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6808819260
1. 고조선의 시작
우리는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건국이 된 것으로 배웠습니다.
고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된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의외로 부실한 논증 때문입니다.
<삼국유사>는 고조선이 중국 요 임금으로부터 50년 뒤에 세워졌다고 기록했고,
<제왕운기>는 고조선이 중국 요 임금으로부터 25년 뒤에 세워졌다고 기록을 했는데,
조선 초기에 <동국통감>에서 공식적으로 <제왕운기>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송나라의 소강절이란 사람이 요 임금의 재위기를 나름대로 추산한 것을
그대로 따르다 보니 요 임금은 기원전 2358년에 건국했고,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건국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송나라 소강절의 고증은 오류가 많다고 하여 학계에서 아무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시작은 도대체 언제일까요?
이때 학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2. 가장 오래된 문헌을 찾아라.
1) 학자들이 사용한 방법은 고조선에 대한 기록이 적힌 가장 오래된 문헌을 찾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 문헌이 적힌 시기에는 고조선이 존재한 것이 분명하니까요.
가장 먼저 살펴볼 기록은 <관자>입니다.
고조선이 최초로 등장하는 기록은 <관자>라는 책입니다.
기원전 7c 제나라 관중(관포지교의 그 관중)이란 사람의 언행을 모은 책입니다.
<관자>에서 고조선이 등장한 부분을 발췌해 보겠습니다.
"발조선도 조공을 바치지 않고 있는데,
반점 모피 의류의 대가를 쳐주면 어떻겠습니까?
(중략)
한 마리의 호랑이 가죽을 그에 상당하는 금으로 쳐준다면
8000리 떨어져 있는 발조선이 조공을 바칠것입니다"
<관자>에서 고조선은 제나라의 모피 의류 교역상대로 나옵니다.
고조선이 있던 요동반도와 제나라가 있던 산둥반도는
여러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져 있어서 바닷길로 왕래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이러한 교역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고조선이 제나라와 8,000리 떨어진 국가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이 숫자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관자>에서는 다른 국가도 8,000리 떨어져있다고 표현하여
제나라와 멀리 떨어진 나라를 8,000리 떨어졌다고 표현하였을 뿐이지
실제로 8,000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기원전 7c 인물인 관중의 입에서 고조선의 존재가 언급이 되었다면
고조선이 기원전 7c에는 존재했다고 볼 법도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관자>라는 책이 관중의 생전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후대에 작성이 되었고,
더불어 <관자>에 나오는 관중의 언행들이 실제로 관중이 했던 말들인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조선이 기원전 7c에 존재했다고 확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원전 7c 고조선과 제나라가 교역했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자>가 언제 작성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현재 논의되는 견해들을 살펴보면
기원전 4c경 즈음엔 이 기록이 작성되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관자>라는 기록을 통해서
기원전 4c에는 고조선의 존재가 중국에 알려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고조선이 기원전 4c에는 중국에 알려졌기 때문에 <관자>에도 기록되었을 것이니까요.
2) 다음으로 쓸만한 기록은 <전국책>입니다.
<전국책>은 중국 전국시대에 각 국의 역사 중에서
귀감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전국책>에도 고조선에 관한 기록이 단편적으로 기록이 되어있는데요.
소진이 연나라 문후(기원전 361년~333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연의 동쪽에는 요동, 조선이 있고,
북쪽에는 임호, 누번이 있습니다"
이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연나라 문후(기원전 361년 ~ 333년)가 생존했던
기원전 4c 중반에는 고조선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고(언제 건국되었는진 몰라도),
둘째는 고조선이 연나라의 동쪽에 존재하는 국가라는 것이고,
셋째는 고조선이 연나라의 국방상황을 논할 때 언급이 될 정도로
나름대로 세력화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만일 고조선의 세력이 무시해도 좋을만큼 작았다면
굳이 국방상황을 논할 때 고조선을 언급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기원전 4c경
고조선은 결코 무시할만한 세력은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전국책>의 고조선 기록은 아주 단편적이지만
소소하게나마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3. 문헌상으로는 적어도 기원전 4세기에 고조선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학자분들은 <관자>와 <전국책>이라는 문헌을 통해서
고조선이 기원전 4세기에는 확실히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논증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4세기의 고조선은
중국 전국시대의 연나라 '동쪽'에 존재하며
연나라의 국방상황에 언급이 될 정도로 상당히 '세력화'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문헌만으로는 고조선이 언제 건국이 되었는지 도저히 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고학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화에서 고고학과 문헌의 멋진 만남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화에서 계속..
[고조선사] 3. (쉬어가기) 기자조선은 정말로 존재했을까?
[고조선사] 4. 패기가 넘치던 왕국(王國), 고조선(기원전 4세기)
[고조선사] 5. 우리 역사 최초의 전쟁 -고조선의 대몰락- (기원전 3세기 초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