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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꽃 진 자리에

작성자강바람|작성시간26.06.12|조회수24 목록 댓글 6

동백나무에 열매가 맺혔습니다.
이녀석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고
저와 같이 산 것만 43년입니다.
좁은 화분 안에서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라서
뭐, 가족이나 다름 없고요.
이런 녀석이 모두 여덟 인데
그 중 넷은 아예 꽃 피워 본 적 없습니다.
할매는 숫동백인가보다 하지만
저는 해마다 '혹시나?' 합니다.
또 둘은 필 때도 있고 거르기도 해서
꾸준하게 피는 것은 둘 뿐입니다.
25~26 동백은
두 나무, 스물한 개의 꽃망울 중
무려 스무 개나 꽃을 피워냈습니다.
게다가 실한 열매까지 하나 맺었으니
더할 나위 없는 풍년이었고요.

그럼에도
화려하게 핀 스무 개의 꽃보다
끝내 못다 핀 꽃망울 하나가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밥 먹다 체한 것처럼
마음이 불편하고 아쉬워
마지막으로 진 꽃 두 송이는
시들기까지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는데
내 염원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요?
그 마지막 꽃망울이
뒤늦은 4월 하순에 어렵사리 피어
밋밋하던 베란다를
화사하게 채워주었습니다.
때를 놓친 탓에
모양새는 조금 아쉬웠으나
모자란 대로 제 몫을 다해내니
마냥 대견할 뿐이었습니다.
덕분에 예년과 달리
5월에도 동백을 볼 수 있는,
흠잡을 데 없는 진짜 풍년이었고요.
문득,
'나의 지난 1년은 어땠나'
속으로 추려보았습니다.
겨우 솟대 두어 개가 전부라
딱히 한 일도, 남긴 것도 시원찮으니
마음으로는 '빵점'입니다만,
그렇다고
진짜 빵점이라 인정하기엔 그렇고,
1점이라도 주자니 그것도 그래서
실없는 웃음으로 얼버무립니다.

어쩌다 얻은 동백 씨앗 하나로
년말에나 하던 넋두리를
유월 염천에 하게됐습니다.
이 여름 땡볕은
또 얼마나 사나울지 지레 겁나지만
다가오는 겨울에도
붉고 건강한 꽃을 보려면
나나 동백이나
모두 잘 견뎌 내야겠지요 .
읏샤읏샤 !
우리 모두 건강한 여름 납시다...^^

- 2026.06.12 강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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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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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강바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1. 너무 무겁습니다.
    2. 나가도 둘 곳이 없습니다.
    3. 또 들어와야 합니다...ㅡ.,ㅡ
  • 작성자木川 | 작성시간 26.06.12 동백은 아니지만 저와 비슷한 나무?아니 화초를 사연있게 키우시고 계시네요ᆢ
  • 답댓글 작성자강바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3 동백이든 아니든 나무를 가꾸고 키우는 게 다 비슷한 이유 아닐까요?
    다만, 좁고 어둡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 이런저런 이유로 가끔 투덜거리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들 보는 게 즐거우니 그거면 됐다 싶습니다...^^
  • 작성자보현(한일환) | 작성시간 26.06.18 그 놈들이 형님 마음을 아는 게지요~~..모든 만물이 다 다르니 저도 그 중 일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강바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나 또한
    늦게 핀 저 녀석처럼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으로
    일어 섰는 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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