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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사랑하며

득량도 안녕~~!!(6.7 득량도살이)

작성자*민성엄마*|작성시간24.05.21|조회수302 목록 댓글 10

캄캄한 새벽 두 시 침낭까지 챙겨든 짐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먼바다 태풍상륙 직전인듯 사납게 부는 바람속을 달려달려 남쪽으로.

내 고향 고흥에서도 바다가 있는 녹동까지.

어둠속을 달리는 동안 시작된 비는 점점 굵어졌다.

다들 탈 없이 내려오고 있겠지.

비바람속 새벽운전에 남편도 긴장 하고 있었다.

다섯시가 가까워 지자 속속 도착한 6.7 학년 가족들.

일단 여기까지 모두 잘 도착해 안심.

잠이 덜깬 아이들, 여행에 들뜬 아이들,

그리고 이비바람에 배를 탄다는 사실이 현실일까(?) 싶은 걱정과 모험심 비슷한 설렘에 빠진 어른들.

모두가 한마음 이었다.

무사히 득량도 들어가기만 하면된다!

 

새벽 다섯시 출항이 유일한 방법이란 소식이 전해진건 운동회 피곤을 풀고 있던 밤 9시 경.

바다 상황이 오전 여섯시 부턴 배를 띄울 수 없으니 녹동항 다섯시 출발이면 가능하다는거였다.

난 당황스러 고민에 빠졌는데 이 고민을 뚝 끊어주는 남편의 말!

"다른 가정들 모두 동의했대. 5시 배 타기로~~"

"아! 그래? 그럼 우리도 가야지!!"

" 얼른 짐 싸고 자자. 한 시반 일어나야해."

남편은 그 때 깰 자신 없으니 차라리 지금 출발해 녹동항주차장에서 쉬자는걸 설득해 재웠다.

근데 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 수상한 날씨에 득량도 가겠다는 일념으로 새벽을 가른다는 것이다.

단체로 득량도 기운에 홀려 마법에 걸린듯~~

 

낮 12시 배가 아침 5시 배로 바뀐 것 밖에 없는데 뭐.

우린 잘 도착할거야.

선장님 바다 전문가 일테고 구명조끼도 많겠지 뭐.

불안한 맘을 안심시키며 우리가 탈 배를 찾았다.

그런데! 오마나!

어둠속에 불 밝히고 서있는 배는 유람선도 연락선도 아닌 난생 처음 타보는 낚시배!

비를 피할 곳은 천장낮은 좁은 방뿐.

엄마들과 아이들은 비를 피해 다닥다닥 붙어 앉고 더 밑으로 내려간 수면실에 세상 신난 아이들 즐겁기만 했다.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 우리의 아빠들은 지붕만 있는 곳에 짐들을 쌓아놓고 절반은 비바람 맞아가며 씩씩하게 우리를 지켰다. 

실은 우리의 양식과 침낭과 옷보따릴 지켰다 ㅎㅎ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섬이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안전하게 도착!  

물안개에 싸인 아담하고 고요한 득량도 아침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더 세 진듯했고 우린 득량살이 짐들을 이고 지고 끌고 집까지 걸었다.

또다시 모두가 한마음이 되었다.

옷가방, 침낭,아이들과 애착인형을 덜 젖게 하자는..

우린 흠뻑 젖어도 닦으면 되니까 하하~~

그제서야 배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우릴 무사히 데려다 준 고기잡이 배 고맙다.

"스페셜 드림호"

멋진 유람선 보다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 체험였다.

그렇게 비와 함께 출발한 득량살이 첫날은 아주 긴 하루였고 종일 내리는 비에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대식구 끼니 해결 만으로도 하루가 꽉 채워지는 거였다.

집안에서 뭘 하다가도 고개만 들면 보이는 바다뷰!!

게다가 비와 바람이 우릴 환영하는 파티라도 열어준 듯바다와 하늘이 회색 일체가 되어 춤을 추는 뷰!!

언제 어디서 이런 뷰를 함께 나누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저 바다를 눈으로만 감상하긴 아깝지.

비가 좀 쉬는 듯 해지자 물에 젖은 비옷을 대충 털어 입고 바닷가 산책을 나섰다.

센바람은 비옷을 날려버릴 기세로 불어댔지만 우린 그 바람도 낭만적이었다.

고교시절 소녀들 처럼 "꺄악 ~~"비명을 질러대며 바람에 펄럭이는 비옷자락 날려대며 물가로 내려갔다.

