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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의 사진기행(22) :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작성자한 길|작성시간13.10.31|조회수311 목록 댓글 3

 

 

 

가을편지 / 고 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가을의 서() / 강은교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여자를

보아라

종이처럼 그 여자 오늘 구겨짐을

보아라

구겨지며 늘 비 흐름을

비 흐르며 그 여자 길밖으로 떠나감을

보아라

모든 길밖에 흐르는 길동무들을

보아라

언제나 싸우고 있는 길의 밤꿈을

보아라

정오엔 많은 바람으로 펄럭이다가

사라지는 그 여자의 꿈속

모든 가을길은 멀어서

마지막엔 그대도 보이지 않는 걸

보아라.

 

 

 

 

 

 

가을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 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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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 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31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 작성자삶은 소풍 | 작성시간 13.11.01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작성자이뭐꼬 | 작성시간 13.11.01 한 길 님이 여기 올리는 사진은 모두 직접 찍은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멋진 가을 사진 감사합니다. 언제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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