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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및 에세이

이뭐꼬의 불교 이야기 (12)

작성자이뭐꼬|작성시간13.10.22|조회수323 목록 댓글 6

산은 산 물은 물 - 7

 

   결국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뜻이다. 불교의 화엄경에서 화엄이란 화려장엄한 세상을 말한다. 만공 스님은 세계일화(世界一花)라고 표현하여 이 세상을 하나의 꽃으로 비유하고 다음과 같은 법문을 남겼다.

          세계는 한 송이 꽃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산천초목이 둘이 아니다.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의 꽃

          어리석은 자들은 온 세상이 꽃인 줄을 모른다.

          그래서 나와 너를 구별하고, 내 것과 네 것을 분별하고,

          적과 동지를 구별하고, 다투고 빼앗고 죽인다.

          허나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

          흙이 있어야 풀이 있고, 풀이 있어야 짐승이 있고,

          네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네가 있는 법.

          남편이 있어야 아내가 있고, 아내가 있어야 남편이 있고,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자식이 있어야 부모가 있는 법.

          남편이 편해야 아내가 편하고, 아내가 편해야 남편이 편한 법.

          남편도 아내도 한 송이 꽃이요, 부모와 자식도 한 송이 꽃이요,

          이웃과 이웃도 한 송이 꽃이요, 나라와 나라도 한 송이 꽃이거늘.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이 생각을 바로 지니면 세상은 편한 것이요,

          세상은 한 송이 꽃이 아니라고 그릇되게 생각하면

          세상은 늘 시비하고 다투고 피 흘리고

          빼앗고 죽이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그래서 世界一花라는 참 뜻을 펴려면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참새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심지어 저 미웠던 원수들마저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요,

          다른 교를 믿는 사람도 부처로 봐야 할 것이다.

          그리하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하나의 아름다운 꽃으로 보는 것을 방해하는 3가지 안경 즉 선입견의 안경, 돈의 안경, 이성의 안경을 벗어야 한다. 우리가 3가지 안경을 벗고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보면 세상은 감탄할 정도로 장엄한 하나의 꽃과 같은 세계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임금님을 보고서 어른들은 옷이 근사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는 있는 그대로 보고서 임금님은 벌거 벗었다라고 외쳤다. 이야기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어른들은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지 않는다. 자꾸 여러 가지 안경을 통하여 왜곡된 세상을 보고 말한다그러므로 진리는 어린아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웠다는 말이 있다. 교육을 통해서,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지식을 자꾸 늘려가지만 세상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에서는 점점 멀어져 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슬픈 일이다!

   나는 예수님의 가르침도 부처님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꽃과 새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예수님이 직접 말씀하셨다.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 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릴 수 있겠느냐? 또 너희는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느냐? 오늘 피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늘 하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마태오 7:19-34) 예수님의 말씀 중에서 가장 생태적이고 감동적인 구절이어서 다소 인용이 길어졌다.

   불교에서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간단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날이 좋은 날! (日日是好日, 일일시호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성철 스님의 법어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지혜는 한 송이 꽃과 같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서 나날이 좋은 날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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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22 치욕적인 10.27 법란 이후 불교계는 혼란과 절망에 빠졌다. 당시 세상은 참으로 흉흉했다. 모든 언론은 보도지침에 따라 신군부가 적어주는 대로 기사를 쓸 수 밖에 없었다. 보안사와 중정 요원들은 백주에도 영장 없이 사람을 붙잡아가 고문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말조심을 하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였다. 이러한 때에 성철 스님은 1981년 1월 20일에 조계종 제7대 종정에 추대되었고,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를 내리신 것이다.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22 요즘에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말이 금방 유행하듯이 이 법어는 당시에 엄청나게 유행했다. 동창회에서도, 술자리에서도, 각종 토론회에서도, 이 법어는 여러 상황에 인용되었다. 사람들은 이 법어를 인용하면서 은근히 신군부를 비난하는 쾌감을 느꼈고, 캄캄한 현실 속에서도 세상이 결국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가 있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진리는 진리로서 존재하고 그 진리에 따라 세상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 작성자이뭐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3.10.22 12회에 걸쳐서 쓴 불교 이야기는 오늘로써 마칩니다.
    불교신자도 아니면서 불교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공자 앞에서 문자쓰는 격이 되지 않았나 걱정됩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종교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 모레부터는 기독교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 작성자있는그대로보라 | 작성시간 13.10.22 2013년에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에서 발생한 수원대 사태를
    여러가지 안경을 통하여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본다면
    당신은 무어라고 말하시겠습니까?
  • 작성자가을하늘 | 작성시간 13.10.22 그 동안 이무꼬님이 올리신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우고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이제'아는 만큼 얼마나 행동하느냐'는 저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행동하는 만큼 조금씩 고민도 줄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낌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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