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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중편소설(47)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4.07.23|조회수176 목록 댓글 1

김교수는 그 전에 어느 소설책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황진이는 조선 중종 때 개성에서 활약한 유명한 기생으로서 뭇 남자들이 홀딱 반하는 그런 여자이었다. 자만심에 찬 황진이는 개성에서 훌륭하다는 두 남자를 유혹하고 싶었다. 한 사람은 절에서 수행하고 있는 지족선사(知足禪士)이었고, 한 사람은 후진을 가르치고 있는 유학자 서화담이었다. 26세의 황진이는 어느 날 56세의 서화담을 찾아가 제자가 되고 여러 차례 서화담에게 육체적 사랑을 시도한다. 그러나 서화담은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이 황진이의 욕구를 매정히 뿌리친다. 황진이는 서화담이야말로 진정한 도덕군자라고 감탄하면서 떠난다. 그후 황진이는 지족선사를 찾아가 제자 되기를 청하여 제자가 된다. 며칠 후 어느 날 달 밝은 밤에 황진이는 요염한 자태로 지족선사의 방으로 쳐들어가 30년 동안 수행한 지족선사를 단 한 번에 무너뜨린다. 그리고서는 스님도 별 것 아니군하면서 절을 나와 버린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황진이의 관점에서 서화담을 칭찬하고 지족선사를 비웃었다. 그러나 김교수는 지족선사의 입장에서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지족선사가 보니 황진이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색의 괴로움이 역력하다. 이 여자를 그냥 두자니 색욕의 불꽃에 타서 그만 미치거나 죽을지도 모른다. 괴로워하는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주는 것은 일종의 보시이다.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보시도 있고, 가난한 자에게 재물을 주는 보시도 있다. 불교의 보시 중에서도 가장 큰 보시가 몸 보시라고 한다. 그러므로 지족선사는 황진이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라 하룻밤 사랑을 보시한 것이다. 황진이가 만족하며 떠난 후 지족선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본래의 수도승으로 되돌아갔으리라.”

 

이렇게 본다면 황진이를 끝까지 거절한 서화담보다는 지족선사가 한 수 위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아닐까? 지족선사는 원효가 말한 무애(無碍)의 경지에 이미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윤리 도덕의 기본적인 원칙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지족선사의 행동이 윤리에 반하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지족선사가 황진이에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니까. 피해가 아니고 오히려 기쁨을 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한다면 간통 또는 매춘이란 애매한 죄이다. 실제로 서양에서는 간통죄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1998년 여름에 미국의 신문과 잡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클린튼 대통령과 여직원 르윈스키와의 정사도 간통죄가 아니라 위증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유교 윤리를 따른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에는 매춘은 크게 죄라고 보지 않았다. 양반들은 살림살이가 먹고 살 만하면 기생방을 드나들고 으레 첩을 두었다.  김교수가 어렸을 때만 해도 첩을 둔 사람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아마도 기독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간통죄가 신설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말에서는 간통을 바람피운다고 표현했다. 어찌 보면 깊은 뜻이 있는 표현이다. 바람이란 무엇인가? 한 번 불다가 멈추는 것이 바람이다. 심각하다면 심각한 것이 바람이지만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사그러지는 것이 바람이다. 대중가요의 가사에서도 남녀 간의 사랑을 아름다운 죄라고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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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7.24 간통죄에 대하여 가장 최근의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간통죄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이 나왔고 현재 5번째의 위헌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국회에서는 2014년 4월 29일 헌법재판소가 그간 간통죄 합헌결정을 내렸던 형벌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에 이 결정의 소급효를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내려진 날까지만 미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를 하였습니다. 1953년부터 지금까지 약 10만명이 간통죄로 처벌받았지만, 앞으로 간통죄 위헌판결이 나더라도 지난 2008년 이후에 처벌을 받은 1만여 명만 구제가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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