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조선컴접근금지][BL] Hi, blindie. 두 눈을 잃은 소년을 만난 결핍된 소년 2

작성자Zenmdeyaa|작성시간24.09.01|조회수8,507 목록 댓글 48

출처 : 여성시대 Zenmdeyaa

움짤 끊기지 않는 방법
[ 설정 - 글읽기 설정 - 게시글 이미지 품질 - 고품질 권장 ]


프랑스 시리즈 [Demain Nous Appartient]

Jack & Rayane의 이야기

1편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5018231?svc=cafeapp

3편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5019786?svc=cafeapp

문학 과제를 위해 오디오북을 듣던 도중 잭의 핸드폰이 울린다.

 

-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 물론.

- 빌어먹을. 라얀 그 개자식이 보이스메일을 남겼어. 지울까?

- 그럴 필요는 없어. 틀어봐.

[잭,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사뭇 진중한 라얀의 목소리.
잭은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메시지를 듣는다.

 

[오늘 내가 벌인 일은 결코 재밌지 않았어.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내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졌지.

하지만 이 문제를 결정할 사람은 너라는 것 또한 알아.

그럼에도 너에게 메시지를 남인 이유는… 과제를 대신 요약해주기 위함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넌 굳이 힘들게 오디오북을 들을 필요가 없어.]

잠시 뒤, 평소와 같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잭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는 라얀.

한동안 표정이 없던 잭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 지금 웃은 거야?

 

그런 잭을 어이없이 바라보는 리지.

 

- 그저 웃겨서 웃었을 뿐이야.

- 오늘 일은 벌써 까먹었나봐?

-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니야. 그렇게 보이고 싶어할 뿐이지.

- 벌써 설득당한 거 같군.

 

한동안 말이 없어진 잭.

 

- …확실히 그는 오늘 멍청했어. 하지만….

- …….

- 라얀은 나를 동정하지 않아. 나를 남들과 특별히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지.

- 난 네가 걱정된다.

다음날, 밴드를 익숙하게 제거하는 잭.

그러나 여전히 눈동자에는 어떠한 빛도 비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라얀은 어김없이 잭을 돌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잭의 탄성이 들려온다.

 

- 제기랄.

- 괜찮은 거야?

- 별일 아니니까 먼저 교실에 가 있어.

- 널 혼자 두다간 아마 넌 벽에 부딪히고 말거야.

- 내가 처리할 수 있다고 했어!

 

다소 절박한 목소리에 라얀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러지 뭐.

그러나 화장실을 떠나지 않은 라얀.

곧 잭이 모습을 드러내고 라얀은 그가 절박한 이유를 알게된다.

- …꺼지라고 했잖아.

- 진정해, 그렇게까지 별 일이 아닌걸.

- 우스운 소리 하지 마. 난 분명 형편없어 보일 거야.

서둘러 휴지로 바지를 닦는 잭.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라얀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듯한데, 잭.

-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난 자세히 몰라. 일반적으로 난 그러니까.

- 많이 심각해?

-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없어.

- 네가 날 안심시키려 하는 말인 거 알아. 보지는 못해도 여전히 느낄 수는 있으니까.

잭이 울음을 터트리고,

라얀마저 당황하듯 그를 마주본다.

- 걱정 마. 이 정도는 큰 일이 아니야.

- …….

- 잭, 내가 여기 있잖아. 응?

- …….

-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한참뒤, 울음을 그친 잭은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매일 아침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모든 건 똑같지.

내가 일어나면, 난 제일먼저 밴드를 제거해.

그리고 내 스스로한테 말해. 아마 오늘도 지겨운 하루가 시작될 거라고.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 최근에 병원에 간 적은 있어? 그들이 뭐라하는데?

 - …늘 같은 말 뿐이야. 모두가 인내심을 요구하고, 그러다 결국엔 아무 진전도 없어. 틀림없이 나쁜 징조일거야.
- 글쎄, 확신할 필요까지는 없어.

-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아마 난 내 남은 인생을 다른 이에게 의지해야겠지.

- 말했잖아. 확신하는 건 어렵다고. 설사 그럴지라도 부정적인 기운에 널 빠트리지 마.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 그야너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 넌 포기하는 타입은 아니야.

- 마치 내가 징징거렸다는 듯 말하고 있네.

- 누구든 너같은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 그러니 특별한 건 없어.

라얀의 위로는 그 이후로도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나온 잭과 라얀. 라얀은 잭을 대신해 그의 젖은 바지를 입는다.

- 괜찮을까?

- 안심해.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가지지 않고있어.

 

그러나 누군가가 라얀을 골려주기 위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 그렇게 거만한 행세를 하더니 볼 일 하나 제대로 못 보나봐?
- 여기 있어, 잭.

- 라얀, 아무래도 너에게 볼 일 보는 법을 알려줘야겠어.

- 어디 문제 있어? 원한다면 밖에 나가서 해결해도 좋고.

- 문제없지.

