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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국

작성자물푸레|작성시간14.12.01|조회수163 목록 댓글 5

 

 

 

 

슬픈 국

            - 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 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하겠다

 

고깃국은

 

봄이다. 고깃국이

 

 

 

 

*******

오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데 우연히 이 시를 읽었다.

김영승의 시는 어쩐지 슬프다

선배의 결혼식 사진에서 김영승은 내 옆에 서있다

그 표정도 슬프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뭘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반성』이라는 그의 시집을 읽다보면

눈물은 나오지 않는데 슬펐다

대신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슬픈 국을 반복해서 읽다가

몇줄 메모해본다

 

 

슬픔은

 

 

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잠시 나무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처럼

오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내 몸 어딘가

깊은 우물이 있어

고여있는 것이다

누군가 퍼올려도

늘 출렁이고 있다

슬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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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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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윤배 | 작성시간 14.12.01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답댓글 작성자물푸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2.02 고맙습니다
  • 작성자범바우 | 작성시간 14.12.02 비단 새 학명은 딱새---- 인간을 보호병으로 이용하는 새 ... 제비도 사람을 이용하는 지혜..
    창가에 왔다가 사라지기에 .... 이쁘고 귀한, ... 만약 살면서 똥 싸면 밉고 쫓아 버릴...-
    새는 공생을 택했고 .... 다만 새에게 감정을 씌우는 것은 사람의 현재 마음이 아닐까. ..?
  • 작성자옛집 | 작성시간 14.12.02 시 쓴 이가 고등학굣적 같은 반 동무였던가
  • 답댓글 작성자물푸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12.02 아뇨 친구이긴요. 형님 나이또래일까 싶은데요. 제가 대학교때 이미 유명한 시인이었죠. 저랑 같이 시공부하던 제일 친한 언니가 시인이랑 결혼했는데, 그때 같은 하객으로 와서 제 옆에 서서 사진 찍었어요. 술냄새 엄청 풍기면서, 늘 술에 취해서 이런 시를 썼지요.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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