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밤나무
출처 조선일보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0001.html
박두순 동시작가
밤나무
혼자 사는 할머니
밤사이 잘 주무셨나
궁금해하던 밤나무가
뒷마당에 알밤 몇 개
던져 보았습니다.
날이 밝자
지팡이 짚은 할머니가
바가지를 들고 나옵니다.
안심한 밤나무는
다음 날에 던질 알밤을
또 열심히 준비합니다.
-정나래(1965~ )
동화를 닮은 짤막한 이야기 시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를 걱정하는 밤나무. 혹시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시는 건 아닐까. 혹여나 돌아가시지나 않았을까. 뒤뜰의 밤나무는 궁금하고 맘이 놓이지 않는다. 잘 익힌 알밤 몇 개를 마당에 내려놓았다. 날이 밝자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와 바가지에 담
아간다. '아, 아무 탈이 없으시구나.'
자식보다도 먼저 할머니 안부를 챙기는 밤나무. 할머니 아침상에 알밤을 올리는 밤나무. 나무를 넘어 할머니의 한 식구가 되었다. 마음을 따듯하게 데우는 이야기 뒤에 할머니의 외롭고 힘든 삶도 서려 있다. 밤나무는 그 삶과 함께한다. 요즘 밤꽃 냄새가 짙다. 밤나무는 벌써부터 할머니에게 드릴 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햇살과 나무의 속삭임
햇살이 나무에게
잘 잤니, 간밤에 몹시 추웠제?
내가 너를 만져주고
안아줄 테니까
무럭무럭 자라라
하고 속삭이면
나무는
응, 고마워
아름답게 커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
네가 내게 준 고마움을
결실이란 보람으로 안겨줄게
하며 끄덕인다.
출처 : 향기와 빛viit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P. 194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