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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장편소설(55) - 대금을 잘 부는 교수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5.07.26|조회수315 목록 댓글 3

며칠 후, K교수는 음악대학의 국악과 타)교수와 피아노과 파)교수와 미녀식당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타)교수는 유명한 국악인이었는데, 국립국악원에서 지휘자로 오래 근무하다가 몇 년 전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대금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파)교수는 유명한 피아노 연주자로 알려져 있었는데, 얼마 전에 대학교수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교수를 그만 두고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교수로 바꾸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타)교수와는 전 해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K교수는 대금을 배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져왔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어디에선가 들은 대금소리가 운명처럼 항상 K교수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공부하느라고 바빴는데, 교수가 되어서는 연구 논문 쓰느라고 바쁜 나날이 계속되었다. 남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여 논문을 내고 책을 쓰고, 열심히 강의 준비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취미 생활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교수가 된 지 7년 쯤 지나서 매년 반복되는 생활을 하게 되자 어느 정도 시간에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어느 날 K교수는 용기를 내어 타)교수를 연구실로 찾아갔다. K교수가 대금을 한번 배워 볼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타)교수가 말했다.

일단 환영합니다. 대금을 배우시면 새로운 세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금이 배우기 쉬운 악기는 아닙니다. ‘장구 3일 대금 10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장구는 3일만 배우면 대충 두드릴 수 있지만 대금은 10년 쯤 배워야 그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시작하시겠습니까?”

, 한번 배워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단소를 배우고 대금을 배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마침 다음 주부터 제가 단소 강의를 하는데, 수강 신청한 학생이 3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제 연구실에서 매주 목요일에 개인 교습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할까 하는데, 교수님도 오시겠습니까?”

좋습니다. 그럼 다음 목요일에 오겠습니다.”

 

 그러자 타)교수는 천으로 만든 덮개에 싸인 단소를 하나 주었다.

이것은 제가 교수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 거저 주시는 것입니까? 고맙습니다.”

타)교수는 단소는 공짜로 주었지만 교재는 책방에서 사라고 책 제목을 적어 주었다.

 

K교수는 그 다음날 책방에 가서 <단소율보>라는 책을 구입하였다. 그러나 목요일에 다른 일이 생겨서 단소 강의에 결석을 하였고, 그 다음 주에 다시 급한 일로 가지 못했고, 결국 단소는 배우지 못하고 말았다.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 것이다. 당연히 대금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대금을 배워 봐야지 라는 꿈은 항상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그 후 타)교수와는 점심 식사를 몇 번 같이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향이 같아서 금방 친해졌다. 1997년에 K교수가 후문 뒤 수기리로 이사온 후에 집에 한 번 데려 간 적이 있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신 후에 타)교수는 목조집의 널다란 마루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서 낮잠을 자고 간 적이 있었다. 교수는 예술하는 사람치고는 생각이 좁지 않고 폭이 넓었다. 독서를 많이 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어서 K교수와 잘 어울렸다. 타)교수는 술은 마시지 않았다. 젊었을 때에는 말술을 마시곤 했는데, 언젠가 한번 크게 실수를 한 후에 술을 끊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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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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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피리 | 작성시간 15.07.27 수강신청 3명으로 강의라니 교수라기엔 심하게 허무한 수준.. 젊은학생들이 피리에 관심이 있을리 없지요.
    요즘같으면 양심을 팔아서 추하게라도 살아남는 방식이 없다면 바로 퇴출감인 듯.
  • 답댓글 작성자단풍 나무 | 작성시간 15.07.27 소설인지 사실인지 혼란스럽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27 笑而不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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