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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망생]운명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6.10|조회수264 목록 댓글 5

'어르신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의, 운명이 아니고.

'난 내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 운명이다.

 

 

나는 운명을 비롯한 점, 귀신, 기적... 등등의 말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믿진 않는다.

특히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좋아도 하고, 호기심도 갖는다.

그냥 엃매이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작가가 되기로 한 지금까지의 운명같은 이야기를 하려 한다.

별건 없다.

그냥 생각해보니... 그때 그 결정이, 지금 이 자리로 오게 만든 길이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는.

 

 

 

 

 

 

 

첫번째 선택은 '고등학교'였다.

 

맞다.

정말 내가 그 고등학교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마 난 절대 지금의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난, 고리타분한 범생이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진 노래방이며 흔한 유흥가거리도 가보지 않았다.

그것이 뭐, 내가 그것들을 질색팔색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타고나기로 난, 내 안에서,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절제된 내 행동에 어떠한 소신을 갖고 있긴 했었다.

어쨌든 완전히 학교와 집. 내 동선은 그러하였다.

 

그렇게 중학교를 보내고,

난 드디어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로를 고민하며

첫 번째로, 운명같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

내 그러한 학교, 집 동선과 같은 삶을, 나는 결코 완전히 행복해하며 살진 않았다.

그 나이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지키고 살았을 뿐인 나였고,

내 안에서는 늘 좀 더 나은 '삶'을 꿈꾸곤 했다.

 

내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지루했던 중학교의 삶을 보내고,

난 또다시 고등학교를 그렇게 보낼 순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특별한' 무언가를 갈망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근처(중학교에서 내가 들어간 고등학교가 보인다)에,

내가 선택한 그 '특이한' 고등학교가 있었다.

그 학교는 '유아과' '관광과' '실내디자인과' '조리과' '의상과' 등의 다섯 개의 과로 이루어진 학교였다.

나는, 다른 고등학교의 삶을 살고 싶었고, 그 학교를 선택했다.

그 학교는 책에 집중하는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실습을 위한 학교였다.

 

나는 그 당시 '선생님'이라는 꿈이 있었고,

그래서 '유아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실기 시험이 노래부르기라는 말에, 한 순간에 딱 바꾸었다.

'실내디자인과'로.

정말, 아주 단순한 이유였지만, 정말 위대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유아과'로 갔다면... 지금쯤 난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 +_+?

 

 

어쨌든, 그렇게 '실내디자인과'를 선택하고 입학해서,

'디자인'이라는 것을 접함으로써 나는 결국 서울행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난 절대 내 고장, 울산을 떠나올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그저 꿈에 머무르는 일이 됐겠지.

 

 

 

 

 

두번째 선택은 '서울'이었다.

 

뭐, 대학을 졸업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내정되어 있던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 서울행을 결심했다는..

이러한 이야기는 어제 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바로 다른 것이다.

 

난 서울에 와서 원하던 '광고쟁이'가 아닌 '팬시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지만,

어제에도 말했다시피, 서울에서의 생활로 인해, 난 내 '삶'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동안 내 안에서만 머무르던 삶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살수 있는 그 '삶' 말이다.

우선, 서울에선 내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그것이 너무 자유스러웠다.

워낙 혼자서도 뭐든 잘하는 성격이라,

서울에서의 삶에서는 혼자하는 것이 더욱더 자유로웠다.

휴일에는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에 혼자가서 '조조'를 감상하는 등의

내가 알아낸 소소한 '재미꺼리'에 빠져있을 때 쯤,

나는 문제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내가 대학 시절 내정되어 있던, 내가 그토록 원했던 '광고쟁이' 그 회사는,

우리 대학교 여자선배가 다니고 있던 직장이기도 했다.

학교 때, 나와 안면도 있었고, 나를 잘 챙겨주던 선배였는데,

그 선배가 그 회사에서 잘 자리잡고 일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난 더 그 회사를 동경했었던 것 같다.

문제의 그 메일은, 그 선배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내가 '여자'임에 채용되지 못했던 졸업 전 11월의 상황이

졸업 후 3월이 되었을 때, 다시 나를 채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선배를 통해서 보내온 것이다.

