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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 합격수기

[믿을 수 없지만]서울예대 극작과 합격수기

작성자Prologue|작성시간09.02.02|조회수2,039 목록 댓글 7

 우선, 1차 시험 후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글쓰기를 잠시 멈추었던 지라, 오랜만에 다시 쓰는 글, 합격 수기라는 것이 조금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저 또한 다른 분들의 글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기에 지금 좌절하고 계시거나 도전할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이 카페 초창기 가입 회원으로, 만창 2기 정도가 될 뻔한 사람입니다. 당시 저는 군인 신분이었는데, 휴가 때마다 카페를 보며 극작인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기억 못하시겠지만, 정서님께 메일로 이런 제 속사정과 만창에 대한 질문도 드렸었고, 친절한 답메일에 큰 감동도 받았었죠.. 회원 수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이 카페는 저만의 카페란 생각이 강했는데, 전역 후 들어와 본 카페는 수많은 사람들의 공간이 되어있어서 약간 섭섭했던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아마 그 땐 '공유'란 생각이 먼저 들기 보다 '경쟁'이란 생각이 앞섰나봐요, 부끄럽게도. 전역 후, 현실에 부딪혀 만창이 되진 못하였지만, 작가가 되야 겠단 생각은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8 정시, 2009 수시, 정시까지, 포기가 빨랐던 저에게 유일하게 질긴 것 하나가 바로 예대 극작과 였으니까요.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말도 안되고 제일 싫어하는 감정임에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꾸밀줄만 알았던 제게 진심으로 쓰는 글을 알려주신 정서님께 감사드리고, 제 마음을 알아봐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노력한 회원들에 비해 훨씬 부족한 제가 합격하게 되어 낙심하고 계실 분들께,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1차 실기.

 

 아시다시피, 주제는 요약하면 '갑자기 벙어리가 된 나의 둘도 없는 친구 OO의 사연' 정도가 되겠네요. 교수님들께서 어떤 부분에 크게 비중을 두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주제를 받은 후의 제 생각은 솔직, 담백이었습니다. 어설픈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 글의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전 실기에서 경험한지라, 솔직한 제 이야기에 약간의 설정, 꾸밈을 두자는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글이란 것이, 꼭 보는 이를 웃기려고 작정하고 쓴 글만은 아니잖아요. 평범한 것, 곧 내 이야기가 특별한 이야기다, 라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하였습니다.

 연습지에는 어떤 글이나 문장을 써내려 가기 보다, 드라마의 시놉에 해당하는 부분처럼 작성을 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방식이지만, 시간도 고려하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글의 의도를 잃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좀 더 자세히 적자면 이런 식 이었습니다.

 

 1. 주제 및 작의

 

 2. 제목

 

 3. 등장인물 (간단한 소개)

 

 4. S#1.

     S#2.

     S#3.

     S#4.

 

 연습지에 위 같이 저만의 설정을 한 뒤, 글을 써내려 가니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첫 도입 문장에 내가 무얼 쓸 건지, 마지막에 어떤 부분을 힘주어 쓸 건지, 간단한 사건이 씬 별로 요약이 되니 이 전 시험처럼 두서없이 시작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제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인공 '나'의 절친한 친구 'X'의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란 병에 가족들 모두가 고생이지만, 나에게 만큼은 항상 밝고 재밌는 그녀, 'X'. 나와는 다르게 감정에 솔직한 그녀는, 항상 덤덤한 말투로 자신의 일을 말해주었고, 객관적이었다. 차라리 아버지가 죽을 병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할만큼. 표현이 서툰 나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위로 한 번 해주지 못한 채, 그저 듣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X"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락을 받은 '나'는 장례식장을 향하는데... 그 곳에서 멍한 표정으로 영정을 바라보는 'X'. 슬픔과 죄책감에 말을 잃은 채, 절규할 뿐이다. 서툰 '나'는 적절한 위로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고, 늦은 시간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말한다. 계속 이렇게 나를 기다려 달라고.. 나는 위로가 서툰 사람이니까.

