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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수업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작성시간08.09.25|조회수113 목록 댓글 6

가은떡방아간 민지엄마랑 나랑 둘이서 첫 기타 수업을 했습니다.

중학생들은 10월 말에 있을 학교축제가 끝나면 다시 이야기 하기로 했고요.

첫 수업이 있기 전에는, 선생님이 너무 의욕이 넘치셔서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ㅎㅎ(이건 아는 사람만 압니다)

첫 수업을 하고 민지 엄마는 매우 만족스러운지 흥분상태로 '기타를 구해야지'를 반복해서 외쳤습니다.

하긴, 그녀가 좀 흥분을 잘 하는 기질이라(이래뵈도 나는 가끔씩은(?) 좀 싸늘합니다) 얼마나 오래 갈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하하..

 

기타 수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배우는 사람이 기타를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기타가 그리 싼 물건이 아니라는 것.

무엇보다도 앞으로 쭉~ 열심히 한다면야 비싼게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나로말하자면, 솔직히 모든 수업에 집중을 잘 하지 못합니다. 

고백하자면, 항상 마음속이 다른 곳을 헤매고 있지요.  

 

수업은 모래실 방에서 했는데 차를 마셔가면서 노래를 불러가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연습하라고 기타를 두고 가셨는데 현재까지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음, 기타....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어서 사실은 기타를 좀 무서워 합니다.

사실은, 고등학교 일학년때 돈을 모아(그 당시 돈을 '모은다'는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타를 사고 독학용 책을 샀던 적이 있는데, 첫 날에 오빠가 손잡이를 잡고 벽에 쳐서 부러뜨렸습니다. 밖에서 기분이 안좋아서 들어온 오빠가 말 한마디 없이 뺏아서 저지른 일이라 나는 그냥 가만히 당했지요. 놀라서 우는 나의 뺨까지 한대 때린 후 내지른 오빠의 한마디,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공부나 해!" 

학교가 맘에 안들어서 매우 의기소침해 지내던 내게는... 기타를 배우려는 시도가, 현실을 견뎌내기로 작정한 첫 걸음이었는데... 

그후론 기타를 보면 뭔지 모를 답답함이 치밀어 오르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괜챦지만(과연 그럴까..), 아직도 기타를 보면 그때 그 장면부터 떠오르지요.

그 답답함은 기타때문이라기 보다.... 구타가 무서워서 탈영까지 한 경험이 있는(우리집이 발칵 뒤집히고 집으로 찾아온 상관에게 엄마가 몫돈을 만들어 쥐어주는 걸 봤습니다) 오빠의 고통과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탓이 더 큽니다.

우리집으로 말하자면 아버지가 너무 연하셔서 자식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특히나 오빠는 귀한 장손이라고 더 곱게 자랐는데, 그눔의 군대가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만든 것이지요.

벽에 얌전하게 세워둔 기타를 보며, 가끔씩 그렇게 분노를 쏱던 오빠가 생각나네요.

 

다음 수업에는 꼭 기타를  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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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9.25 그 정도로 가장 아픈 기억이라니.... 그건 그저 작은 긁힘 같은 거야. 내 사춘기는 온통 가시덤불이어서 옴짝 달싹 할 수가 없었지. 그저 기타와 구타에 관한 기억 한 조각일뿐-. 기타는 군대에 가서 달라고 해야겠지^^. 아, 잊혀지지도 않는 그 파란 지폐뭉치!!! 급하게 이웃집에서 꾸어다 준 그 돈을 갚느라 힘들었을 가난한 엄마.... "이틀내로 아드님이 안돌아오면 저도 어쩔수 없으니 알아서 하십시오"했던 그 무서운 목소리...
  • 작성자뜬구름처럼 | 작성시간 08.09.26 모든 것이 군대와 오빠라는 남자와 가족이라는 얽히고 설킨 실타래!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실마리는 사춘기라는 것과 돈과 엄마의 고단함을 보며 고뇌를 했을 성숙한 한 여고생을 보면서 또 생각에 잠긴다... 기타에 몰입하소. 나도 오카리나에 혼신을 다해 볼테니.ㅎㅎ
  • 작성자물푸레 | 작성시간 08.09.26 언니 기타수업을 하고싶은 열망은 있으나, 수요일날 저녁 때 나간다는 소리를 못하겠더라구요. 도저히 넘 병호형한테 미안해서리. 기;타에 대한 욕망은 학기 중에는 영 안될 것같아. 방학이라면 모를까
  • 작성자대지 | 작성시간 08.09.29 묵혀둔 기타가 있긴 하오나 기냥 드린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소이다.. 무언가 찬양을 해보시든가..아님 맘에 있는 아부라도 한소절...ㅎㅎ..
  • 작성자미타쿠예오야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8.09.29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것 같은 이내 사랑을... 이거 연습해 갖고 너한테 바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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