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혀가 핥고 지난 단풍은 붉게 울어야 했다. 바닥에 잘려진 붉은 손모가지를 바람이 끌고 가는`
엽지葉紙에 바랜 혈흔은 해의 혀가 핥고 지난 붉은 행적이다.
행적에 쓰여 진 가을의 손모가지는 순번 없이 떨어져 바람이 물어가거나
기압골이 센 모퉁이 지대의 부적토로 유기되었다.
그러면 지반은 천장반구에서 쏟아낸 시퍼런 눈물로 붉은 물줄기를 이뤄
가을빛 풍작을 고하기 시작하고.
간조 때 마냥 볕의 부종이 빠진 어둠으로
붉은 밤은 해 뒤편의 벽을 `해가 달 타듯` 담쟁이 손을 뻗쳐야만 했다.
그래서 해풍으로 쓰여 진 해조류 조염의 맛은
바다를 풍미한 종種의 염사鹽死체 눈물로 읽는다.
그 눈물의 결정은 별을 닮아 모조리 슬프고 염습하다.
달의 개기월식이 벽보로 그려진다.
별과 별사이 성운의 벽보로 안착되기까지 물안개를 긷는 억만년 된 일출과,
그보다 오래되어 엽지흔에 설은 여명의 입김이, 내 아버지 팔뚝의 대동맥류를 타듯
일만 일천 봉峰 삼천리를 넘실대는 것이었다.
바다는 별세계에 닿아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빛마저 되돌아 나올 수 없는 최후가 캔버스에 그려질 때마다
눈물에게서 조염의 맛을 느껴야 한다.
요컨대 해는 불멸이 아닌 끊임없는 유해로 오는 게 아니겠는가.
별과 별사이 늘어진 캔버스 어느 여백으로 유해들은 쌓이고,
퇴적층 맨 하단으로 단풍의 부적물이 산재하였다는 구전口傳은
이제 곧 빛의 장막너머 해벽에 새겨지리니.
나는 그 행적을 노래하고 유유히 가련다.
20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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