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인지..
50여년 전 의로운 젊은이들이 독재에 항거하며 산화한 4.19, 그 비슷한 날에 역시 어른들의 잘못으로 피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이 차거운 물속에서 스러져져갑니다. 인간의 본성이란 것이 잘 바뀌지 않는가 봅니다.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독재와 비민주는 많히 사라졌다지만 무책임과 무사안일에 의한 人災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으니.. 그동안 동남아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어났던 재해시 무질서나 대처미숙에 비웃었던 우리가 오히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더 가슴아픈 건 피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 수백이 희생되었다는 사실과 그 부모들은 슬픔과 고통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유가족들의 오열을 보면서 '자식은 죽어서 가슴에 묻는다' 는 말이 떠오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비록 이번 여객선 침몰로 인한 죽음과 같지는 않지만 어린 자식을 앞서 보낸 이들의 아픔을 읊은 시 몇 수 올리면서 잠시 이들의 슬픔을 함께하려 합니다(모 지자체장은 애도시 한수 올렸다가 날벼락을 맞았지만 필자야 그런 저명인사가 못되니 용서들 해주시겠지요 -_-;;)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
去年喪愛女(거년상애녀)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서럽고 서러운 광릉 땅이여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두 무덤 나란히 마주하고 있구나
蕭蕭白楊風(소소백양풍) 사시나무에 쓸쓸히 바람 일고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도깨비불 솔숲에서 어리비치네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저승길 노자돈으로 너희 혼을 부르고
玄酒存汝丘(현주존여구) 현주(玄酒*)를 무덤에 따른다.
(*玄酒 : 제사에 술 대신 따르는 냉수 )
應知弟兄魂(응지제형혼) 응당 너희 남매들 넋이야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겠지
浪吟黃坮詞(낭음황대사) 어미는 황대사(黃坮詞*)를 부질없이 부르며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구나.
(*黃坮詞 : 漢 樂部詩에 나오는 자식을 죽인 어미의 노래)
다음은 생몰연대를 알 수 없는 김상채(金尙彩)의 '죽은 아이 생일(亡兒生日)' 이란 시를 붙입니다.
去歲此辰撫爾弄(거년차진무니롱) 지난 해 오늘은 널 데리고 놀았는데
今年今日杳無形(금년금일묘무형) 올해 오늘은 아득히 자취도 없구나
中腸痛結何時已(중장통결하시이) 마음 속 맺힌 아픔 언제나 끝이 날까
垂淚每看跡在庭(수루매간적재정) 마당에 네 자취 볼 때마다 눈물 난다
허난설헌과 허균의 詩 스승이기도 한 손곡 이달(蓀谷 李達, 1539?~1612? 선조대)의 시 한수(祭塚謠),
白犬前行黃犬隨(백견전행황견수) 흰둥 개가 앞서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野田草際塚累累(야전초제총루루) 들밭 풀섶 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老翁祭罷田間道(노옹제파전간도)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 사잇길로
日暮醉歸扶小兒(일모취귀부소아) 해 저물녘 취해 손자의 부축 받고 돌아온다
그저 조용한 농촌마을의 저녁무렵 풍경을 읊은 평범한 시처럼 보이지만 좀더 깊이 음미해 보면 꽤나 심금을 울리는 내용입니다. 우선 시대적 배경으로 임진왜란이 온 나라를 휩쓸던 그 즈음,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 죽어가는데 이 시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아들도 마찬가지로 전사합니다. 그냥 무덤(墓)이라 하지 않고 이름없는 무덤을 의미하는 총(塚)으로 쓴 걸 보면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는지 다른 여러 주검들과 같이 들판 풀섶에 가묘를 만들어 놓은 거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집엔 죽은 아들이 남겨놓은 일점 혈육인 손자와 개 두마리가 전부인듯 하지요. 믿겨지지 않지만 오늘은 자식의 제삿날, 술 한잔 올리고는 자신이 취해 저물녘이 되서야 손자의 부축을 받고 돌아옵니다.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왜 이리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셨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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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류영철 작성시간 14.04.21 T.S. Eliot의 잔인한 4월은 아니지만 , 우리에게는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안겨 준 4월입니다.
부모보다 먼저 유명을 달리하는 것을 '참척'이라 하고, 예나 지금이나 그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채 피어보지도 못한 수없는 청소년이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야 한다는게 모두 우리 어른들의 잘못때문이니 한층 더
슬프고 자괴감이 듭니다. 다시는 이런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약하나마
우리 중년들도 지혜을 모아야 겠습니다. -
작성자정종선 작성시간 14.04.22 선장 출신인 본인은 부끄러워 말도 못 할......
아무리 하급 출신 선원들이라지만 직종, 직급을 떠나 인간적으로 어찌 그럴 수가???
피덩이들에게는 가만있으라하고 저희들 끼리 먼저 도망을......
박 대통령말마따나 살인죄를 수백번 적용해도 모자랄 인간들!!!ㅉ ㅉ ㅉ ㅈ ㅈ 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