 받으시는 분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비매품이라고 표시하여 1000부를 찍었습니다.  교수협의회에 책을 100권 기증하였습니다.  저의 수필집에 관심이 있는 분께서는 주소를 교협으로 전해주시면 책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수필집을 한 두 권 더 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기회가 있으면 메모를 하고 틈틈이 글을 써두고 있습니다. 
  
대학 2학년 때인가 영국의 철학자 버틀란드 럿셀이 쓴 <행복의 정복 (The Conquest of Happiness)>이라는 작은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한 비결은 “다양한 취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쓰여 있어서 매우 실망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대철학자가 제시하는 인간의 행복이 너무나도 평범하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요즘 저의 친구들을 보면서 럿셀이 말한 행복의 비결은 맞다고 인정합니다.  회사 생활에만 몰두하다 퇴임한 후에 마땅한 취미가 하나도 없는 친구들을 보면 매우 딱합니다.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면 노후가 지루하지 않고, 여생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합니다.  더욱이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작년 1월에 해직된 이후 시간이 많아져서 여러 가지 취미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바둑, 당구, 장구, 골프를 열심히 배우고 있고, 일주일에 두 번은 등산을 가고, 또 판소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예쁜 각시와 매일 점백 고스톱을 10판씩 치고 있습니다.  1000원이라도 딴 사람이 그날 점심이나 저녁을 사는 규칙을 정해 놓았습니다.  서로 봐주지 않고 치열하게 고스톱을 칩니다.  고스톱을 저속한 취미라고 비웃지는 마십시오.  둘이서 할 수 있는 매우 재미있는 게임이 고스톱입니다.


강원도 평창에 작은 집을 마련하여 여름에는 주로 평창에서 보낼 계획입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대비하여 평창군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자 교육과 통역봉사자 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겨울에 평창은 매우 춥고 저는 스키를 타지 못하므로, 겨울에는 주로 군포 집에서 보내려고 합니다.


이인수 총장과의 기나긴 소송전이 언제 끝나서 복직이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퇴임을 해도 민사소송에서 이겨 복직이 되어야 밀린 봉급을 받고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그동안 제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궁금하실 것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궁리한 끝에 묘안을 찾아내었습니다.  현재 사학연금이 1/2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군포로 이사한 후에 아파트를 담보로 하여 주택연금을 신청하였습니다.  사학연금과 주택연금을 합하면 생활비는 충분합니다.  앞으로 소송이 10년을 끌더라도 생활비 걱정은 없습니다.  이인수 총장은 오판하지 말라고 누군가 전달해 주세요.


교수협의회의 의로운 싸움은 올 가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퇴직을 해도 저의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대의 투쟁 수단은 1인시위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 정문에서만 시위를 했지만, 이제는 시위 장소를 확대할 것입니다.  청와대, 법원, 교육부, 국회에 가서 1인시위를 하겠습니다.  이인수 총장의 성북동 집, 올림피아 센터, 라비돌에 가서 1인시위를 하겠습니다. 불법 파면을 의결한 고운학원 이사들의 집과 사무실을 찾아 다니며 1인시위를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해직교수들이 모두 복직될 때까지 저는 시위를 계속할 것입니다.  투쟁하면서 제가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어차피 이길 싸움, 웃으면서 싸우자!”


동토의 왕국 수원대를 민주학원으로 바로잡고, 수원대를 명문사립대학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로운 싸움에 여러분들께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퇴직을 하지만 수원대가 정상화될 때까지 수원대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수원대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수원대를 떠나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베풀어 주신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8월 31일
이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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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가을추 | 작성시간 15.08.31 손에 잡히는 생태계... 손에 잡히는 경제... 손에 잡히는 xx.... 꼭 잡읍시다!
    좋은 책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쟁취할 때까지 끊임 없는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합시다!
  • 작성자아직도 이런 곳이ㅡ | 작성시간 18.12.17 혁신의 대상에서 대학이 비껴갈 수 없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거의꼴찌 | 작성시간 15.09.01 국회 정문 입구도 눈에 잘 띠고 신문고 같은 호소력이 있습니다~
  • 작성자자유영혼 | 작성시간 15.08.31 좋은 날이 오면, 이교수님의 정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가 학내에서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보다 수원대학교를 사랑하시는 교수님을 위한 자리가 곧 수원대가 정상화되어 발전을 기약하는 자리가 될테니까요?
    그 날이 곧 오기를 기원합니다.
    법정의 준엄한 최종판결이 하나하나 쌓여 철용성 같다고 자랑하던 저들의 허상이 허물어지는 날이 곧 도래할 것입니다.
    그 때 쥐구멍을 찾아도 그들을 숨겨줄 쥐구멍을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도도한 물줄기를 어찌 저들 비열한 몸짓으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일시적으로 머뭇거림은 있을지 망정 더 이상 뒷걸음은 없을 것입니다.
  • 작성자곤이학지 | 작성시간 15.09.04 이교수님! 그동안 너무 고생많으셨습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역경의 길에서
    자기가 아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신 당신의 모습에서 성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남은 여생도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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