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토요일 오후 4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유단이 포함 우리 학교 아이들 6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광주YMCA 드림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회가 있었어요.
6월10일은 바자회와 우리 학교 여는 날이 함께 진행된 날이기도 했지요.
아이들에게 학교를 여는 행사란 어른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아이들은 요청받은 공연만 하면 되는 거라서 구미를 당기는 '꺼리'가 안되죠.
하지만 바자회!
먹거리와 체험과 물건이 풍성해서 보기만 해도 즐겁고 흥겨운 바자회가 열리는 날인데, 하필 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회와 겹쳐서 리허설 때문에 1시까지 공연장에 모여야 한다니 우리 집 8학년 아가씨는 입이 댓발은 나왔습니다. 바자회는 10시 반부터 시작되었는데 학교 공연이 12시로 잡혀 있어서 6명 아이들은 공연을 마치자마자 드림오케스트라단 리허설장으로 달려 가야했죠. 바자회를 제대로 즐길 시간이 없어서 속상해 했어요.
저는 바자회 판매부스 담당이었고 유단이 아빠는 아빠들 밴드모임 기타담당이었는데 우리 부부도 바자회를 마무리도 못하고 학교를 빠져나와야 했어요. 유단이의 첫 공연인데 안갈 수가 없었죠.
드림청소년오케스트라는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충장로 YMCA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금관악기 파트는 없다 해요. 그러다 정기 공연을 할 때는 민트오케스트라단과 만나 함께 연주를 하는데 금관악기가 들어오니 음악의 완성도가 확연히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작년에 전국에 있는 청소년오케스트라단이 모여 음악축제를 함께 했는데 광주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하니 실력도 좋은 것 같습니다.
공연장은 드림단원 가족들과 친구들로 꽉찼는데, 우리들이 잘 아는 곡들 위주로 연주되었고, 소프라노 테너를 초빙하고 어린이중창단과도 협연을 하는 등 밝고 명랑한 지휘자 선생님이 해설을 곁들이며 공연을 잘 이끄신 덕분에 공연을 아주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협연을 했던 어린이중창단이 동요를 부르며 율동을 하는데 동축성 움직임을 보이는 아이, 긴장한 탓에 너무 뻣뻣한 아이, 노래가 끝나서 퇴장해야하는데 아무 소리가 안들리는 듯 한가운데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서있는 아이 등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순간 그럴 수도 있지가 아니라 이런 모습을 보면 도와주고 싶어 안타까워 하실 것이 분명한 우리 학교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 때 기쁨을 느낀다는데 에고야! 싶고. 남의 자식 걱정할 때가 아니라 잘 안되는 제 자식 유단이 걱정부터 해야 하지만 같은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10대들에게는 흥분된 순간과 새로운 생각,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하죠. 새로운 삶의 영역에서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고 싶어한다고요. 특별활동들은 삶을 활기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과도할 때는 피상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극이 되는 활동과 조용하고 꾸준히 계속되는 일상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요.
청소년오케스트라단을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완성도 높은 음악에 흠뻑 빠질 수 있고 그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자신이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기쁨이 있는 듯 해요. 같은 활동과 경험을 해도 아이마다 가져가는 기억이 다르니 제각기 다르겠지만, 외부에 나가 하는 특별한 활동이 좋은 자극이 되고 활기를 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나 활동들이 너무 밋밋하고 심심하고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더 소중히 하고 그것들로 내면을 더 알차게 꽈꽉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예요. 16살이 되도록 세상과 단절된 채 순수한 바보로 지내던 파르치팔이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누구보다 강한 열망으로 세상을 배워나갔던 것을 봐도 그렇고요. 잘 살펴 봐야겠습니다.
부디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해가기를 기도합니다.
* 피상적 : 사물의 판단이나 파악 등이 본질에 이르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에만 관계하는 것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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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6.15 하하!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은 건 맞는데 연륜이라는 부분에서는 꼬리가 내려지네요. 8,9학년 중에 남학생들을 뺀 여학생 모두가 외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는 터라 한 번 소개글을 쓰고 싶었어요. 잘 읽어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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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욱 엄마 작성시간 23.06.14 고학년 언니들이 빠진 빈 자리가 컸는데
큰무대에서 다른 색으로 꽉 채우고 있었네요.
언니의 시선과 글 참 좋습니다.
마냥 좋아만 할 내용은 아니지만,
저도 저를 돌아보게 하네요.
흐르듯 스쳐지나가는 하루하루를요. -
답댓글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6.14 아무래도 고학년들은 덩치들이 있으니 여섯 명이어도 크게 느껴졌을라나요?^^ 채소튀김이랑 다 진짜 맛있었는데 유단이가 맛을 못봤다하니 내가 다 서운하더라고요.
글은 쓰면 남는 거라서 좋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죠. 그래도 부담을 이기고 썼는데 따뜻한 댓글에 힘이 나네요. -
작성자장승규 작성시간 23.06.15 학교 오케스트라도 질적인 도약이 필요하겠네요. 유단이 어머님 글을 블로그가 아니라, 이렇게 학교 게시판에서 보니 더 좋은데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글, 자주 올려주세요~~~
(아이들이 없는 들살이 기간이라 가능한 걸까요?) -
답댓글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6.15 이제 유단이는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어서 집에 같이 있어도 따로 있는거나 마찬가지인데도 장구캠프가고 없으니 또 다르네요. 갑자기 시간이 빈 것 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글을 쓰게 됐을까요?ㅎㅎ
별거 없는 잡스러운 글만 쓰는데도 좋아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바깥 오케스트라를 통해 받은 자극과 활기로 우리학교 오케스트라도 활기있기 만들면 좋겠어요. 그게 밖에 나가 배워오는 이유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