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장날
형호동 박일환
시골 아낙 잘 차려입은 입성에서
형호동 봄꽃이 울긋불긋하고
영주댁 주름진 뽈따구엔 분가루가 내려앉았다
묵집아지매 육자배기 타령이 도마질하고
뭇사내들 농거리 간삼아
묵 한 사발 농 한 사발 자지러지게 넘어간다
장터 할매들
취나물 한 주먹 미나리 한 주먹 펼쳐 놓고
쇠스랑 같은 손으로 당파 다듬느라 분주한데
선술집 아낙네 지짐 굽고 불고기 태우며
연신 오가는 사내들 홀리느라
입도 방긋 눈도 방긋 손 바쁘고 입 바쁘다
장꾼들 셈마저 날 저물면
한 두짐 개봇짐 밀쳐놓고
자네도 한 잔 나도 한 잔
이래도 한 잔 저래도 한 잔
갈수록 신명나고 흥겨워
일그러진 얼굴 복사꽃 피어난다
희망가인가 사모곡인가
에라 모르겠다 버굿네로 불러대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얼시구 저절시구
양은 오봉 두드리며 불러대는 사모곡
어둠이 휘청거리는
예천장날은 희노애락이 넘실댄다.
예천군 호명면 형호리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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