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날
변 삼 학
삼계탕 집에 모처럼 아내와 마주앉았다
선풍기 회전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스칠 때마다
하얀 이랑길이 골골이 열린다
언제부터 갈대꽃이 그녀 머리에 만발했을까
처진 그녀의 목주름 사이서도 더위가 골골이 흐른다
선풍기 목을 젖혀 그녀 쪽에 고정시킨다
익숙지 못한 내 작은 친절이 어색했을까
그녀도 엉겁결에 선풍기 목을 내 쪽으로 돌려 세운다
다섯 아이 낳은 몸 자루 아직도 허기에 찬 것인가
그녀는 내가 먹다 남긴 닭목을 가져다 먹는다
한때 싼 맛에 벌건 벼슬이 꼿꼿이 달린
닭 머리와 목을 종종 사다 허기를 채운 적 있었다
그 맛이 중독된 것일까
궁핍의 과거가 늙으면 궁상이 되는 것일까
막노동꾼 아내 그녀가
산모가 될 때마다 나는 왜 번번이 빈손이었는지
젖배 골은 아이 다 자라서도 약골이 되듯
아이 낳은 빈 뱃골 채우지 못하면 평생 가는 것인가
몇 잔의 술을 나눈 탓일까 꼭 짜놓은 하얀 행주 같은
그녀의 얼굴에 다홍다홍 다홍빛이 베어든다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김효정 작성시간 07.08.02 명민하시고 으젓하신 사모님 얼굴이 오버랩 되는데요?
-
답댓글 작성자김효정 작성시간 07.08.03 구인환 교수님 사모님을 말씀 드린겁니닷~~~ㅎ
-
작성자이현실 작성시간 07.07.31 네. 아름다운 감동이 잔잔하게 가슴속에 물무늬를 만듭니다. 선배님 먼 여정 잘 다녀오셨다니 반갑습니다.
-
작성자변삼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7.08.02 구인환 회장님 더위에 건강하신지요? 지남번에 드린 제 말에 부담갖지 말아주시기 바라비다. 김효정님 제 졸작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제 이름 때문에 제가 남자인줄 아시는 군요. 여자입니다. 이현실 아우님 여러모로 마음 쓰주어서 고마워요. 모두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김효정 작성시간 07.08.03 아니구요~~변삼학선생님 얼굴을 제가 예전에 한국문학도서관 서재의 사진을 인터넷으로 찾아 뵈었지요...그래서 글도 많이 감동 받았답니다...여자로서의 같은 맥락의 느낌 공감 같은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