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에 천기가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앞산의 평화로웠던 그림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자주 보던 그림이 아니면, 제 손은 기계적으로
자동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되어있습니다.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못 보던 산이 있고
아직 질리지 않는 들이 있나 봅니다.
익숙함 속에 돋는 새롬,
스쳐감 속에 숨은 아름다움,
텅 빔 속에 깃든 충만...
도담언덕이 부르는 잔잔한 음악소리는
모차르트도 있고 바흐나 차이콥스키도 있는
베토벤도 있지만 쇼팡도 슈만도 베르디도 베버도 있는
매일매일 전원교향곡입니다.
종일 돌아가며 새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가 목이 마르면
산비둘기, 멧새, 까치, 박새들이 내 연못에서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며
알을 품는 듯 한참을 잔디밭에 뒹굴면서 한낮의 무료를 달랩니다.
꿩 가족이 새끼들을 몰고와 뜰 곳곳을 쪼며
바퀴도 거미도 방아깨비도 섬서구도 적당히 먹어치웁니다.
나머지 새들은 온갖 불나방들이 파닥거리는 간밤의 외등 아래를
새벽같이 달려와 말끔히 청소도 해줍니다.
농촌은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새나 고라니, 멧돼지 따위를 쫓습니다.
아침에 뒷마을 야산에서 "땅-" 공포탄을 터트리자
꿩 가족은 혼비백산 사방팔방으로 날며 흩어지는데 그러거나말거나
영악한 까치들은 물가에서 여전히 하던 깃이나 고르고 자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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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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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르바 작성시간 16.07.15 현실이라는 무대위에서 낭만이라는 줄을 놓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신 이에게 고맙습니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저이지만 K-pop의 분위기에서 트롯에선 찾아볼 수 없는 박진감을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공감에서 미래를 예측해 보곤 합니다만..언제부터인가 CCTV에 갇혀버린 사람들과 먹고 살기 위해 뛰어다니는 일꾼?들을 볼 때면 이 땅의 토양은 여기까지일까? 하며 코끝에 손가락을 올려볼 때도 있습니다. 비겁하겐 살았지만, 자신을 허비하기에 인색하지 않는 산아이의 축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뒤돌아 봤을 때 그건 아마도 생각보다 먼 순수한 실천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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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김진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7.16 산아이=사나이? 원래 '순수'는 잡티가 섞이지 않은 원색, 원형, 원래, 원시 같은 것이어서 깨달음의 이름과 같다고 보네. 살면서 늘 비우고 맑히고 닦아서 존재의 근원으로 사무치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