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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는 서울, 살러오는 밴쿠버

작성자철영67|작성시간10.05.07|조회수68 목록 댓글 7

요즘 그리스나 스페인이나 경제상황이 아주 나쁩니다. 아마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맛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리스나 스페인에 놀러간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닐겁니다. 그곳 돈 가치가 떨어졌을 테니 더 신날지도 모릅니다.

밴쿠버에도 놀러 오셨다가 이민을 오게 됐다는 분들을 여러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놀러가는 것과 살러가는 것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작년 봄 서울을 방문했을 때 수십년만에 화동 경기 중 고등학교 자리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금은 정독도서관이지요. 지하철 안국역에서 내려 안국동 로타리에서 풍문여고 덕성여고를 지나 쭉 올라갔읍니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보다 학교 올라가는 길이 많이 고급화가 되었더군요. 다만 국민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를 다녔었는데도 그 길이 왜 옛날에 비해 좁고 짧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 정문을 지나서 오르막 길은 옛 그대로 모습이고 학교도 그대로 모습이라 반가왔습니다. 요즘 서울에서 옛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맨날 뺀드부 친구들이 나팔을 불어대던 음악당은 식당으로 바뀌었고 앞쪽의 고등학교와 뒤쪽의 중학교가 변함없이 옛 모습대로 도서실로 사용되더군요. 3교시쯤 식당에서 솔솔 풍겨 나오던 카레라이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았읍니다. 학교를 돌아 보고 나오면서 그래도 유서깊은 자리를 도서관으로 만든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조금 밝혔듯이, 명동 예술극장에서 만난 대구근교에 사는 친구와 하동관에 가서 곰탕을 먹었는데 그 친구가 이렇게 맛있는 곰탕은 처음 먹어 본다고 했읍니다.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명동을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다가 명동성당을 들어가 보았읍니다. 본당 뒤를 돌아들어가 보니 명동 성당이 그렇게 큰 지 처음 알았읍니다. 명동성당에서 나와 옛날 코스모스 백화점인가요? 명동입구에 가장 비싼 땅에 서 있으면서 번번히 망해 나간 자리입니다.  새로 renovation 을 했는데, 의외로 먹고 노는 가게만 있을 것 같은 명동 중심건물 지하에 영풍문고가 있읍니다. 영풍문고 내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2층의 커피숖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읍니다. 그 친구는 주위를 둘러 보며 자기는 이런 곳은 젊은이들만 들어 올거라고 생각하고 커피숖을 아예 안 간다고 해서 제가 클럽도 아니고 커피도 젊은이들과 못 먹느냐, 그건 "너무 오버다 "라고 했읍니다.

 

물론 그 친구는 대구근교에 살지만 두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 가끔 서울에 올라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청계천은 가 봤니? 했더니 안 가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완전 촌놈이네, 우리가자.  우리는 명동에서 출발 청계천을 지나 옛날 문화방송 자리를 거쳐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 시청 앞으로 나와 다시 챠이나타운 골목을 돌아 다시 명동으로 들어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종로학원 재수 시절에 누비고 다녔던 종로입구와 광화문 일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리고 서울고등학교는 서울역사관 인가로 바뀌었더군요.

 

저녁을 신정에서 곱창전골을 먹으면서 연애시절 여기서 곱창전골을 같이 먹고 헤어진 여자 이야기를 잠깐 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도 아는 여자였으니까요. 지금은 미국 휴스턴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녁을 마치면서 그 친구가 그럽니다. 너는 밴쿠버 사는 놈이 서울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니?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너는 여기 사는 사람이고 나는 놀러 온 사람이라 그래.

 

확실히 사는 사람과 놀러 온 사람은 같이 돌아 다니면서도 보고 느끼는 점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과거 이민 초기 힘들었던 시절에 밴쿠버에 놀러 왔던 친지나 친구들의 태도를 어느정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철영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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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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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Elmer | 작성시간 10.05.08 저의 경우 눌러왔던 곳을 동경하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요. 저는 위니펙에서 대학도나오고 취직도해서 안정된 생활을하고 있었는데 1985년엔가 이곳 뱅쿠버에서 만국박람회에 구경왔다가 (8월 중순경) 이왕 캐나다에 산다면 왜 하필 위니펙에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엇지요. 그때 명신형의 후의로 일주간 정도 명신형 댁에 머무는 동안 매일 청명하고 알맞는 온도에 모기가 그러나 그때는 비가 많이 오는 줄은 몰랐지요.
  • 답댓글 작성자unclevan | 작성시간 10.05.08 근데 저는 여기 오기전 토론토는 딱 한번 가봤고 밴쿠버란 곳을 한번도 와본일이 없었는데 그냥 한국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라 1975년 이리로 오게 되였지요. 겨울에 비는 많지만 후회하진 않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76이종민 | 작성시간 10.05.09 겨울에 비가 많아서 거리가 깨끗하고 나무가 년중 푸르지 않겠습니까?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unclevan | 작성시간 10.05.09 비때문에 나무들이 잘자라 이지역 산림들이 울창하구 "Temperate Rain Forest(溫帶雨林)" 이라 부르지요.
  • 답댓글 작성자철영67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0.05.09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신정은 옛날부터 안성에 목장을 가지고 식재료를 자체공급한다고 광고했었읍니다. 안경도 안쓰고 그냥 옛날 생각하며 무심히 주문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저희가 먹은 곱창도 그 목장에서 나왔으니 한우곱창 이었읍니다. , 곱창도 한우라고 보통 백화점 식당에서도 곱창전골이 둘이서 5만원 정도 인데 신정에서 둘이 먹고 거의 10만원 내고 나왔읍니다. 기절(?)할 뻔 했지요. 한우곱창 이라고 호주산 곱창하고 차이는 없었읍니다. 주의요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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