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우리집 마당도 흙으로 돼 있다.
좁지만 나무도 있고 잔디도 있고 해마다 저절로 돋아나는 야생초가 자라나는 땅,
일년초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맨땅이 조각보처럼 나누어져 있다.
이 작은 마당이 한겨울 빼고는 매일매일 나에게 일을 시킨다.
주로 나는 땅 위를 엎드려 기어다니면서 일을 한다.
한여름에도 아마 적어도 한두 시간은 매일매일 땅을 기어다닐 것이다.
땅은 내가 심거나 씨 뿌리는 것한테만 생명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날아온 온갖 잡풀의 씨앗, 제가 품고 있던 미세한 실뿌리까지도 살려내려 든다.
아마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내 땅은 그 잡것들 세상이 될 것이다.
잔디밭에서 잔디보다 먼저 푸릇푸릇해지는 것도 그런 잡풀들이다.
내가 땅 위를 기면서 하는 노동은 제가 잉태한 것은 어떡하든지 생산하고자 하는 땅의 욕망과 내가 원하는 것만 키우고 즐기고 싶어하는 나의'욕망과의 뚜쟁이다.
이상한 일이다.
내가 땅 위를 직립했을 때 가장 친하고 기어다닐 때 가장 적대적이라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ㅡ 박완서 산문집 "호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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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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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산작약 작성시간 26.06.08 사금 대장님 감사합니다.
괜히 말씀드려 수고스럽게 했습니다.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보니 ground elder 인거 같아요.
"쐐기풀 약간, 엉겅키 대부분, 그리고 최대한 많은 메꽃과 산뱀도랏을 제거한다." 문장에서 보면 덩굴성 식물및 뿌리가 뻗어나가 다른 식물과 공존이 어려워 해를 입히는 식물을 제거 하는거 같아 유추해 보면 산미나리속 식물 인거 같습니다.(뱀도랏도 미나리속 식물에 속합니다.) 실제로 원작 에마 미첼의 나라 영국에서는 ground elder(산미나리속 식물)가 다른 식물에 해를 입혀 보는 즉시 뿌리 뽑는다고 하네요. 대장님 덕분에 오랫만에 깊은 고뇌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데이비드 작성시간 26.06.05 땅과 노동 좋죠.
하지만 서울엔 땅(흙)이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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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호 작성시간 26.06.06 밭과 같은 사유지야 주인 마음대로라 치는데 말이죠~
산에 처음 무장애 데크로드가 생겼을 때는 다같이 산길을 걸을수 있어 좋네 했으나,
그게 사방팔방이 되고, 산의 중턱 이상 까지 온갖 시설 공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데는
어느 순간부터 혐오까지를 느끼게 되더라구요. 왜 산조차 내비두지를 못하나~;
자연을 진정 사랑하는 법은 '내비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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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작약 작성시간 26.06.06 글 모두 자연을 대한 감사함이 느껴집니다.
가꾸며 행복을 얻는 방법, 관찰하며 삶의 힘을 얻는 방법, 나름의 방법대로 자연이 주는 위로와 감싸안듯 품어주는 생명력에 대한 자연의 따뜻함을 느낄수 있네요..
많이 걷기보다 많이 보기보다 가만히 명상하며 자연의 온도 습도 바람 공기 향기를 느끼며 하나되는 시간을 가져보는것도 한 방법 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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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름하 작성시간 26.06.06 두 작가님의 잡초를 마주하는 시각이 달라서 재밌네요. 이렇게 대칭되는 멋진 글을 어떻게 찾으셨는지요. 보통의 독서량으로는 쉽게 알 수 없는 공력이 느껴져 감탄합니다.
사금대장님께 많이 배우네요.~^^
저는 기어다니기보다는 기회를 주는 스타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