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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화, 아주 조금만 불편해질 용기를 가져 보자!

작성자바랑|작성시간13.06.03|조회수87 목록 댓글 0

'비전화'란 전력과 화학 물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생활을 줄여 나가자는 의미로, 발명가인 후지무 야스유키가 만들어 낸 조어다. '에너지와 화학 물질의 과도한 사용이라는 환경문제의 원점으로 돌아가서 거기서부터 상황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야말로 발명가에게 있어 진정한 모험이 아닐까'라는 것이 후지무라의 생각이다.

비전화라는 테마 아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흔들어주기만 하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전지 등이 발명되었고, 시제품도 만들어졌다. 필터 없는 정수기, 제습기, 커피 메이커 등은 이미 제품화 단계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비전화 기기를 제품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러한 물건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기 제품보다 얼마쯤은 느리고 사용이 번거로워서 '불편'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전화 제습기의 경우 어느 한도까지 흡습시킨 뒤, 그 다음에는 이불을 말리는 식으로 볕에 말려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 주면 제습 능력은 몇 번이고 회복되어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리모콘만 누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함'에 이미 길들여진 일본이나 미국의 소비자들이 이같은 다소간의 '불편'을 과연 받아들여 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아마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였다. 그러한 까닭에 그의 비전화 기기는 이른바 '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발명이었다. '남반구 나라들의 북반구 따라잡기가 이대로 계속 진행되어 전기 제품이 전 세계의 모든 가정에 보급되게 되면, 지구 환경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남반구 사람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욕구를 지금 상태로 묶어둘 수만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러한 후지무라를 설득해서 '남쪽'나라들뿐만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비전화 운동을 전개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는 후지무라의 친구로, 중남미에서 유기농 커피의 수입과 판매 사업을 해 온 나카무라 류지다. 나카무라는 후지무라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비전화 제품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선진국에서야말로 꼭 필요한 물건이다."

그는 평소 체르노빌 지원, 탈 원전, 자연 에너지 추진 등의 운동에 관여하는 가운데,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실감해 왔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전기 소비량이나 화학 물질 사용량을 줄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국내에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보급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친구를 설득했다.

나카무라의 제안은 이러했다. 일반적으로 전자 제품 등의 공업 제품은 대기업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고 여겨 왔다. 분명 자금 면에서나 제조, 판매 면에서나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는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여 유기 농업을 키워 온 것처럼 '유기 공업'을 키워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제조 자금은 공동 생산, 공동 구입 방식을 통해 조성함으로써 이제까지의 '공업 제품은 대기업'이라는 상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나카무라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후지무라가 발명한 비전화 제품의 경우, 제습기는 1천 명, 세탁기는 3천 명, 에어컨은 1만 명 정도의 구입 희망자가 있으면 적당한 가격으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비전화 제품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면 늘수록 연구 개발에 몰두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비전화 운동이 확산되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러한 기대를 담아 후지무라와 나카무라는 2003년 봄, '비전화 공방'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비전화 주택의 모델 하우스 건설을 계획 중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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