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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교단일기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작성자장승규|작성시간22.04.11|조회수151 목록 댓글 4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ㅡ 이호우, 開花



아이들이 드디어 글자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자음 ㅅ부터 글자를 가지고 놀고
만들고 움직이고 써 가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고 읽어가는 일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하늘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 보입니다.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추상적인 기호인 문자가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어렵겠어요. . .

그럼에도 각자 최선을 다하고
더듬더듬 한 글자 한 글자 익혀나가는 걸 보면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심조심
정성껏
이게 맞던가? 뭔가 좀 이상한데...
뭘 더 써 넣어야하지?
고민 끝에 하나씩 찾아갑니다.
휴~~ 다 만들었다.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도 봅니다. ...
숨... 숨이라
다 만들고 감격해서 우는 건 아니겠죠? ^^
집중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혹시 사진에서 뭐가 달라졌는지 눈치 채셨나요?

아직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이 글자의 초성, 중성, 종성을 구분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더 놀라왔던 건
다들 초성은 빨강, 중성(모음)은 노랑, 종성은 파랑으로 만들었더라고요.
근데 색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각 낱자와 색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다는거죠..👍


다시 감상~~


정성을 들여 한 글자 한 글자 만들어 내고
그 글자를 신기한 듯 가만히 바라보는 아이들을
저도 가만히 바라보면서
저 또한 많이 생각하고 배우게 됩니다.

한 글자 글자마다
고 조그만 손으로 작은 매듭을 옮기고
그렇게
아이의 글씨체가 태어나는 순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경이로웠습니다.


한 잎 두 잎 꽃이 피는,
그래서 한 하늘이 열리는 이 계절.

한 글자 한 글자 배워가며
새로운 하늘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순간들을
우리 사랑스런 1학년들은 보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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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욱 엄마 | 작성시간 22.04.11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알림장부터
    꺼내와 “숙제해야지~”하며
    글씨쓰는 연습을 해요. (신통방통~~)

    산 ,숲 ,사람
    연필로 먼저 쓰다가 뭔가 갸우뚱~
    아~
    손으로 따라 쓰고, 눈으로 따라 쓰고
    그리고 공책에 쓰는걸 보며
    조금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며
    난이도가 상 이네 했답니다.
    딱지에도 써보고. ㅎㅎ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11 ㅋㅋ 맞아요. 난이도 상~입니다.
    발돌 교육, 쉽게 보여도 해보면 어려워요. ^^;;

    어렵게 어렵게 공부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집에서 많이 북돋아 주세요.
  • 작성자리후유나엄마 | 작성시간 22.04.11 유나도 시옷 들어가는 낱말들에 심취해있어요. "엄마 삿갓 알아요? 모오자에요! 시옷이 두개나 들어가지요?" 손가락으로 따라쓰는 모습이 참 기특하고 귀여워요.

    리후도 옆에서 "반대는 시옷 안들어가는데 반댓말에는 시옷 받침이 들어가요~~바다에는 안들어가는데 바닷가에는 시옷받침이 생겨요. 엄마 맞지요? 리후도 배웠다요~~" 눈 반짝반짝하며 이야기합니다.^^

    남매간 시옷 대결이라고나 할까요ㅎㅎ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14 남매간 시옷 대결, 재밌겠는걸요?

    왜 저렇게 배우는지(배워야하는지) 반모임때 알려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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