다시 울산으로 내려가서 익숙한 환경에, 좋은 부모님과 함께, 편안한 삶과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거절했다.

 

 

나는 이미 적당한 직장도 구했고, 서울의 삶에 '눈'을 뜬 상태였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그때, 그 메일을 거절한 것은

이미 그때, 난 '광고쟁이'의 삶이 아닌 내 '삶'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정말 '광고쟁이'의 삶이 내 인생에 최고의 과제였다면,

난 서울이든 미국이든, 얼른 가방을 싸서 울산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내 개인적인 삶의 '질'이었던 것이다.

 

그 후에, 가끔씩, 힘들때마다,

거절한 그 때를 기억하며 후회하기도 했다.

무엇이 대단하다고 꿈을 포기하고 서울에 남았나...

이곳에서 내가 정말 '광고쟁이'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아주 가끔... 초반에만... -_-;;

 

 

 

그렇게 선택한 서울에서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작가가 되는 길을 걷고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번째는 운명이었다.

 

내가 그렇게 선택하고 남은 서울의 '팬시디자이너'직에서 '잘'렸던 것이,

어쩌면 운명이라고 할수도 있었겠다.

안그랬으면 난 절대 내가 먼저 그 '디자인'의 밖으로 나올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물론, 난 그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공모전에 응모하는 등의 노력은 했지만,

구체적으로 작가의 길을 꼭 가겠다...라는 생각까지는 하지도 못했다.

그런 내게 회사는 날 내쫓은 것이다.

회사에서가 아니라 '디자인'의 울타리에서 내쫓은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밖으로 나온 나는, 드디어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운명적인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는 뭐....

특별히 이렇다 할 운명적인 일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난 이제 한 길을 달리며 다른 곳을 보거나 하진 않으니까.

5분 글쓰기가 엄청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정리해야지.

 

 

 

어찌 되었든,

난 작가의 길을 가고 있고,

그 길을 가게 만들어준 몇가지의 '운명'같은 사건들.

하지만, 아직 인생의 절반도 채 살아보지 못한 내게...

그것들이 '행복한 길'을 위한 운명이었는지,

또 다른 '무엇'을 위한 암시였는지는,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훗날, 난 이러한 일들을,

또다시 어떻게 해석하게 될지....

빨리 그 훗날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참으로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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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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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커몽커몽 | 작성시간 12.11.08 우리들 인생은 의도치않게 앞으로의 행로가 바뀌는일이 참 많은거같아요..그쵸?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2.11.08 ㅋㅋ 네~ ^-^
  • 작성자소원 | 작성시간 14.03.30 글을 볼수록 저랑 비슷한 성격이신 것 같아요. 저는 고3인 지금까지 혼자 노래방 가본 적 없고 유흥가 가본 적 없고 그런데, 뭐 물론 저는 시골에 살고있기에 주위에 그런 시설이 많이 없긴 없어요;; 그래도 제 친구들은 잘만 돌아다니는걸로 봐선 제가 그런 성격인 것 같아요. 아무튼 저도 막 청소년이 하지 말아야 하는 윤리적범주안에 저를 가둬두고, 잘 돌아다니지도 않고 막 그랬는데, 사실 저는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되게 좋아하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도 서울로 질러버릴거에요!!! 갈거에요, 서울! 저 서울에 글쓰기 배우러 갈겁니다. 지금 세 개째 댓글에 이런 얘기 올리는 것 같은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 답댓글 작성자소원 | 작성시간 14.03.30 원래 글쓰는걸 좋아했고 초등학교 내내, 중학교 2학년까진가? 항상 장래희망칸에 소설가 써놓다가, 중3되면서 다양한 직업을 알게 되고 이것저것 갈팡질팡했었는데, 그러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를 꿈꾸는 친구 만나면서 친구 대본 읽는 거 보고 아, 나도 대본 쓰고싶다, 영화 만들고 싶다.. 막 그러다가 작년에 담임쌤이랑 상담하고 접었더랬죠-- 그러다 빙빙 둘러 이제서야 제 꿈을 마주했어요! 진짜 너무 기분이 좋고, 얼른 배우고 싶고, 막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막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계속 기분이 좋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 답댓글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3.30 소원 이해합니다~ 기분 좋다시니 저도 기분 좋아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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