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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이야기

학교 출입을 금합니다!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12.10|조회수2,852 목록 댓글 18

해직교수 6인이 투명사회상을 받기 하루 전날인 지난 2015127() 저녁 무렵, 저는 군포 집에서 친구와 바둑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진옥 교무처장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작년까지 제가 우면동에 살 때에는 근처에 사는 임교수가 저의 집에 와서 바둑을 두곤 했었지만 제가 올해 7월에 군포로 이사 온 이후에는 연락이 없었던 터라 무슨 일인지 궁금했습니다. 임교수는 시간이 있으면 점심이나 한번 하시죠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좋습니다. 수요일 어떻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9일날 1230분에 학교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129()인 어제 11시 경에 모닝을 운전하여 집을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녹색평론이라는 잡지를 오랫 동안 구독해왔습니다. 작년 1월에 파면당하여 봉급이 끊어진 후에 저는 구독하던 2개의 주간 잡지를 끊었습니다. 또한 제가 매달 후원금을 내던 10여 개의 환경 단체, 시민 단체, 종교 단체도 2개만 남기고 모두 끊었습니다. 봉급을 못 받으니 나름대로 긴축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녹색평론은 끊지 않고서 계속 구독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평론은 대구에 사는 김종철이라는 영문학자가 발행하는 격월간 환경 잡지입니다. 이 잡지는 환경과 관련된 조금 무거운 평론들을 싣고 있는데, 법정스님이 죽기 직전까지 구독하던 유일한 잡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잡지구독을 연장하라는 지로용지가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저는 수원대에 1990년에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거래를 하는데, 새로 이사한 군포 집 근처에는 가까이에 신한은행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침 학교에 가니 구내 신한은행에 가서 은행 업무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서 지로용지와 통장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1136분에 학교에 도착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제 차가 정문에 도착하면 수위 아저씨가 수위실로 달려가 유선전화로 본부에 보고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차단기를 통과하여 제1공학관으로 가서 주차하면 그때부터 직원 한 사람이 저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습니다. 수위 아저씨가 전화기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20m 후방에 있는 차단기를 통제하는 수위실로 달려가면서 차단기를 열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제 차는 차단기 앞에서 멈췄습니다. 내 참..... 점입가경이로구나. 지난 번에는 제1공학관 건물에 못 들어가게 해서 한바탕 소동을 피웠는데, 이제는 아예 학교에 못 들어가게 막는구나.


몇 분 후에 직원 여럿이서 정문으로 나왔습니다. 직원 J씨가 제일 먼저 도착하여 저에게 차를 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은행에도 가고 교무처장도 만나러 학교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못 들어간다, 차를 빼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왜 못 들어가느냐, 차를 못 빼겠다고 버텼습니다. 직원들이 몇 사람 더 나왔습니다. 모두가 눈에 익은 얼굴들입니다. 제 차 뒤로 다른 차들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하였습니다. 수위 아저씨는 진입하려는 차량을 진출 차량 차선으로 들여보내어 정체를 해소하였습니다.

(저의 모닝 차는 고급형입니다.  잘 보시면 썬루프까지 있습니다.)

 

1145분에 저는 임진옥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중에 통화 기록을 보고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임교수님? 아니 이럴 수가 있어요? 내가 은행에 들렸다가 임교수님을 만나려고 하는데 직원들이 정문에서 차단기를 내려 놓고 못 들어가게 막네요. 어떻게 할까요? 교무처장도 못 만나러가요? 일단 내려와 보세요.”


그 사이에 직원들은 계속 시비를 걸었습니다.

학교를 그만 두었는데, 왜 자꾸 학교에 와서 말썽을 피워요?”

왜 길을 막고 교통 방해를 해요?”

“(차에 붙어 있는) 학교 스티커 떼세요.”

이제 학교와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못 들어갑니다.”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왜 은행에 가려는데 통행을 막아요?”


제가 왜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지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을 부르는 수 밖에는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1148분에 저는 112 신고를 하고 차 안에서 기다렸습니다. 직원 J씨는 화가 난 모양입니다. 제 모닝 차의 운전사 쪽 문짝을 열었습니다. 제가 닫았습니다. 직원이 다시 문짝을 열었습니다. 제가 다시 닫았습니다. 문짝을 열지 못하도록 제가 잠금쇠를 잠갔습니다. 직원은 유리창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 차 빼, 차 빼라니까!” 제가 말했습니다. “경찰 오면 말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임진옥 교수가 먼저 도착하였습니다.

은행 가시려고요? 무슨 일로 가시는데요?”

은행에서 송금을 하고서 임교수님을 만나려고요.”

다른 데서 하면 안 되나요?”

군포집 근처에는 신한은행이 없어서 오늘 마침 임교수님을 만나러 학교에 오는 김에 은행일을 볼려고 합니다.”

무슨 업무인데요?”

녹색평론 잡지를 구독 연장하려고 송금을 하려고 합니다. 지로용지 보여 줄까요?”

임진옥 교수도 난처한 모양입니다.


마침내 경찰이 출동하였습니다. 직원들이 먼저 경찰에게 설명을 하였습니다. 제가 나중에 경찰에게 퇴직교수인데 은행에 들렸다가 교무처장을 만나려고 학교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을 하였습니다. 경찰은 학교측에서 차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항의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왜 은행에도 못 갑니까?”

수원대는 사립대학이고 사유물이기 때문에 차량 출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건물 출입 금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왜 은행에도 못 가요?”

경찰은 교통을 방해하지 말고 차량을 옆으로 빼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임진옥 교수가 제게 말했습니다. “이교수님, 차를 옆으로만 빼세요.”

