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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열 컬럼, 수필

<한시산책>난세에 唐과 신라를 떠 돈 외로운 구름(孤雲)-1

작성자박영우|작성시간11.09.19|조회수205 목록 댓글 5

 

 

난세에 唐과 신라를 떠 돈 외로운 구름(孤雲)-1 

 

 

12살 유학길에 올라...

 

어려서부터 총명한 아들을 보며 최견일(崔肩逸)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지금 군산에서 지방관리를 하고 있으나 그의 신분으로는 더 이상 높은 관직에 오를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에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었다. 자신의 신분이 6두품(頭品)으로 비록 골족(骨族)인 성골과 진골 다음이지만 관직으로는 최고 6관등까지만 오를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진골의 몫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라 말에는 국정이 문란하여 뒷배를 봐주거나 매관매직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수월치 않았다. 그런데 이 시기는 해상왕 장보고 이후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하였으며 특히 중국 唐과의 왕래가 빈번하던 때이다. 더욱이 군산은 당과 가까운 항구로 많은 상인들이 드나들던 곳이 아닌가. 최견일은 이제 겨우 12살이 된 아들 치원(崔致遠, 857~?)을 홀로 상인들 배에 태워 당나라 유학길에 떠나 보낸다, 지금으로 부터 1100년도 전에...

 

 

18세에 장원급제하고..

 

당나라에 들어간 孤雲 최치원은 왕도 장안(長安;지금의 西安)에 머물면서 열공(?)한지 7년, 드디어 18세의 나이로 예부시랑(禮部侍郞) 배찬(裵瓚)이 주시(主試)한 빈공과(賓貢科)에 장원으로 급제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와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바로 관직에 오르지 못하고,  고국에서 좀더 가까운 낙양(洛陽 : 당의 동쪽 수도, 東都라 불렸음)에 머물면서 시인묵객들과 어울려 詩作에 몰두, 특히 새로운 시풍인 금체시(今體詩)에 빠진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생활은 고달픔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고국이 있는 동쪽에서 바람만 불어도 고향이 그리워지고(東風),

 

知爾新從海外來(지이신종해외래) : 봄바람 네가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걸 알고

曉窓吟坐思難裁(효창음좌사난재) : 새벽 창가에 앉아 시 읊으나 마음 잡지 못해

堪憐時復撼書幌(감련시부감서황) : 그리움을 참고 있는데 다시 서실의 휘장을 흔드니

似報故園花欲開(사보고원화욕개) : 고향 동산에 꽃이 피려함을 알리려는 게로구나

 

해변을 걸으면서도 고향을 그리며(海邊閒步),

 

潮波靜退步登沙(조파정퇴보등사) : 썰물 고요히 밀려간 모랫밭 걸어 오르니

落日山頭簇暮霞(낙일산두족모하) : 해지는 산마루에 저녁 노을 피어난다

春色不應長腦我(춘색불응장뇌아) : 봄빛은 오랫동안 날 괴롭히지는 않지만

看看卽醉故園花(간간즉취고원화) : 고향 동산에 피던 꽃 볼수록  아련하네

 

봄바다를 보면서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海邊春望),

 

鷗鷺分飛高復低(구로분비고부저) : 갈매기와 백로  날아 오르고 내리는데

遠汀幽草欲萋萋(원정유초욕처처) : 멀리 바닷가 그윽한 풀들 무성해지누나

此時千里萬重意(차시천리만중의) : 이즘 천리 고향 생각에 만가지 생각 다 일어

目極暮雲飜自迷(목극모운번자미) : 눈앞 아득히 저녁 구름에 덮히니 절로 혼미해져

 

후대 시인들이 孤雲 최고 걸작 중 하나라는 시, 가을 밤  비는 내리는데(秋夜雨中),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 바람에 애써 지은 시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   세상에 알아 주는 이 드물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 깊은 밤 삼경 비는 오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잔 앞에 마음은 만리 고향으로 

