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단편소설 (2)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3.08|조회수402 목록 댓글 2

   재담꾼인 박 과장은 이야기를 참 재미있게 잘했다군대 가서 고생 안 했다는 사람 없고 모두 자신이 빳다도 제일 많이 맞고 기합도 제일 심하게 받았다고 우기며, 대개는 튀밥 튀기듯이 침소봉대하는 것이 군대 이야기이다이윽고 아가씨 두 명이 들어와 각각 옆에 앉았다김 과장은 여전히 박 과장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박 과장은 이제 병장이 되었고, 제대 말년에 졸병들을 종처럼 부리며 왕처럼 편하게 지낸 이야기가 계속되었다그동안 김 과장은 옆에 앉은 아가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아가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스 나에요

, 네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나서도 박 과장이 제대하기까지는 10분 이상이 지나갔다그제서야 김 과장은 아가씨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어둑한 실내등에 비친 아가씨를 보니, 토끼처럼 귀엽게 생긴 얼굴이었다.

귀여운 아가씨인데 이름이 뭡니까?”

수련이에요.”

나수련이라, 예쁜 이름인데요.”

고맙습니다.”

우리 이렇게 인연이 되어 만났으니 술이나 한 잔 같이 합시다아가씨 잔을 가져오라고 해요.”

맑은 포도주를 반쯤 담은 유리잔이 쨍하며 마주친 후 김 과장이 물었다.

그래, 우리가 오기 전에는 무얼 하고 있었습니까?”

표를 띄고 있었어요.”

화투? 그래 무슨 표가 떨어졌습니까?”

공산과 솔과 오동이요.”

무슨 뜻인가요?”

달밤에 소식이 오더니 돈이 생긴다는 뜻이죠.”

하하하, 아가씨를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네요.”

왜 자꾸 존대말을 쓰세요? 어색해요.”

그래요? 습관이 돼서. 그렇다고 똑같은 인간끼리 반말은 그렇고 중간 정도로 하지요.”

    앞자리에 앉은 박 과장과 미스 리는 진도가 빨랐다오래 전부터 사귀어 온 애인들처럼 다정스럽게 붙어 앉더니 손과 손, 가슴과 가슴, 그 다음에는 입술과 입술의 접촉이 이루어졌다그에 반해 이쪽은 좀처럼 진전이 없다.

아가씨는 무슨 띠인가?”

토끼 띠에요.”

그렇다면 자아축인묘, 스물여섯 살이군. 빨리 시집가야겠네.”

가야지요.”

시집갈 밑천으로 적금이라도 들었나?”

사람이 있어야지요.”

돈 벌어서 옷이나 사 입지 말고 적금이나 계라도 들어 둬야 시집 갈 수 있지이런데 오래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긴 해요.”

내 말이 맞거든 쨍 한번 합시다.”

김 과장은 술잔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인당수 | 작성시간 14.03.08 이뭐꼬님이 연애소설까지 쓰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교수님 소설을 읽으니, 하길종감독의 '병태와 영자" 와 비슷한 시대배경인것 같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주시고, 어려웠던 젊은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터지고 눈물나는 파면-복직에 관한 차기역작으로 작가 등단하실 좋은 예감이 듭니다. 작가싸인 미리 예약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13 작가가 될 것 같지는 않고요. 교협카페에 들어왔을 때에 뭔가 읽을거리가 있어야 사람들이 매일 들어올 것 같아서 소설 비슷한 것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냥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목을 연애소설이라고 써놓으니 웬지 품격이 떨어지는 것 같고, 또 어느 분이 전화까지 주셔서, 제목을 중간에 단편소설이라고 바꾸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그냥 재미로 읽어 주세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