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 / 시선
첫 직장 얻고 객지에 나와
휴일도 없이 일했던 시절
먹어야 하고 살아야 했기에
그렇게 온종일 쉬지 못했나 보다
이른 새벽
해도 아직 안 떴는데
졸린 눈 비비 뜨고
얼음장 같은 수돗물에
기름 범벅 머리를 감고
차디찬 두 손 비벼가며
뻤뻤이 굳어버린 머리
빗질하며 드라이기로 말린다
어제 신었던 면양말
땀에 절어 딱딱하기만 한데
그래도 빨아놓은 게 없으니
불평할 시간도 없이
이불은 개지도 않고
허겁지겁 옷 대충 주워 입고
출근 버스 타러 빙판길 무시하고
쏜살같이 내달린다
승차장엔 이미
일찍 나온 직장동료들
뒤로 길게 줄 늘어섰고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동지섣달 칼바람에
다 같이 웅크린 자라 목에
몸은 부르르
긴 줄 사이사이로
동기생 명기 철식이 하나둘 보이는데
잠깐 스치는 눈인사와 미소로
안부를 교환할 무렵
저 멀리서 흰색 바탕 빨간 로그 선명한
통근버스 반갑게 나타난다
이미 전 승차장에 타고 온 직원이 많아
모두는 숨도 쉬지 못할 정도 입석 초만원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도 사치라고
타고 가는 것으로 감사할 뿐
출근지에 하차해서 식당에 직행하면
아침 메뉴는 돼지고기 김칫국에 반찬 몇 가지
어제 먹은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해장으로 김칫국에 밥 말아 먹는 것이 최고인 시절
코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입으로 들어가는지
시간은 급하고
탈의실 가서 후다다닥 사원복 갈아입고
근무지로 들어서면 서로서로 인사하고
체조하고 근무시작
이렇게 두 시간 일하고 십분 휴식
짧은 시간 화장실 가고 누구는 담배 피우고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하고 잠깐 쉬고
일하고 저녁 먹고
또 일하고 잔업 근무
목도 아프고 어깨도 뻐근하고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안 아픈 데 없는데
오늘은 불량 많다고 열 시까지 고고싱
몇 명은 남아서 철야 근무까지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비명 참으며
지친 몸 퇴근 버스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는다
이렇게 모든 일과를 마치는데
잠깐 스치는 생각 하나
아무래도 내일도
빨지 못한 구멍 난 양말
다시 신어야 할 거 같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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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7 new
그 시절이 벌써 40년이 넘었나 본데
첫출근부터 하루하루가 모두 다 눈에 선하기만 하여
글로 엮어봅니다.
남은 동기들은 이제 정년을 맞았을텐데
제2의 인생 살 준비는 했는지......
너무도 고생을 많이하니까 그게 싫어서
결혼을 빨리했나 봅니다.
그냥 방만 구하면 식도 안 올리고 사는 경우가
참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아기생기고 백일에 돌에 다 다녀오고 나서
결혼식 갔던 경우도 다반사였지요.
그때 그분들 자식들 청첩장 보내와서
얼굴보고 온적도 있는데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이 많았던 시절이었지요.
그정에 지금도 연락을 하고 사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이 이 글보다도
더 힘든 세상을 사셨을 거라 생각을 해보면서
모두들 이겨내시느라 고생하셨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행복하세요.^^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