우왕~~거기엔 우릴 기다리는 간식이 보였다.

바다 고동들. 🐚 이런 고동 말고 우렁세끼 비슷한 고동들. 

돌덩이들 제껴가며 부지런히 잡았다.

뒤따라 온 아이들도 신나게 잡다 귀여운 먹칠게들도 보고 .

그사이 또 빗줄기가 세져 고동 싹쓸이를 멈췄지만 한냄비 삶아 현지조달 신선간식으로 알뜰히 잘 먹었다.

그 사이 아빠들과 아이들 몇은 통발에 걸린 수확물을 보러 갔고 꼭꼭 숨은 고기들은 아쉬움을 주었지만 또 다음을 기약해주었다.

끼니마다 솜씨 뽐내준 엄마,아빠 쉐프들 덕에 다양한 메인 요리와 시욱할머니표 남도 맛 제대로 김치들이 어우러져 먹는 즐거움도 누리고, 한가로이 낮잠도 즐기고,

비내리는 바다를 내려다 보며 처마 밑에 앉아 커피도 즐기고. 

어른들이 나름의 시간을 즐기는 동안 밖에서 놀 수 없는 아이들의 시간도 각각의 모양으로 흘러갔다.

늦은 밤까지 요란한 비바람소리가 그치지 않아 다음날 일정이 또 집안에서 세끼 먹고 비 뿌리는 하늘과 바다 감상으로 버티기 될까 걱정했는데 아침에 말짱하게 개인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드디어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섬엔 마을이 두개 였고 다른 마을로 연결된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싱그러운 숲내음 , 각색의 새소리, 회색과 푸른빛 섞인 하늘, 우리 아이들 재잘되는 소리, 숲속에 놀던 토끼들이 사람구경 하러 빼콤히 나와본 풍경까지 참 평화롭고 정겨웠다.

옆마을 까지 걷는데 40 여분 걸린듯.

그 마을 바닷가는 작은 해수욕장도 있었고 바깥놀이에 목마른 개구쟁이들은 추운줄도 모르고 바닷물에 발담그고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날이 따뜻했음 물놀이 한바탕 시원하게 할 수 있었는데..

한편에선 바다가 고향인 여인의 눈에 들켜버린 해삼들이 그 여인의 아이들 눈에까지 들켜 건져지고 있었다 ㅋㅋ

바다엔 역시 먹거리도 많아.

돌아오는 길에 본 부녀간 손잡고 걷는 풍경도 예뻣고 힘들다는 어린 딸 업고 걷는 아빠도 아름다웠다.

엄마에게 고동살을 빼주던 작은 딸의 마음도,

컨디션 안좋은 엄마를 걱정하던 큰 딸의 마음도

사랑스러웠다.

우리의 득량살이는 비 덕분에 짜릿한 체험도 했고 한가로운 쉼의 시간도 가졌고 서로에게 사랑을 보태주는 추억도 만들었다.

6,7학년 기회 되면 또 멋진 추억 만들어봐요.

득량도 살이 허락해주신 시욱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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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민성엄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1 이영 선생님 계셨다면 열배의 꺄악~~ 과 열배의 즐거움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 기회가 오길요~^^
  • 작성자소은도연맘 | 작성시간 24.05.22 꺄~~~ 언니! 읽는데 짜릿했던 그날의 전율이 다시 느껴지는데욧~^^
    맛깔나는 생생후기~ 최고여요
    키득키득 웃으며 읽었어요 ㅎ
  • 작성자시욱 엄마 | 작성시간 24.05.22 전날밤 저녁
    그날의 새벽, 아침
    그리고, 다음날

    다들 한마음으로 움직여
    한곳에 모였다는게 참 우리에게
    좋았던 기억인것 같아요. ^^
  • 작성자동건민찬아빠*김태희 | 작성시간 24.05.22 2박3일인데 3박4일 같았던 득량도 여행!!
    첫날 비가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왔는데 다들 야반도주 느낌으로 항구에 아무 사고없이 제 시간에 모이고 단합 하나는 최고였지요~^^
    장소 내주신 시욱이 할아버지 할머니 감사드립니다. 또 일정 짜시고 준비하시고 3끼 책임져주신 시욱이네 감사드려요~~
    날이 안 좋아서 더욱더 추억에 남는 여행이었네요~
  • 작성자장승규 | 작성시간 24.05.22 67학년 분위기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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