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원 가는 길에 난 정말 아름다운 장면을 봤다. 장님으로 보이는 듯한 부부가 아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들의 어깨에 어머니의 손이, 어머니의 어깨에 아버지의 손이 올려져 있었다.
그렇게 부부는 중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아들에 의지하며 걷고 있었다. 그렇게 그 가족이 사라질 때까지 뒤를 돌아보다가 학원에 늦을 꺼 같아 고개를 돌렸지만 집에 와서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다.
왠지 그날 하루가 바람도 선선하고 하늘도 푸르게 보였던 게 그 아름다운 가족을 만나서 였는지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고나서 엄마께 ‘엄마, 가족이란 말이야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사는게 아닐까’하고 말씀드렸다. 난 늘 지치고 무거운 내 손을 엄마 아빠 어깨에 올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또 어깨에 올려놓는 게 당연하다고 느낀 건 아닌지 하고 내 자신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보기엔 우리 가족은 참 화목한 가정이다. 우선 불교라는 종교에 큰 인연을 맺고, 다정다감하고 한없이 자상한 아빠에, 늘 열정적이게 사는 엄마에, 마음 여리고 순순한 언니에, 그리고 애교많은 막내딸인 나까지 늘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하지만 난 늘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가족들에게 제대로 무언가를 해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늘 밤늦게 지친 몸으로 돌아오시는 아빠께 ‘아빠, 힘드셨죠? 이제 좀 쉬세요’하고 한마디 하지 못했고, 엄마가 어깨 한 번 주물러 달라고 하면 5분 정도 주물러 드리고 말았고 고3수험생인 언니가 물 한잔만 갖다 달라고 하면 결국 갖다 줄거면서 별의별 생색을 다내곤 했다. 생각해보면 늘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사람이란 참 이기적이라서 무언가를 받으면 계속 받고 싶고 남에게는 베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엄마아빠께 계속 받고만 자랐으니 받는 줄만 알았지 베푸는지는 몰랐던 것이다. 늘 남에게만 잘하고 왜 정작 가족한테는 소홀히 대했는지 그 가족을 보면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리고 하루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봤는데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하고, 보니 참 오래 걸리는 거 같았다. 그래서 ‘엄마, 늘 이렇게 반복하는 거 안 힘들어? 난 정말 엄마역할 제대로 못할 것 같아. 너무 힘들어 보여.’라고 말하니, ‘희수야,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어. 엄마는 너희들의 엄마이고 이건 엄마의 역할이야. 물론, 엄마도 힘들 때가 있지 왜 없겠니 하지만 엄마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껴. 그리고 너희들이 엄마 맘처럼 잘 커주지 않는 게 엄마 맘을 힘들게 하는 거지, 결코 이런 일이 엄마를 힘들게 하진 않아.’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난 할 말을 잃고 그런 한심한 질문을 한 나를 탓했다. 그리고 꼭 가족에게 헌신적인 우리 엄마와 같은 엄마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작가인 펄벅은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라는 말은 남긴 적이 있다.
이처럼 난 가정이란 대지에서 나의 정신적인 면이나 모든 면에서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있었다. 이 영양이 나를 한발자국 더 성장시키고 있는지 모르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란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이제부터는 내 어깨에 엄마 아빠의 지친 손을 올려드리고 싶다. 비록 아직은 작지만 곧 성숙해질 내 어깨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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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주 작성시간 07.08.30 애교많은 막내딸인 희수님! ^_^ 감사한 일입니다. 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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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보강 작성시간 07.08.30 _()_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복밭입니다.아니 복전입니다.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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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무진당 작성시간 07.08.31 희수님이 이번 방학동안 부쩍 어른이 된 것 같군요. 에구...근데 그 나이때는요, 부모님 속도 썩혀 드리고 반항도 좀 하고 개기기도 하면서 나중에 후회할 꺼리를 많이 만들어야 되요.(ㅋㅋㅋㅋ.승진행님 못 본 걸로 해주세요~). 너무나 이쁜 희수님!쵝오쵝오쵝오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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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해천 작성시간 07.08.31 벌써부터 가족구성원중의 나, 그룹속의 나, 전체속의 나를 생각할줄 아는 희수님의 마음이....참으로 한량없이 넓어 보이기만 합니다........전생으로부터 이어져 온 선근공덕으로 인해 정말 불심 깊은 부모님과의 인연 그리고 마음 따뜻한 언니와의 인연으로 인해.....요즘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밝고 맑은 마음의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는 멋진 오늘의 희수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희수님....마음의 눈이 너무 예뻐 보여요........감사합니다..........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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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감초 작성시간 07.09.11 절에서 스님들과의 생활 큰 보탬으로 마음에 자리 하고 있음입니다. ^^ 희수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_()_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