- 글쎄, 과연 그럴까?

바지에 오줌 싼 듯한 네 표정을 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거든.

 그들을 둘러싼 시선을 뒤로하고 라얀은 내색없이 잭을 챙겨 그곳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과제를 이어나가는 잭과 라얀.

 

- 조금 전 일 고마워.

- 글쎄. 난 너한테 개복수술까지 해준 적 없는데.

- 너는 날 웃음거리에서 구해줬어.

- …어제 일에 대해서 난 너한테 미안해 했으니까.

- 그건 그냥 잊어버려.

- 너는 왜 스스로를 곤경함에 빠트리는 거야?

네가 실제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 그동안 네가 날 도와준 방식을 생각하면 넌 충분히 그래.

- 그건 네가 불쌍해 보여서라니까.

- 그래, 그럼 그렇지….

대화가 사그러지던 순간, 라얀은 굳은 목소리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낸다.

- 난 아빠가 살해당했을 때조차 그를 신경쓰지 않았어. 이래도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여?

- …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 말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그의 목소리.
잭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대답한다.

 

- 네가 그렇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하지만, 너도 한편으로는 너의 아버지를 신경쓰고 있는 듯해 보여. 네가 아버지 얘기를 할 때마다넌 늘 화가 나있지만 조금은 슬퍼보이기도 해.

 

그 말은 곧바로 라얀의 감정을 짓누르게 된다.
아버지를 향한 갈망적인 사랑, 그리고 강한 증오심.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폭력적이던 아버지는 결국 라얀에게 거부해야만하는 존재였다.

- 심리치료사 행세라도 하려나봐?

네가 눈이 안보인다고 해서 사람 마음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 미안해. 하지만 널 비난하려는 게 아니었어.

- 내가 왜 너한테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떠나는 라얀.

잭은 라얀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 리지, 네 남동생 어디있는지 말해줘. 오늘 아침에 안보이던데 설마 깜빡하고 집에 두고온 거야?

 

다음날, 평소처럼 리지를 대하는 라얀.

리지는 의아한 눈으로 라얀을 바라본다.

 

- 농담하는 거야?

- 아니, 진지하게 묻는 건데.

- 너 화났었잖아.

- 내가 화났다고? 그거랑 잭이 어디있는지가 무슨 상관이지?

말해봐. 잭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야?

- 병원에 갔어.

-심각한 거야?

- 아니. 그저 검사받으러 갔어.

- 많이 긴장해 보여?

- 평소와 똑같아. 티를 안 내거든.

- 잭 답네. 그럼 이만.

 

필요한 것을 얻자 라얀은 서둘러 떠난다.

한편 병원에 들린 잭.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할 수도 있냐는 잭의 집요한 물음에 의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 안녕, 불구자!

내가 손가락 몇 개 접었는지 알아맞춰봐.

 

병원을 나서던 잭과 엄마.

마침 그곳을 찾아온 라얀과 마주친다.

- 라얀, 여기는 웬일이야?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굳어있던 잭의 얼굴이 곧바로 미소짓는다.

- 글쎄. 여전히 네 얼굴이 봐줄만 한지 확인하러 왔지.

- 그래서 어떤데?

- 불행히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

- 의사가 뭐라했어?

- …여전히 기다리라고만 하지.

- 그럼 기다리지 뭐. 평소에도 넌 빠른 사람은 아니었으니 문제없을 거야.

 

라얀은 잭의 엄마에게 오늘 하루 자신이 잭과 함께할 수 있기를 부탁한다.

이윽고 둘만 남게 된 잭과 라얀.

라얀은 서둘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 그게 뭔데?

- 길고 딱딱한 거지. 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야.

- 뭐라하는 건지….

- 손 줘봐.

직접 잭의 손에 스틱을 쥐어주는 라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잭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진다.

 

- 스틱이네.

- 그래, 맞아.

- 재밌다고 생각해? 겨우 너의 계획은 내가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걸 완전히 이해시키기 위함이었어?

- 진정해. 그러니까 이건… 다른 스틱과는 달라.

특별하고 누가봐도 멋있어 보이지.

 

잭은 볼 수 없지만,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스틱에는 라얀이 직접 커스텀한 무늬가 새겨 있다.

- 너의 삶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한다면 반대로 뭐든 해보는 거야. 나아지길 기다리면서 말이지.

라얀은 잭의 보이지 않는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한다.

- 이리와. 안아줄게.

 

라얀은 언제나 그를 위로한다.

그날 라얀은 잭에게 스틱 쥐는 법부터 펼치는 방식까지 능숙하게 알려준다.

 

- 너 그러니까 정말 맹인같다.

아무튼, 앞으로 걸어가면서 좌우로 천천히 짚으면 돼.

무엇보다 네 앞에 위험한 것이 없다고 확신하는게 중요하지.

- …앞에 아무도 없는 거 맞지?

- 글쎄. 몇 명 있지만 충분히 갈 수 있어.

