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창작시

`해의 혀가 핥고 지난 단풍은 붉게 울어야 했다. 바닥에 잘려진 붉은 손모가지를 바람이 끌고 가는`

작성자ralffinz|작성시간17.05.07|조회수8 목록 댓글 0

 `해의 혀가 핥고 지난 단풍은 붉게 울어야 했다. 바닥에 잘려진 붉은 손모가지를 바람이 끌고 가는`



엽지葉紙에 바랜 혈흔은 해의 혀가 핥고 지난 붉은 행적이다.

행적에 쓰여 진 가을의 손모가지는 순번 없이 떨어져 바람이 물어가거나
 기압골이 센 모퉁이 지대의 부적토로 유기되었다.
그러면 지반은 천장반구에서 쏟아낸 시퍼런 눈물로 붉은 물줄기를 이뤄
 가을빛 풍작을 고하기 시작하고.
간조 때 마냥 볕의 부종이 빠진 어둠으로
 붉은 밤은 해 뒤편의 벽을 `해가 달 타듯` 담쟁이 손을 뻗쳐야만 했다.
그래서 해풍으로 쓰여 진 해조류 조염의 맛은   
바다를 풍미한 종種의 염사鹽死체 눈물로 읽는다.
그 눈물의 결정은 별을 닮아 모조리 슬프고 염습하다.
달의 개기월식이 벽보로 그려진다.

별과 별사이 성운의 벽보로 안착되기까지 물안개를 긷는 억만년 된 일출과,
그보다 오래되어 엽지흔에 설은 여명의 입김이, 내 아버지 팔뚝의 대동맥류를 타듯
 일만 일천 봉峰 삼천리를 넘실대는 것이었다.
바다는 별세계에 닿아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빛마저 되돌아 나올 수 없는 최후가 캔버스에 그려질 때마다
 눈물에게서 조염의 맛을 느껴야 한다.

요컨대 해는 불멸이 아닌 끊임없는 유해로 오는 게 아니겠는가.

별과 별사이 늘어진 캔버스 어느 여백으로 유해들은 쌓이고,
퇴적층 맨 하단으로 단풍의 부적물이 산재하였다는 구전口傳은
 이제 곧 빛의 장막너머 해벽에 새겨지리니.

나는 그 행적을 노래하고 유유히 가련다.


2014.11.18.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