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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보물이 파손되지 않게 누각을 만들자(박살남)

작성자흥미돋는글|작성시간24.03.12|조회수5,922 목록 댓글 11

출처: https://www.fmkorea.com/6803412044

 

 


경기 양주시에는 선각왕사비라는 비석이 있다.

 

대한민국 보물 제387호이기도 한 이 비석,

헌데 아랫돌과 비석의 색이 다르다...?

 

 

 

 

 

 

 

 

 

 

 

 

 

선각왕사비는 1377년, 고려의 고승 나옹(진짜임)이 죽자

왕사(임금의 스승)인 그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선각은 나옹의 호)

 

절은 모두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었지만,

비석은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비석은 보기 드문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비문의 글은 고려 말의 대학자인 이색이 짓고

글씨는 조선시대 영의정까지 했던 권중화가 써

역사적 가치가 높다.

 

 

 

 

 

 

 

 



당시 비석은 보존을 위해

목재로 만든 보호각(대충 위짤처럼 생긴 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캬 지렸다 문화재 보존능력

 

 

모두가 보호각이 비석을 잘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1997년까지는 말이다...

 

 

 

 

 

 

 

 

 

 

 

 



3월 30일, 성묘를 하던 등산객이 있었는데...

 

 

 

 

 

 

 

 

 

 



다들 예상하셨듯(?) 부주의로 인해

산불이 발생하게 된다.

 

산불은 선각왕사비 주변까지 번지는데...

 

 

 

 

 

 

 

 

 

 



역시 보호각이야! 날 보호해 주러 서 있구나!

 

 

 

 

 

 

 

 

 

 

 

 



뭔 개소리야... 난 목재라니까... 도망쳐 씨빨...

 

 

 

 

 

 

 

 



하지만 비석에는 발이 달려있지 않았으므로,

보호각이 무너지고 비석 또한 불 속에서 타면서

 

선각왕사비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산산조각나게 된다.

 

 

 

 

 

 

 

 

 



으아아악!!! 우리 선각이가!!!

 

 

아이러니한 것은, 보호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비석이 불타 파손되는 결과는 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호각이 수십 년간 잘 지키던 문화재를 박살내 버렸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울지 마라... 복원해야지...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우선 잔해를 모두 수거한다.

 

잔해를 모아놓을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아

급한 대로 연구소 주변에 가건물을 설치해 놓은 채.

 

 

 

 

 

 

 

 

 

 

 



그치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화재피해를 입은 대리석 문화재를 복원해 본 경험도 없고,

애초에 불탄 석조문화재를 복원해 본 적 자체가 없는 걸?

 

 

 

 

 

 

 

 

 

그럼 외국의 사례를 참고한다!

 

 

 

 

 

 

 

 

 

 

 

 

 

 

애초에 참고할 만한 외국 사례도 거의 없다고ㅠㅠ

 

어흐흑ㅠㅠㅠ 망했어ㅠㅠㅠㅠㅠㅠ

수십년 후에 누가 '90년대_복원수준.txt'라고 글 쓰고

댓글로 조리돌림당할 거야ㅠㅠ

 

 

많은 사람들은 파손되어 버린 선각왕사비가

보물에서 지정해제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우선 양치질을 하듯이

솔과 메스로 비석의 그을음과 녹, 이물을 제거한다.

 

그리고 원본과 대조해 퍼즐 맞추듯이

모든 파편들을 짜맞춘다.

 

 

 

 

 

 

 

 

그 후 균열이 있는 부위에는 에폭시 수지를 주사하고,

덩어리가 큰 파편들은 구멍을 뚫어

티타늄 스틸로 심을 박아 연결한다.

 

그 후 완전히 떨어져나간 부분은

아예 석고와 실리콘으로 틀을 떠 붙여놓는다.

 

 

 

 

 

 



그 후 석재경화제를 뿌려 비석의 강도를 높이고,

아크릴 안료를 뿌려 본래 비의 색상과

최대한 비슷하도록 조치한다.

 

 

 

 

 

 

 

 

 

 

 

 

 



휴 시발...

 

 

일부 복원할 수 없는 글자들이 있긴 했지만,

학계에서는 3년만에 깔끔하게 끝마친 이 복원을 

국내 보존과학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린 것으로 평가한다.

 

 

 

 

 

 

 

 

 

 

 

 

 

 



으어어...

 

 

그러나 한 번 웰던이 된 만큼

보존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본래 비석은 경기도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가

현재는 불교중앙박물관에 눕힌 채로 보존되어 있고...

 

 

 

 

 

 

 

 

 

 

 

 

 

 

 

 



원래 비가 서 있던 본래 터에는

 

손상이 너무 심해 복원하지 못한 귀부(아랫돌)와

양주시가 원본과 똑같이 만들어 세운 모조비가 남아있다.

 

 

 

 

 

 

 

 

 

 

 

 

 

 

그러니까 제발 산불 좀 내지 마세요

 

 

문화재의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역시나 화재예방이라는 깨달음을 남겨주고,

 

선각왕사비는 여전히 보물이지만

누운 채 요양만을 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뭐 보호각 자체에 대한 비판이 있기는 합니다만
산불이 없었으면 적어도 문화재를 부수진 않았을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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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금금금목목목 | 작성시간 24.03.12 저기에 왜 산불이;;;
  • 작성자오타쪼는댓글쟁이 | 작성시간 24.03.12 고양이가 어케 스님? ㅎ
  • 작성자강아지 냄새 그리워 | 작성시간 24.03.12 멋있다~이글써주는 여샤 너무고맙다 ㅎ
  • 작성자한복좋아 | 작성시간 24.03.12 산불 좀 내지마 진짜ㅠ
  • 작성자배홍동 마니아 | 작성시간 24.03.12 에휴 산불 좀 내지마라 진짜... 소중한 문화재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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