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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단편소설 (4)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3.12|조회수321 목록 댓글 1

   아가씨는 왠지 이 남자가 좋아졌다술자리에서 별별 남자를 다 만났으나 이 남자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아가씨가 담배를 한 대 꺼내어 입에 물었다.   김 과장은 담뱃불을 붙여 주었다.

담배 많이 피나?”

하루에 한 갑 정도요.”

담배를 끊지 그래. 나중에 시집가 임신하면 애기에게도 나쁘고.”

잘 안 끊어져요.”

약국에 금연 껌이 나왔다던데, 한번 먹어 봐내가 다음에 올 때 사올게그때까지 아가씨가 이 집에 있다면.”

언제 오실 거에요?”

글쎄, 돈 많은 사업가도 아니고 봉급쟁이가 이런 델 자주 올 수가 있나가을이 되어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하기 전에 한번 오지.”

꼭 한번 오세요.”

이제는 조금 친해진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12시를 훌쩍 넘어 밤이 깊어지자 김 과장은 은근히 지갑이 걱정되었다그저 아가씨가 시키자는 대로 마주앙과 안주를 계속 주문했는데 술값이 얼마가 나올지 감이 안 잡혔다이윽고 계산서가 나왔다예산을 훨씬 초과했다.  낭패였다지갑을 꺼내어 원고료 5만 원에다가 아내에게서 아껴 쓰세요!”라는 당부의 말을 들으며 이틀 전에 받은 5만 원을 다 빼내고 나니 지갑에는 5천원권 한 장이 남았다.

웨이터에게 팁 좀 주세요.”

아가씨는 텅 비어가는 지갑을 빤히 보면서 속삭였다.

그래라.” 김 과장은 마지막 지폐를 꺼내어 주고 말았다김 과장은 박 과장을 먼저 나가라고 하고 아가씨와 둘만이 남게 되었다.

, 선생님이 돈을 내셨어요?”

오늘 원고료 받아서 내가 한잔 산다고 했지. 그런데 술값이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

…….”

잠깐만!” 김 과장은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었다내일 오후 친척의 결혼식에 가서 부조하려고 준비해 둔 봉투였다김 과장은 흰 봉투를 주며 말했다.

팁이라고 생각 말고 아가씨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생각하고 받아요.”

꺼내 봐도 될까요?”

마음대로.”

아가씨는 祝結婚이라고 쓰인 봉투를 열고 하얀 종이에 싸인 빳빳한 지폐 두 장을 볼 수 있었다. 아가씨가 김 과장을 찬찬히 바라다 보았다.

이제 가야겠네. 다음에 또 만납시다.”

…….”

아가씨의 눈에 물기가 서렸다. 아가씨는 김 과장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이런 곳에 있지만…… 선생님 같은……

아가씨의 두 눈에 눈물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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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4.03.13 소설은 사실같은 허구라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 웬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내가 예전에 경험했던 상황과 비슷한 면도 많아 어렵지않게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성인 남자라면 어머니, 누이, 선후배, 여자친구에 이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여성이 아마 이른바 '접대부'가 아닐까 합니다. 어두운 밀실에서 이 접대여성을 대하는 남성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소설속의 김과장같은 순정파에서부터 장사꾼처럼 사랑을 거래하려는 자와 인면수심의 파렴치한까지 ..... 옛 추억이 자꾸 떠오르네요.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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