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제자들이
3일동안 다녀갔다.
나경이는 작년에 왔다갔었고,
이번에 은비와 유진이는 13년만이었다.
이 꼬맹이들이 크고 커서
스물 여섯의 아가씨들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울며 웃으며 부대낀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삼년이라니...
그러는 동안
나경이는 성공회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환경운동과 출판 일을 하면서
무언가 더 모색하는 듯하고,
유진이는
고등(대안)학교 졸업 후
혼자 프랑스에 있는
연극학교에 원서를 내더니
훌~~~ 그 세계로 떠나더니
꾸준이 연극 공부를 하며
지금은 한예종 연극원에서 석사를 밟고있다.
알바로 또 다른 제자였던
민주의 연극 입시를 돕는다니
어릴 적 학교서 맺어진 언니 동생의 연이 참 길기도 하다.
플룻을 전공한 은비는
대안학교 ㅡ서울예고 ㅡ한예종을 졸업하고
이젠 외국 유학을 위한 입시를 준비중이다.
대부분의 루트인 독일이 아니라
미국을 선택했고, 그 나름의 소신이 당차 보였다.
참 단단해졌다.
각자가 나름의 길에서
멋지게 인생을 조형해 주어서 얼마나 좋은지..
선생으로선 박수쳐 주는 일 뿐이다.
아니,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란,
사람들이 쉽게 얘기하듯
'지금 ㅡ 여기'서 행복하게 하거나
당장에 좋은 선생님으로 인정받기 위해
아이들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순간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잘 마주하여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의 미래 속에서
당당하게 서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
'글씨를 배울 때의 고통들은,
글씨쓰는 능력이 생긴 후에는 사라진다'는
슈타이너가 말들이
아이들의 입을 통해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들으니
아이들을 만나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또
무엇이 정말 좋은 선생님인지
다시금 생각의 고삐를 어디로 향하게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침 개학식 때 은비와 김경민 선생님의 중주
현대 음악, 드비쉬의 쉬링크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작성시간 23.08.29 아이들은 다 잘 큰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귀요미 3인방. 저절로 혼자 잘 큰 게 아니라는 것도요. 자신들이 하고싶은 일을 찾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부러움과 조바심을 내려놔야겠습니다.^^
그립고 언제든 찾아가고싶은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평생 얼마나 큰 힘이 될지요! 저는 그런 선생님이 없어서 슬퍼요.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29 저절로 혼자 크지 않는다!
맞아요. 그리고 가르치는 일을 한 세월이 늘수록 가정이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교사와 학교는 그 길을 잘 가리킬 뿐이고요.
다행스럽게도 가리킨 길을 잘 걸어가준 그때의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감사하더라고요.
지금도 잘 가르치고, 가리켜 보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
작성자박영자(태인승아온아맘) 작성시간 23.08.29 우리 아이들 생각하면 다 큰 어른같은데 , 사진에 보이는 선배님들은 아직 애 티가 풀풀 나네요.ㅎ
'글씨를 배울 때의 고통들은,
글씨쓰는 능력이 생긴 후에는 사라진다'
제발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능력이 되게 되었으면 좋겠네요ㅜㅜ -
답댓글 작성자장승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08.30 우리도 글씨 배우던 때의 힘듦과 어려움은 잊고, 지금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있잖아요.
우리도 그랬듯 아이들도 꼭, 그러할 겁니다. -
작성자고서현엄마 작성시간 23.08.30 장승규 선생님 부자시네요.^^ 부럽습니다!!!
자신의 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기특한데 잊지 않고 찾아와 준 아이들이 참 예쁩니다.
더불어 무등 아이들에게 멋진 개학 선물까지, 덕분에 저도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