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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 시선

작성자시선*|작성시간26.06.17|조회수18 목록 댓글 1

첫 직장에서 / 시선

 

첫 직장 얻고 객지에 나와

휴일도 없이 일했던 시절

먹어야 하고 살아야 했기에

그렇게 온종일 쉬지 못했나 보다

 

이른 새벽

해도 아직 안 떴는데

졸린 눈 비비 뜨고

얼음장 같은 수돗물에

기름 범벅 머리를 감고

차디찬 두 손 비벼가며

뻤뻤이 굳어버린 머리

빗질하며 드라이기로 말린다

 

어제 신었던 면양말

땀에 절어 딱딱하기만 한데

그래도 빨아놓은 게 없으니

불평할 시간도 없이

이불은 개지도 않고

허겁지겁 옷 대충 주워 입고

출근 버스 타러 빙판길 무시하고

쏜살같이 내달린다

 

승차장엔 이미

일찍 나온 직장동료들

뒤로 길게 줄 늘어섰고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동지섣달 칼바람에

다 같이 웅크린 자라 목에

몸은 부르르

 

긴 줄 사이사이로

동기생 명기 철식이 하나둘 보이는데

잠깐 스치는 눈인사와 미소로

안부를 교환할 무렵

저 멀리서 흰색 바탕 빨간 로그 선명한

통근버스 반갑게 나타난다

 

이미 전 승차장에 타고 온 직원이 많아

모두는 숨도 쉬지 못할 정도 입석 초만원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도 사치라고

타고 가는 것으로 감사할 뿐

 

출근지에 하차해서 식당에 직행하면

아침 메뉴는 돼지고기 김칫국에 반찬 몇 가지

어제 먹은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해장으로 김칫국에 밥 말아 먹는 것이 최고인 시절

코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시간은 급하고

 

탈의실 가서 후다다닥 사원복 갈아입고

근무지로 들어서면 서로서로 인사하고

체조하고 근무시작

이렇게 두 시간 일하고 십분 휴식

짧은 시간 화장실 가고 누구는 담배 피우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잠깐 쉬고

일하고 저녁 먹고

또 일하고 잔업 근무

목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고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안 아픈 데 없는데

오늘은 불량 많다고 열 시까지 고고싱

몇 명은 남아서 철야 근무까지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비명 참으며

지친 몸 퇴근 버스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는다

이렇게 모든 일과를 마치는데

잠깐 스치는 생각 하나

아무래도 내일도

빨지 못한 구멍 난 양말

다시 신어야 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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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new
    그 시절이 벌써 40년이 넘었나 본데
    첫출근부터 하루하루가 모두 다 눈에 선하기만 하여
    글로 엮어봅니다.

    남은 동기들은 이제 정년을 맞았을텐데
    제2의 인생 살 준비는 했는지......

    너무도 고생을 많이하니까 그게 싫어서
    결혼을 빨리했나 봅니다.
    그냥 방만 구하면 식도 안 올리고 사는 경우가
    참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아기생기고 백일에 돌에 다 다녀오고 나서
    결혼식 갔던 경우도 다반사였지요.

    그때 그분들 자식들 청첩장 보내와서
    얼굴보고 온적도 있는데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그정에 지금도 연락을 하고 사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이 글보다도
    더 힘든 세상을 사셨을 거라 생각을 해보면서
    모두들 이겨내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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