(*知音 : 춘추시대 백아(伯牙)라는 거문고의 명인과 그의 거문고 연주를 잘 이해해 준 종자기(鍾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백아가 높은 산에 오르는 장면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켜자 종자기가 그 소리를 듣고,  "정말 굉장하네. 태산이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느낌일세." 또 한번은 백아가 도도히 흐르는 강을 떠올리면서 거문고를 켜자 종자기가,  "정말 대단해. 양양한 큰 강이 눈앞에 흐르고 있는 것 같군 그래." 이처럼 종자기는 백아의 생각을 거문고 소리를 통해 척척 알아 맞혔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바위 그늘에 머물렀다. 백아는 자신의 우울한 기분을 거문고에 담았다. 한곡 한곡마다 종자기는 척척 그 기분을 알아맞혔다. 이에 백아가 거문고를 내려놓고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네. 그대의 가슴에 떠오르는 것은, 곧 내 마음 그대롤세. 그대 앞에서 거문고를 켜면 도저히 내 기분을 숨길 수가 없네." 그 후 불행히도 종자기가 병으로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는 두 번 다시 거문고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 대부분 아는 이야기지만 잊은 분을 위해 부언하였음)

 

역시 비오는 가을 밤 객지 주막에서 지은 시(郵亭夜雨),

 

旅館窮秋雨(여관궁추우)  주막집 깊은 밤 가을 비는 내리고  

寒窓靜夜燈(한창정야등)  차가운 창에 고요한 밤 등불

憐愁裏坐(자련수리좌)  시름 속에 앉았노라니 스스로 가여워

眞箇定中僧(진개정중승)  내 정녕 참선하는 중이로구나

 

 

그러나 알아주는 이 없고,

 

좋은 재주를 지녔으나 타향에서 알아 주는 이는 없으니 어찌하랴.

자신의 신세를 중국의 거친 들판에 핀 화려한 접시꽃(蜀葵花)에 비유하여 쓴 시,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적막하고 거친 밭 자락에

繁花厭柔枝(번화염유지)  탐스런 꽃 연약한 가지 위에 피어 있네

香輕梅雨歇(향경매우헐)  매화비 그쳐 꽃향기 가볍게 날리고  

影帶麥風(영대맥풍의)  보리바람 불어와 그림자 흔들리네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수레 탄 이들(고관대작) 누가 이쁘게 보아주리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벌 나비만 부질없이 엿보고 있건만

自慙生地賤(자참생지천)  비천한 땅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 부끄러워

堪恨人弁遺(감한인변유)  사람들에게 버림 받아도 참고 견디네 

 

                                                                                            접시꽃(蜀葵花)

 

높은 산마루의 바위(山頂危石)가 되고 싶었은데,

 

峻影每先迎海日(준영매선영해일) :  높은 바위 그림자 언제나 바다의 해를 먼저 맞이하고

危形長恐墜潮波(위형장공추조파) :  위태로운 형상 바다 조수에 떨어질까 항상 두려워라

縱饒蘊玉誰回顧(종요온옥수회고) :  설령 귀한 옥이 많다 한들 누가 알아볼까

擧世謀身笑卞和*(거세모신소변화) : 세상의 모사꾼들은  변화(卞和)의 옥을 비웃나니 

(*변화(卞和)의 옥 : 변화(卞和)는 중국 주대(周代) 초나라 사람으로 변읍 출신의 화씨(和氏)를 말한다. 한비자(韓非子)의 화씨편(和氏篇)에 따르면, 그는 형산에서 박옥(璞玉)을 얻어 초나라 왕에게 바쳤으나, 왕이 감정을 시켜 본 결과 보통 돌이라고 하니 화가 난 왕은 화씨의 왼쪽 다리를 잘랐다. 다음에 즉위한 무왕에게도 전과 같이 박옥을 받쳤으나 역시 돌로 감정 되어 오른쪽 다리 마저 잘렸다. 그 후 문왕이 즉위하자 화씨는 형산 아래에서 박옥을 안고 사흘 밤낮을 울다가 마침내 피눈물을 흘렸다. 이 사실을 들은 문왕이 이유를 묻자 화씨는 지신의 충의를 인정 받지 못해 슬프다고 말하길래, 왕이 전문가를 시켜 갈아 보니 찬란한 보옥(寶玉)이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스스로 돌산의 왜소한 솔나무(石上矮松)라 비하해 보기도 하고,

