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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사랑하며

형님들이 비워준 자리에서, 1학년 6월 반모임 후기

작성자조숙영(김송비엄마)|작성시간24.07.01|조회수112 목록 댓글 5

월요일 오후, 회사를 마치고 걸음을 재촉하며 학교 쪽문을 들어서자 뭔 지 모를 낯선 공기가 저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몇 걸음 지나지 않아 깨닫습니다.

쪽문에 일궈진 조그마한 밭을 가꾸며 다양한 인사를 건네던 두명의 문지기들도, 자전거로 운동장을 쉼 없이 돌던 단발머리 남자아이도, 해먹에 모여 앉아 깔깔거리던 소녀들도 보이지 않는 큰 마당은 혼자 덩그러니 남아 일주일 후에 돌아올 친구들을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아마, 아이들을 품어주던 큰 마당도, 강당도, 앞마당도 다음을 위한 쉼표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덩그러니 남아 외로워 보였던 공간이 고요와 평온함으로 채워진 평화로운 공간으로 변모하는 마술을 보여줍니다.

앞 마당에 한적하게 쉬고 있는 평균대부터, 정글짐, 구름 사다리,  모래터까지 하나 하나 감사의 눈맞춤을 주고받은 뒤 뭔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교실로 향합니다.

 

교실문을 열자, 하지제를 따뜻하게 감싸주던 ‘재와 연기의 노래(?)’ 선율이 반겨주네요, 그리고 모두다 비워준 공간에서 1학년의 6월 반모임이 시작됩니다.

입학전에는 한달에 한번 시간을 내는 것 조차도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반모임이 언제부터인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되어있습니다.

 

이영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9명의 성장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자면 아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바라봐 주시는 섬세한 마음에 감사드리고, 또한 아이들의 그 여린 감정선 하나하나에 어떤 마음들이 새겨 있을까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하고 너무 귀여워 한 명 한 명 큰 품으로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제 가만히 앉아 있는 연습만 하면 되는 귀요미 로이, 집에서 세명의 엄마에게 세배의 사랑을 받으며 영글어가는 시우, 자유로운 영혼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밝은 에너지와 슬픈 에너지의 조율을 연습하고 있는 듯한 천사같은 다온이, 지금은 친구들 사이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똑순이 현서,  어쩌다보니 주동자가 되어 조금은 억울했을 지율이,  그 어떤 구박(?)이나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호연지기의 미덕을 보여주는 유정이, 뜨개질 하는 아가 요정 규민이, 이빨 흔들리는거 축하해, 꼭 생일까지 잘 지켜내길 이모도 빌어줄게.

자전거 타기에 성공해서 마음이 기쁨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을 진호,  ‘멍석’을 혼자 써냈다는 송비, 지금 한글배우기도 이리 버거운데 6살의 송비는 유치원에서 받아쓰기를 하면서 얼마나 애를 쓰며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에 좀 시큰했습니다, 그래도 잘 견뎌내준 송비까지, 아이들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투닥투닥 9 명의 아이들이 각자의 꼭지점에서 서로를 연결해갈 우정의 하모니를 기대해봅니다. (언젠가는 그런날이 오겠지요 :: ^^:: )

 

중력의 힘을  온몸으로 거스르며 싹을 틔우는 새싹처럼 그 작은 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에너지를 발휘해 자라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명력을 길러주고 따뜻한 보살핌안에서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반성해봅니다.

 

세헤라자데가 풀어가는 천일야화처럼 한 달에 한 번 8년간 이어질 9명의 모험담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방학기간 돌봄 문제가 항상 걱정이었는데 선뜻 손길 내어 주신 1학년 부모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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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박윤정 경훈경한 | 작성시간 24.07.02 무등의 신입현장을 설레이고 또 정신없이 또 아름답게 보내고 계시군요^^신랑은 1학년 5-6명을 셀때도 한참이 걸리는데 올해 1학년은 더 한참이 걸린답니다. ㅋㅋㅋ 제일 풍성한 1학년의 마침우정 정말 기대되네요.^^
  • 작성자서현유정엄마 | 작성시간 24.07.02 ‘입학전에는 한달에 한번 시간을 내는 것 조차도 힘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반모임이 언제부터인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 작성자진선희(유단엄마) | 작성시간 24.07.02 우리 카페에도 좋아요 버튼이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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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리후유나엄마 | 작성시간 24.07.02 내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들인 이유^^
  • 작성자이윤서(은채은호엄마) | 작성시간 24.07.03 아이들 한명한명 표현해주는 글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나요^^
    9명의 모험담 함께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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