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훈, 병희와 배움터 앞 공터에서 풀뜯어 찧으며 놀았다.
평평한 돌에 각자 뜯어온 풀 종류를 즙이 나올 때까지 짓이겼다.
나도 어릴 적에 그렇게 종종 놀았다.
집에서 어머니가 쓰시는 녹즙기가 기계라서 신기할 뿐이지
풀뜯어 돌로 찧고 놀면서 풀내음과 즙이 나오는 그 활동이 인간 녹즙기인 셈이다.
한 종류만 짓이기도 하고, 여러 종류 풀을 섞어서 찧은 후
손바닥으로 돌돌 말아 냄새를 맡았다.
풀 종류별로 찧어보며 냄새가 다르다고 감탄하는 상훈이.
표정이 살아있다.
"이건 토마토 냄새 나요. 한 번 맡아보세요!"
"뿌리는 무슨 냄새가 날까? 이것도 해봐야지."
상훈이 오른손 깊이 물든 풀빛이 좋다.
상훈이가 돌돌 말아서 맡아보라며 권하는 풀도 좋다.
네가 참 좋다, 상훈아.
이렇게 집중하는 모습이 참 멋진 거 아니?
감수성이란 네 삶에서 알고 느낀 만큼 표현하는 그 거야.
상훈이 네 감수성이 살아있어서 참 고맙다.
"주상샘! 이 풀은 딸기 냄새 나요!"
병희도 참 섬세하게 반응한다.
"저는 이걸로 해볼래요."
돌 대신 굵은 나무가지를 가져와 찧는다.
ㄱ 자로 휘어져있어 물레방아 절구공이처럼 찧기 좋게 생겼다.
적당한 크기 나무가지를 구해오는 것도 병희 능력이다.
관찰력이 좋고, 응용력이 좋다는 얘기다.
노는 방법 자체가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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