- 금방이라도 누군가와 부딪힐 거 같아.

- 걱정 마.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먼저 비켜설 거야.

- 잭, 너 지금 펜싱하는 거야?

- 생각만큼 잘 안돼.

 

라얀은 제 손을 겹쳐 잭의 긴장감을 덜어준다.

 

- 라얀, 누가보면 너 전문가인 줄 알겠다.

- 당연하지. 오기 전 모든 튜토리얼을 보고 왔는 걸.

어, 계속 움직여!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그리고 무엇보다 네 옆에는 내가 있어.

- …망나니가 옆에 있는데 긴장되지 않을리가 없잖아.

- 날 믿어?
그러면 무서워하지 마.

그날 잭은 라얀과 함께 새로운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며칠 뒤, 라얀은 잭의 집 앞을 찾아온다.
리지와 잭을 발결한 라얀. 그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린다.

 

- 안녕, 친구들.

- 잭, 스틱 안 가져왔어?

- 그게…. 내 가방안에 있어. 길에서 사용하기는 조금 무리여서.

- 솔직하게 말해. 직전까지 길에 부딪힐 뻔했잖아.

- …리지, 네가 조금만 덜 스트레스 줬으면 더 잘할 수 있었어.

 

둘의 대화를 듣던 라얀이 잭에게 말한다.

 

- 걱정 마. 깨질만한 건 없어보이니 네가 원하는 건 마음껏 부딪혀도 돼.

- 그냥 내 꼴이 웃긴거 같아서 그래.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날 쳐다보는 것 같고.
- 별 걱정을 다한다. 넌 어차피 못 보잖아, 안그래?

- 무엇보다 3주동안이나 눈에 밴드를 붙이고 다닌 사람이 할 말은 아닌걸.

잭은 결심한 듯 스틱을 꺼낸다.

걱정스러운 리지의 눈빛과는 달리 라얀은 그저 환한 얼굴로 잭에게 환호를 보낸다.

 

- 좋았어. 나의 친애하는 불구자!

 - 그래, 잘하고 있어. 곧 패럴림픽에 나가도 되겠는걸?

장애인들의 발달된 감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던 잭과 라얀.
잭은 생각났다는 듯 라얀에게 제안을 한다.

-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네 얼굴을 만져봐도 될까?

- 지금 말이야?

-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얼굴을 손으로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 무엇보다 너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해.

- 나쁠 거 없지.

잭은 조심스럽게 라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런 상황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는 듯 라얀은 몸을 움찔거린다.

- 이제는 좀 알겠어?

- 글쎄…. 다른 것들에 비해 코가 조금 큰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턱이 없는 것 같기도 해.

눈 사이는 왜 그렇게 먼지 모르겠어. 아니야?

- 그래, 그래.

- 장난이야. 손으로 어떻게 네 생김새를 알겠어.

- 멍청하긴.

- 그럼 넌 여전히 모르고 있겠네.

- 그래, 맞아.

석양이 지고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잭과 라얀.

 

- 집까지 같이 걸어줘서 고마워.

…걷는 연습을 도와준 것도.

- 고마워 할 필요 없어. 기껏해봐야 시험에서 낙제하는 것 뿐이겠지. 그렇게 되면 난 여전히 너의 안내견 노릇을 할 수 있을 거야.

- 집까지 같이 올라가줄까?

-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 그러지, 뭐.

 

무언가 망설이는 잭.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 라얀, 잠깐… 들렸다 갈래?

 

라얀의 표정이 난감함으로 물든다.

 

- 괜찮은 제안이긴 하지만… 오늘은 엄마와 저녁 약속이 있어.

잠시 침묵하던 잭은 평소답지 않은 말을 꺼낸다.

 

-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 거짓말 아니야.

- 라얀, 난 눈이 안 보일 뿐이지 멍청이는 아니야.

- …뭐?

- 네가 남자와 데이트가 있다는 걸 모를리가 없잖아.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 아니, 맞아. 무엇보다 네 향수냄새까지 숨길 수는 없으니까.

- 할 말 다했어?

- …….

- 그래, 네 말대로 난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갈 거야.

하지만 무슨 문제지? 내가 그래야하지 않아야 할 이유라도 있어?

- 자, 어때? 네 소원대로 방금 난 너한테 커밍아웃 했네.

행복하겠어.

- 언제라도 이렇게 되고 말았을 거야.

- 빌어먹을 저녁 잘 보내.

체념한 듯한 잭의 표정.

라얀이 떠나고 홀로 남겨진 잭은 집으로 들어간다.



<영자막 이용가능한 경로>
@Jayane_Eng https://x.com/jayane_eng?s=21

(최신 에피소드까지 업로드 / 고화질X)
@jackxrayane https://x.com/jackxrayane?s=21

@Hyakkimaisare https://x.com/hyakkimaisuru?s=21

(초기 에피소드만 업로드 / 고화질ㅇ)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악플달면 쩌리쩌려.. 다른글

현재페이지 1234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