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꼬맹이들과 요리를 만들었어요.
작은 텃밭에 심어 놓은 상추며 바질이 무럭무럭 자랐고,
토마토도 조금 익어서요~~
아이들이 저에게 따야할 바질을 가르쳐 주네요.
볼록 튀어나온 걸 따야 안 쓰다는...
오목한 거는 써서 별로래요.
일단 수돗가에서 깨끗이 씻어 흙을 털어내고..
토마토는 씻어 꼭지를 따고...
(심은게 얼마 안 되서 사왔어요. 내년에는 대량 재배를 해 봐야겠어요~)
양파와 감자, 버섯을 씻어 자릅니다.
요 3명이 양파까다가 얼마나 울었는지요. ㅜㅜ
'버섯은 안 맵네... '
"야! 버섯은 이렇게 잘라야 예쁜 모양이 나온다고..."
다른 한 팀은 토마토를 찧고 있어요.
이젠 좀 실력이 되서 주변 다 어지르지도 않고,
요리 실력도 좀 되는.
온아와 별이가 저은 휘핑크림을 섞어서
열심히 볶습니다.
우리만 잘 먹을게 아니라
전교생 모두 풍성히 먹게 하려고
25인분이나 준비했걸랑요.
한쪽에서 으깬 토마토와
작게 자른 바질을 섞어
믹서기로 잘 갈아 섞었어요.
바질향이 좀 적어뵜는데...
그래서 아까 애들이 쓰다고 버린 바질이 생각났는데
애들은 토마토 향이 강한거라 하네요.
그래, 그런 거겠지. 쩝
갈아 만든 바질 + 토마토 소스를
잘 볶은 야채에 섞습니다.
여러 쉐프님들이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우며 소스를 만듭니다.
중간 중간 간을 보는 기미상궁들!
자세가 딱! 아줌마, 아저씨네요. ㅎㅎ
면도 25인분을 삶습니다.
양이 많아 아래쪽 몇 가닥이 타기도 했는데,
누룽지맛 파스타라고 맛있어서
우리가 다 먹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먹었습니다. 강압은 없었슴둥~)
파스타 25인분.
보이시나요? 저 어마어마한 양을...
에포크 시간으로 다 못 끝내서
두번째 면삶기는 오김수희선생님께서 해 주셨어요.
땡큐~~~
우리는 3, 4교시는 신나는 흙작업을 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어요,
안그래도 전교생이 학교에 진동하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부엌을 계속 들락날락 했거든요.
그렇게 기대에 찬 이들에게
각 학년별로 풍성히 음식을 나누었어요.
단순히 음식을 주문, 조리 - 배달하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고대하고 기다리던 이들의
기대와 기다림을 충족시켜 주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누군가에게 그런 환호를 받는 일이 얼마나 축복인지
아이들 표정에서 읽어낼 수 있네요~~~
배달을 다녀온 어떤 친구의 걸음에서 볼 수도 있고요~~
음식을 만드는 일이
단순히 내 허기를 채우는 일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만들고 함께 나눌 때,
타인에게 줄 수 있고,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 ㅡ 행위'임을
아이들이 몸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담임의 잡소리는 담임의 큰 머리속에서만
일하게 하고,
자~~ 이제
우리는 맛있게 먹자~~~
그리고 면이 불었다고 투덜거리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건,
바로 우리 가슴 한 구석이
따듯하기 때문일 거에요.
우린 음식이 아니라,
바로 그걸 먹고 산다고요~~
그걸 가르쳐주려 농사와 요리 수업을 한 거 아니었나요?
이 바보 뜨꾸 선생님아...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서현유정엄마 작성시간 24.07.06 쌀로 떡 지을때 저도 꼭 챙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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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자(태인승아온아맘) 작성시간 24.07.06 선섕님이 보유하고 계시다는 자격증이 양식인가요?
어떤 파스타를 만들었나 했더니 거의 식당퀄인데요.
온아는 양파썰기 조가 아닌데도 눈물을 뚝뚝흘렸다고 하더라구요~
신나서 상기된 얼굴들이 너무 예쁘네요^^ -
작성자시욱 엄마 작성시간 24.07.07 수확도 참 기뻤을 아이들이
요리까지
넉넉한 양으로 나누어 먹기까지
하루가 마냥 풍성하고 넉넉한
날이었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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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시간 24.07.07 금요일 저녁으로 스파게티를 해먹으려고 했더니 유단이랑 승아가 학교에서 먹었는데? 하더라고요. 그럼 다른 거 하겠다 했더니 학교에서 먹은게 맛있었는데 한입이었다며 스파게티 좋다고 하더라고요. 더 먹고싶었을 아쉬운 마음 달래는 차원에서 저희는 김치스파게티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둘 다 맛있더라도 만들어진 토마토 소스 부어 편하게 만든 스파게티와 직접 심고 길러서 딴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스파게티와 어떻게 같겠어요. 지금 당장은 몰라도 언젠가는 아이들이 그 차이를 그 가치를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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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리후유나엄마 작성시간 24.07.10 면이 불면 양이 많아진다는 효준이의 말에 머릿 속 전구가 탁 켜진 느낌이에요. 넉넉한 마음씨 정말 사랑스러움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