제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차를 옆으로 빼겠습니다.”

저는 차를 옆으로 빼고 나서 경찰에게 말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변호사와 상담하여 위법성 여부를 가리겠습니다.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경찰은 봉담파출소 오00경사 라고 자기 신분을 밝혔습니다.

저는 경찰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악수를 했습니다.


그 동안에도 직원들은 계속 시비성 발언을 했습니다.

이게 세금 낭비지. 경찰관이 무슨 죄야?

저도 곱지 않게 말을 했습니다.

왜 은행에도 못 가게 막아 세금을 낭비해?

직원이 발끈했습니다.

“(당신이) 학교 욕하고 그랬잖아! 은행이 여기 뿐이야?”

임교수가 다가와서 말했습니다. “이교수님, 이제 그만 하시고 나가시죠.”

제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은행에 꼭 들렸다 가겠습니다. 왜 못 갑니까?”

임교수가 말했습니다. “그럼,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는 정문에 두고 가방을 메고서 임교수와 나란히 걸어서 은행으로 갔습니다. 은행에는 벌써 직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은행 안으로 임교수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공과금 납부하는 기계에 지로 용지를 집어넣고서 통장을 이용하여 송금을 하였습니다.   기계가 자동적으로 발급하는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그동안에 직원이 은행 안으로까지 들어와 시비성 발언을 하였습니다.

직원 K씨가 저에게 대놓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이 여기 밖에 없어요?”

아니 은행에도 못 와요?”

학교에 해를 끼쳤잖아요? 인터넷으로 집에서 하면 되지 왜 학교에 와서 야단이야?”

제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왜 은행 업무 보는데 따라와서 야단이야? (임교수를 바라보며) 저 사람 교무처 소속 아니에요?”

임교수가 말렸습니다. “이제 그만 하세요.”

송금을 하고 통장을 정리하다 보니 마지막 장까지 다 쓰고 통장을 갱신해야 했습니다. 저는 마침 도장이 있었기 때문에 창구로 가서 새로운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느라고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만, 이건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은행 업무를 끝내고 임교수와 은행 문을 나오는데 직원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습니다.

일 보셨으니까 이제 가세요.”

저도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습니다.

화장실에 들려 오줌 좀 싸고 갈게요.”


다시 임교수와 함께 걸어서 정문으로 나왔습니다. 그 때가 1220분이었습니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학교에는 44분 동안 머물렀습니다. 정문 수위실 옆에 있는 모닝을 운전하여 보통리 저수지 근처 식당으로 가서 임교수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 메뉴는 보신탕을 주문하였습니다. 제가 임교수에게 농담을 하였습니다. “아이고, 오랜만에 몸보신하고 힘내서 오늘 밤에는 딸이나 하나 만들어야겠습니다. 하하하.”


식사하면서 제가 먼저 임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총장이 시켜서 나를 만나자고 했을 텐데, 용건을 말씀하시지요.”

임교수가 말했습니다.

아니, 그저 얼굴이 보고 싶어서...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해서.....”

해직교수들은 잘 있습니다. 변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도 직원들은 총장이 시켜서 그랬을 것입니다. 누가 봐도 다 압니다. 우리가 직원과 싸울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이인수 총장과 싸우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카페에 글을 썼는데.... 우리 구호가 뭔지 아시죠? 어차피 이길 싸움, 웃으면서 싸우자! 저는 요즘 아주 마음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임교수님과 저는 서로 입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잖아요. 이 자리에서 학교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오랜만에 만난 임교수와 식사하면서 국악이야기, 판소리이야기, 자녀 이야기 등등 나름대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사비는 임교수가 냈습니다. 저는 식당을 나와 임교수와 악수하고서 헤어졌습니다.


어제도 소란스런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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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왜 제가 학교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까? 학교에 차 타고서는 못 들어간다니, 다음에는 걸어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25년간 근무한 학교인데, 걸어 들어가는 것까지 총장이 막을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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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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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나도변호사 | 작성시간 15.12.10 사립대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차량으로 통행하는 것을 금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립대이든 국립대이든 대학은 공공적인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뭐꼬님의 경우 들어가려는 목적은 "은행에 가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고객이 은행을 이용한다는 것은 침해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 은행이 수원대 구내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더욱이 학교측에서는 은행에의 출입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경찰관의 유권해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뭐꼬님은 다음에 다시 한번 은행에 가겠다고 밝히고 출입을 시도하십시요. 그래도 출입을 금하면 증거를 확보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십시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나도변호사 | 작성시간 15.12.10 제가 권하는 바는 언론취재팀을 동행하고 출입을 시도하여 학교측의 반응을 녹화하고 녹음하여 증거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법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때에는 명확한 증거자료가 첨부되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외에도 신한은행장에게 정식으로 민원을 제출하여 답변을 요구하십시요. 수원대 총장이 수원대 구내에 입점하여 있는 신한은행에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지 질문하십시요.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고 전체 은행 이용 고객의 권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 작성자크리스탈 | 작성시간 15.12.10 어느 책에서 본 글귀가 생각납니다. "(우월한 위치 혹은 우월하다고 생각되어) 상대에게 소리치는 것은 자신의 좌절을 나타내는것이고, 형편없는 의사소통기술을 보여주는 것이다."
  • 작성자희망봉 | 작성시간 15.12.10 정말 이러기인가?
    못나도 정말 못난 사람들.......
  • 작성자법과 밥 | 작성시간 15.12.10 역시 교수님이십니다. 이 참에 한 수 제대로 가르쳐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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