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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미국 연극의 아버지가 사후 25년 후에 공개하라고 한 걸작

작성자흥미돋는글|작성시간24.02.23|조회수10,650 목록 댓글 8

출처 : https://www.fmkorea.com/6750413788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는 유진 오닐의 대표작이자

오닐의 사후에 발표되어 그에게 네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오닐이 이 작품을 1939년에 집필해서 1941년에 탈고했는데,

아내인 칼로타 몬타레이에게 자신의 사 25년 동안은 발표하지 말고

그 이후에도 절대 무대에 올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부인 칼로타의 회고에 따르면 오닐이 이 작품을 쓸 때

"들어갈 때보다 십 년은 늙은 듯한 수척한 모습으로,

때로는 울어서 눈이 빨갛게 부은 채"

작업실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오닐이 이 작품에서 쓴 부인에 대한 헌사에도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극'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닐에게 이 작품은 대체 어떤 의미였길래 그랬을까?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생활을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 연극에서 등장하는 티론 가족

어머니의 이름이 엘라가 아니라 메리이고,

두 살 때 홍역으로 죽었던 둘째 에드먼드와 셋째 유진의 이름을

맞바꿔 놓은 점을 제외하면 오닐 가족을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유진 오닐의 아버지인 제임스 오닐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으로,

가난했지만 악착같은 노력으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 인정 받는다.

그러다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주인공 역을 맡게 되는데,

엄청난 흥행과 함께 미국 전역을 돌며 6,000회 이상의 순회공연을 하게 된다.

이때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가족들에게는 한 없이 차가운 가장이었다.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가족들에게는 병적으로 인색하게 굴며 악착같이 땅을 사는 데에만 집착하였고,

부인과 자식들을 싸구려 호텔에 방치하기만 했다.

 

 

 

 

 

 

 

 




어머니인 엘라 퀸랜은 유복한 중산층 출신으로 수녀를 지망했으나,

19살의 나이로 제임스 오닐과 사랑에 빠져 수녀의 길을 버리고 그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는 호텔을 전전하는 외로운 생활에 점차 염증을 느끼던 중

친정 어머니에게 맡긴 둘째 아들 에드먼드가 홍역으로 죽자

자신을 비롯한 남편, 그리고 홍역을 옮긴 큰아들 제이미를 증오하게 된다.

그러던 중 유진 오닐을 출산하고 나서 계속되는 진통으로 인해 

진통제로 모르핀을 맞게 된 이후로 모르핀 중독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개인 사진이 없는 관계로 단체 사진으로 대체, 가운데가 제이미 오닐)

 큰아들인 제이미는 어머니의 모르핀 중독에 큰 충격을 받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는 오닐 가족의 치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쓴 이유는 자기 가족에 대한 폭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닐은 소뇌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마비 증세 때문에 글을 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와중에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만 남아 있었던 가족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오닐은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었기에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연극 속의 캐릭터로 만들어서

가족들에 대해 연민하고, 이해하고, 끝내 용서했다.

어쩌면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끝내 세상에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작품 속에 녹아있는 용서와 연민이 생략되고,

가족들의 사생활에만 사람들이 주목할까 봐 두려웠던 게 아니었을까.

 

 

 

 

 

 

 

 




유진 오닐에게는 안타깝지만 칼로타 몬트레이는 오닐의 뜻과는 다르게

오닐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후인 1956년에 이 작품을 세상에 공개했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혹시라도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게 된다면,

유진 오닐이 이 작품을 쓰면서 느꼈을 고뇌와 슬픔,

그리고 가족에 대한 연민과 용서를 생각하며 감상하는게 어떨까?

 

 


 

타인에게 말 못할 가정사를 치유하고 용서하기 위해서 예술로 승화시켰다는건 스스로 알보칠을 바르는 고통이었을텐데 대단하네...


예술가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죠.
사생활을 드러낸다는 게 쉬운 일이기 아니기 때문에 예술로 승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원치 않았던 게 아닐까 싶네요


유진 오닐은 그러고 보니 딸 우나 오닐이 자기 반대에도 불구하고 찰리 채플린과 결혼해서 의절했다고 했던가...


네 맞습니다. 딸이 자신과 한 살 차이나는 찰리 채플린과의 결혼을 고집하자 반대하다가 결국 의절했습니다.
물론 오닐의 생각과는 다르게 둘의 결혼은 엄청난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대단한 사랑을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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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아이들98 | 작성시간 24.02.24 좋다..
  • 작성자나의 바다 | 작성시간 24.04.09 한번 봐보고싶다ㅠㅠ... 죽기 전에 마음의 고통이 치유되었길..
  • 작성자피곤강쥐 | 작성시간 24.11.12 뭔가 맘아프다 ㅠㅠ 그래도 저
    작품을 쓰면서 치유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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