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hygall.com/438353965
교주 때문에 위대한 개츠비랑 딪 프린세스 원작까지 찾아다니면서 읽은 붕임. 영미문학을 찾아읽을수록 이상하게 그들이 말하는 맨박스가 한국에서는 '우먼'박스의 형태로 여성들에게 강요되어왔다고 생각함.
다른 문화권 일반적인 서사 구조:
평범한 소년이 남성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려면 괴물을 때려잡고/ 가난을 극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등의 고난을 극복해야 남성 주인공으로 인정. 남성은 강인하고, 울지 않으며, 지혜롭고 모험적일 것을 요구받음. 남성은 고독하고 억척스러우며 황야의 개척자거나 왕자, 또는 기사도를 지키는 명예로운 존재여야 함.
=>이것이 서구식 맨박스.
여성은 맨박스를 충실하게 차려입은 남성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이게 서구식 여혐
걸스캔두 애니띵, 여자는 꽃이 아니다, 무거운 맨박스 벗어라,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도움 => 이게 서구 페미니즘의 주된 양상이란 말임?
그런데 저 맨박스라는 것이 한국 여성들에게는 묘하게 익숙하지 않음?
한국에서는 아버지를 구원하는 건 딸인 심청이임.
다른 문화권의 남성들이 기사와 왕자에게 이입하며 맨박스를 찰 때,
한국 남성들은 아름다운 딸 심청이에게 구원받는 무능한 아버지 심봉사 이야기를 만들어 이입함.
죽은 구렁이 남편은 살살이꽃을 찾아온 용감한 여성에게 구원받고,
한심한 이시백은 지덕체와 재력을 두루 갖춘 아름다운 박씨부인에게 구원받음. 서양에서는 (솔직히 이것도 이상함. 동남아시아나 중동 국가 이야기에서조차도 여성인권은 바닥일지언정 맨박스는 남성한테 채움.)백마탄 왕자가 여성을 구원하지만 한국에서는 백마탄 공주들이 남성을 구원함.
선화공주는 할 줄 아는 것이란 명예훼손뿐인 서동을 넓은 아량으로 구원해주고, 평강공주는 마마보이 은둔형 외톨이에 바보인 온달을 가르치고, 먹이고, 심지어 시어머니도 부양해줌.
바리공주 이야기가 한남 판타지의 정수인데, 바리는 자기를 유기한 아버지도 구원하고, 본인을 강간한 동수자의 아들도 낳아주고, 어머니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결국 왕위는
그 남편과 아들들로 이어짐.
말 그대로 기사도, 가장도, 구원자도 모두 여성인데 이상하게 한국 이야기에서 결국 왕관을 쓰는건 모두 남성이었단 말임.
박씨부인전에서는 남편이 벼슬을 하고,
바리공주 이야기에서도 왕이 되는건 남편과 아들들이고,
선화공주와 평강공주도 결국 남편이 왕관을 쓰고,
근대문학에 와서도 여성들의 희생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건 남성이란 말임? 한국에서 맨박스를 누가 쓰고 있는지 명백하지 않음?
현실에서도 기집애들 질질 짜면 재수없으니까 울지 마란 말을 듣는건 언제나 딸들이었고, '장녀는 살림 밑천이라서'억척스러운 생활력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건 모두 딸들이었고, 여학생들은 공부 잘 하고 모범적이고 성실해야 하고, 여성은 도덕적이어야 하고, 여성은 딸과 아내로서 강인한 심신으로 남성을 구원해야 하고, 심지어 그 와중에 아름다워야 함. 진정한 한국여성이라면 군대도 갔다와야 하고, 최근에는 여성들에게 '남성 못지 않은 근력'도 요구함.
서구 남성들 사이에서 카우보이 서사가 유행하며 개척자 남성성이 각광받을 때 한국에서는 그걸 여성에게 요구함.
개츠비는 데이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수성가했지만 가난한 김첨지는 임신한 아내를 발로 차고, 한국문학의 무수한 찌질이들은 부잣집 외동딸인 첫사랑이 창녀로 전락하기만을 기원함.
한국 여성들은 무능한 남성을 삯바느질로 부양하는 억척스런 여성성을 요구받음.(일본에도 나데시코 여성성이 있긴 한데, 나데시코가 야생화처럼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사는 여성이라면 한국 여성들에게 요구된 여성성은 말 그대로 가정을 부양하고 출산도 해주는 노예인 동시에 남성도 구원하고 아름답기도 해야 하는 기괴한 여성성임. 최소한 오싱한테 왜안만나조 애낳고 밥해조 썅년아 하는 일남은 없었음. ) 남성 대신 밭을 갈면서 생활력과 노동력과 강인함을 요구받은 건 여성이었고, 근대화 시기에 가정의 생계와 남자 혈육의 학비를 책임지는 것도 여성이었음. 개척자 맨박스도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참. 사탕수수 농장과 시베리아 강제이주지에서 아내들이 밭을 갈며 육아할 때 도박과 매춘으로 전재산 탕진하고 아내 패는 한남들=> 너무나도 익숙한 서사 아님?
한국의 페미니즘이 남자를 배제하고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것인 듯.
남자들아 너희도 맨박스를 벗어라, 우리 모두 성평등하자고 외치기엔 남성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