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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詩 읽기

안쓰러움 / 나태주

작성자여 백|작성시간08.08.08|조회수246 목록 댓글 3

안쓰러움 / 나태주
 
 
오늘 새벽에 아내가 내 방으로 와
이불없이 자고 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고 있는 내가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잠결에도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어젯밤에는 문득 아내 방으로 가
잠든 아내의 발가락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돌아왔다
노리끼리한 발바닥 끝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달만한 발가락들이 많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내도 자면서 내 마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다른 방을 쓰고 있다
 


 

[감상]


화자부부가 어찌해서 오래전부터 다른 방을 쓰고 있는지는 이 시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방을 쓰고 있음에도 서로에 대한 연민이 묻어나는 행위들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을 자고 있다 해도, 이불을 덮어주는 상대의 행위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전파나 다름없습니다. 잠결이나마 어렴풋이 그가 배우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체에서 순간적으로 증폭되는 연민을 느끼리라 생각되네요.


화자는 노리끼리한 발바닥 끝에 올망졸망 매달려있는 작달만한 아내의 발가락들을 많이 안쓰럽게 생각했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 그 모습에서 [세월]과 [함께]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특히 몸에서 오고 가는 것을 담당하는 부분이 바로 발인데, 그런 배우자의 발이 일정거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서 안도하며 고맙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마음이 또한 연민을 강화시킨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각방을 쓰는 이유로는 어쩌면 조그만 의견차이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짐작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사랑싸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랬든 아니든 화자는,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고 있는 자신을 많이 안쓰럽게 생각했을 것으로, 아내의 마음도 잘 읽어 냅니다. 이쯤 되면 잉꼬부부라 해도 손색이 없겠네요.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데는 자식이니 친구니 해도 역시 부부가 제일인가 봅니다.   -- 여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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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수향 | 작성시간 08.08.09 여백님,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닉을 알고 나니 이곳에서 찾기가 쉬웠습니다. 감상을 쓰시고 계셨군요. 나태주선생님의 시집을 읽고 계시는군요. 저도 다시 몇 번을 읽고 다시 또 읽으려 합니다. 각방을 따로 쓰고 있다는 것, 의견차이일 수도 있다는 걸로 감상하신 것 공감하고 갑니다. 건안하세요.^^
  • 작성자여 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8.12 수향님, 무주에서는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보니 바람처럼 가버리고 없더군요. ^^
  • 작성자수향 | 작성시간 08.08.16 네 여백님, 저도 무척 반가웠습니다. 계단 입구에서 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곤 했었는데, 둘째 날, 같은 자리에 앉아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집에서 연락이 와서...정말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기회되면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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