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폭포효과 현상
정권용(교육학 박사/ 전)의령군농업기술센터소장 및 전국소장협의회장)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서, 플라톤의 제자이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철학이 현재의 서양 철학의 근본을 이루는 데에 크게 이바지하기도 하였지만 물리학, 형이상학, 시, 생물학, 동물학, 논리학, 수사학, 정치, 윤리학 등 다양한 주제로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느 날 거미의 발이 여섯 개라고 발표하였는데 그 이후로 2천년 동안이나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왔다.
그런데 프랑스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자로서 용불용설을 주장한 라마르크가 어느 날 거미의 발을 세워보니 6개가 아닌 8개라는 것을 알고는 이 사실을 발표하게 되었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되었다.
첫째로 기존 정보를 지금까지 굳게 믿어 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한 보호심리와 새로 부딪히는 정보에 대한 저항 심리를 갖게 되고, 둘째로는 모든 사람이 6 개로 알고 있는 사항을 혼자서만 8개로 하면 오히려 바보취급 받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잘못된 기술이나 날조된 정보도 여러 사람이 믿게 되면 덩달아 그것을 따라 믿게 된다는데 이것을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사회적 폭포효과 현상’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회적 폭포효과 현상’은 소수의 믿음과 관점이 다수의 사람들에게로 확산되는 현상으로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할수록 남들의 말을 무조건 믿는 현상이 커진다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한번 믿은 이후는 더 이상의 관련된 새로운 정보에 관심을 가지려하지 않는데 있다. 즉 한번 믿게 되면 그 정보가 실제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지, 또는 이 보다 더 나은 정보는 없는지 등의 비교나 검토를 무시한 채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이다. 그러니까 6개라고 믿었던 거미의 발이 8개라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들 사회에서도 수시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는데 남들이 좋다하면 제대로 비교 분석 없이 덩달아 하는 레밍현상의 경우와 한번 든 지식과 사고는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지식에 갇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데 인색한 경우이다. 이러다보니까 자연히 창의성이 떨어지고 배움에도 관심이 없거나 남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무슨 일에든 고집만을 갖는 경우들이 일어난다. 이런 시간과 행동들이 지속될 경우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즉 기존의 정보가 담긴 네비게이션을 계속 사용하다보면 어느새 달라진 방향에서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듯이 늘 우리는 배움과 경험을 게을리 하거나 세상이 돌아가는 현실에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들이 나를 이기고 남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자 남과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삶에 있어 맛을 더해주는 좋은 재료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