 

 다시 정리하여 이렇게 글을 쓰려니 창피하네요. 억지스러운 면도 보이고, 허술한 점도 많았고... 그래도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붙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아닌, 내가 쓴 글에 대한 자신감이요. 어떤 글이던 자신의 의도가 충분히 담긴 글이라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글이 아닌, 나만의 글로써 자신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차 실기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진심을 담아 자신의 생각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잘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리한 판단이나, 적절한 비유나 묘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아는 척,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2차 면접.

 

 면접은 처음이어서, 대범하게 행동하고 싶었지만 떨리는 마음은 손끝에서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사시나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교수님들께서 너무 편하고, 푸근하게 대해주셔서 떨지 않고 말을 했구요. 이것도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면접 당일 날 출발 시 '솔직해지자!' 라는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어떤 질문에라도 내가 진짜 생각하고 있는 것, 그것을 전달하자. 이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잘 보이는 말과 행동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 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솔직했다면, 후에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질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원 동기 (임순례 감독님 질문)

 

 2. 자신의 장점, 남들과는 다른..

 

 3. 합격하여 과에 입학하게 되면 준비된 수업 외에 어떤 것을 더 배우고 싶은지..

 

 4. 마지막으로, 면접 오면서 어떤 마음, 생각?으로 왔는지, 꼭 하고 싶었던 말까지..

 

 이 정도 였습니다. 한 가지, 마지막 질문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어쩌다 접했는데.. '서울예대 외에는 다른 학교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곳만 보며 노력했다' 라는 식의 답변이 있더라구요. 그냥, 흘려들으셔도 상관 없지만 저 개인적으로 그 답변이 플러스 요인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절절한 걸로 따지면, 그 날 면접에 참가한 사람들 중 안절절한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저도 제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더 절박했고, 마지막 희망이었지만 그런 이야기는 솔직히 구질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습게도 그 날 제가 느낀 건, 제 입장보다 교수님들 입장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렇게 좋은 인상의 분들이 이 경쟁 속에서 누군가는 잘라내고 누군가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이, 참 괴로우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에게 눈물로 자신의 절실함을 호소한다는 건, 설령 플러스 요인이 된다 하더라도, 참 못할 짓이다 싶더라구요. 그냥 솔직해지세요. 저도 지금까지 꾸밀 줄만 알았고, 누군가에게 진실로 대한 적이 없었지만, 단 하루, 그 날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 배움을 원해서 그 자리까지 간 것이지, 많이 아는 것에 대한 자랑을 하러 간 것이 아니잖아요. 모르는 것에 창피함을 느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면접 후, 오히려 조금 편해졌습니다. 발표날이 하루 하루 다가오면서 문득 스치는 불안감에 마음 졸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를 비우니 훨씬 편해진 것 같습니다. 3일이나 빨리 문자로 합격통보가 온 순간,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에게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하고, 글로 표현하자면, 벙쩠다는 말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기뻤습니다. 기쁩니다. 그런데, 왜 제 입에서는 자꾸 '말도 안 돼..' 라는 소리가 나올까요. 말도 안됩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을 끝까지 잃어주신 분들 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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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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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한웁 | 작성시간 09.02.04 축하드려요~ㅠ_ㅠ 부러워요~ ㅠ
  • 작성자정서 | 작성시간 09.02.07 지방에 있다가 이제야 서울로 와 이 글을 읽었습니다. 군인 신분으로 제게 메일 보냈던 분을 기억합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덜 바빴던 시기라 회원분들의 메일에 일일이 답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롤로그님 말씀대로 당시엔 회원수가 적었지요. 그러고보니 몇 년새 카페가 훌쩍 커버린 것 같네요. 이제는 회원분들의 메일에 일일이 답장을 못하고, 그로인한 서운함의 얘기도 듣습니다만 09년엔 카페에서 아주 물러나 있어야할 정도로 바쁜 요즘이라 어쩔 수가 없답니다. 어쨌든 프롤로그님의 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뭣보다 제가 생생히 기억하는 메일의 주인공이시고, 군대에서도 글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던 분이시라 더더욱 합격이 남다
  • 작성자정서 | 작성시간 09.02.07 릅니다. 이 열정 그대로 앞으로도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말리 | 작성시간 09.02.08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하트. | 작성시간 09.02.09 축하드려요!군대가서까지 열정을 잃지 않으셨다니 새삼 제가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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