 

自能盤石根長固(자능반석근장고) :  스스로 반석위에 내린 뿌리 오래도록 굳건하니

豈恨凌雲*路尙(개한능운노상사) : 어찌 큰 뜻에 갈 길이 아직 멀다 한탄하리오

莫訝低顔無所愧(막아저안무소괴) :  부끄럼도 모르고 머리 숙였다 의심하지 마시라

棟樑堪入晏嬰家*(동량감입안영가) : 동량이 되어 안영의 집안에 들어가리라.

 *능운(凌雲) : 凌雲之志의 준말로 '높은 구름을 뛰어넘는 큰 뜻' 을 의미

 *안영(晏嬰) :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으로, 최고의 벼슬에 있으면서도 한벌의 옷과 누추한 집에서 살았다는 

   청빈한 선비의 표상

 

돌 위를 흐르는 맑은 물(石上流泉)이라도,

 

嗚咽張良*言未用(오열장량언미용) : 울부짖는 물 소리 장량의 말이 필요없고

潺湲孫楚*枕應寒(잔원손초침응한) : 잔잔히 흐르는 물 손초의 베개처럼 차갑다

尋思堪惜淸冷色(심사감석청냉색) :  생각하니 아까워라 저 맑고 청량한 물빛

流入滄溟便一般(유입창명편일반) :  넓은 바다로 흘러들면 다 마찬가지가 되는 걸

*장량(張良) :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책사. 호는 자방

*손초(孫楚) : 진(晉)나라 때 사람. 젊었을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을 그리워하여 속세를 버리고 산 속으로 은거하고자  왕제에게 일러 말하기를 “돌로 베게 삼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 한다”를 잘못 말하여“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게를 삼겠다(漱石枕流)”  라고 했다. 왕제가 “흐르는 물이 어찌 베개가 되고, 어떻게 돌로 양치질 할 것인가?” 라고 물으니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옛날의 은자 허유(許由)처럼 되지 못한 소리를 들었을 때 귀를 씻는다는 뜻이요,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단단하게 한다는 뜻이다.”라고 둘러댔다는 고사가 있다.

 

 

황소(黃巢)의 난에도 토벌대로 나서고.,

 

당나라도 그 명이 다해가고 있었는데 그 마지막 징후가 황소의 난이다. 고운은 이전부터 그를 도와 준 바 있는 회남절도사(淮南節度使) 고변(高騈)을 도와 황소를 토벌하는 대열에 나선다, 그의 나이 23살. 이때 지어 올린 글이 격황소서(檄黃巢書)로 대단한 명문으로 인정받았다(여기에서는 소개하지 않기로 함). 이렇게 당나라를 위해 헌신했으나 외국인이라 그런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자심했던 모양이다. 타향에서의 외로움은 당나라에 와서 사귄 벗이나 유학생들과의 우정은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벗을 강남으로 떠나 보내며(送進士吳巒歸江南),

 

自識君來幾度別(자식군래기도별) : 그대와 이별하는 게 몇 번이던가

此廻相別恨重重(차회상별한중중) : 이번의 이별은 더욱 한스러워라

干戈到處方多事(간과도처방다사) : 난리에 가는 곳 마다 일도 많은데

詩酒何時得再逢(시주하시득재봉) : 언제 다시 만나 시와 술을 나누랴

 

고향 동무와의 이별을 슬퍼하며(山陽與鄕友話別),

 

相逢暫樂楚山(상봉잠악초산춘) : 서로 만나 잠시 초산의 봄을 즐겼는데

又欲分離淚滿巾(우욕분리루만건) : 다시 헤어지려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다

莫怪臨風偏悵望(막괴림풍편창망) : 바람을 대하고 슬프게 바라봄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異鄕難遇故鄕人(이향난우고향인) : 타향에서 고향사람 만나기 참으로 어렵노라

 

봄날 저녁 벗에게 화답하여 지은 시(暮春卽事和顧雲友使) 뒷 부분,

 

好憑殘景朝朝醉(호빙잔경조조취) : 좋은 경치 핑계삼아 아침마다 취해보나

難把離心寸寸量(난파이심촌촌량) : 이별하는 마음 마디마디 헤아리기 어려워라

正是浴沂時節也(정시욕기시절야) : 바로 지금 기수에서 목욕*하는 시절이요

舊遊魂斷白雲鄕(구유혼단백운향) : 내 놀던 곳 그리워라, 흰 구름 떠 있는 고향

*기수(沂水)에서 목욕; 공자의 고향인 곡부 근처의 강으로 공자를 키워 낸 물에서 목욕한다는 의미

 

벗과의 이별은 일상이 되고,

 

殘日塞鴻高的的(잔일새홍고적적) : 해질 녘 변방의 기러기는 더 높이 날고

暮煙汀樹遠依依(모연정수원의의) : 저문 안개 속 물가의 숲은 아른아른 멀기만

此時回首情何恨(차시회수정하한) : 이때 머리 돌려 바라보니 내 마음 가이 없어

天際孤帆浪飛(천제고범솔랑비) : 하늘가 외로운 배 한척 느린 물결 따라 흘러가네

 

당나라에도 따스한 이웃은 있어(與于愼微長官),

 

上國羈捷久(상국기첩구) : 당나라에 와서 산지도 오래되었네요

多慚萬里人(다참만리인) : 멀리에서 온 사람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那期顔氏*(나기안씨항) : 안씨의 누추한 동네인들 어떻습니까만

得接孟家隣(득접맹가린) : 뜻 밖에도 맹자 같은 이웃을 얻었습니다.

 

守道唯稽古(수도유계고) : 참된 도리를 지킴에 오직 옛 글을 읽고

交情豈憚貧(교정기탄빈) : 정을 나눔에 어찌 가난을 탓하겠습니까

他鄕知己少(타향지기소) : 타향에 아는 이가 드물어

莫厭訪君頻(막염방군빈) : 당신을 자주 찾으니 싫어하진 마십시오. 

*羈捷 : 머무르다

 顔氏 : 공자의 수제자였던 노나라 안회를 말한다. 안회는 평생 가난했으나 공자를 늘 존경하고 그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따랐으며 한번도 공자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공자도 안회에 많이 의지하였고 안회 없이 공자도 없다 할 정도였는데, 실제로 안회가 죽은지 얼 안되어 공자도 돌아가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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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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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종선 | 작성시간 11.09.27 모든 것이 가물하나.......
    그 이름 " 최 치원 " 만큼은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정말 당대의 천재일세~~~그 아비 또한 대단한 인물임에는......
    아! 그 옛날.....지금 같으면 달나라에 유학 보내는 것과 진배없는.....
  • 답댓글 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9.28 정형! 소생의 졸문을 봐 주고 덧글까지 달아주니 감사하오.
    힘을 얻어 孤雲 2편을 준비중이니 이것도 예쁘게 봐 주시길..
    인생도 3막, 4막으로 가야 진국이 듯이 고운의 시도 후반부 쪽이..
  • 작성자영배 | 작성시간 11.09.30 고맙고고마워莫厭訪君頻 맑고향기롭게피어오르는그리움이외로운구름을莫厭訪君頻
  • 답댓글 작성자박영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10.01 김목사님! 가을비 오는날 어부인과 함께 찾아주었는데 아무것도 대접하지 못하고 얻어먹기만 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孤雲의 시 한줄로 내 뜻을 전합니다 : 詩酒何時得再逢(언제 다시 만나 시와 술을 나누리)
  • 작성자영배 | 작성시간 11.10.02 당신자주찾아시와술을나누더라도불콰해져손사래나치지마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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