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Zenmdeyaa
움짤 끊기지 않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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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시리즈 [Demain Nous Appartient]
中
Jack & Rayane의 이야기
1편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5018231?svc=cafeapp
3편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5019786?svc=cafeapp
문학 과제를 위해 오디오북을 듣던 도중 잭의 핸드폰이 울린다.
-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 물론.
- 빌어먹을. 라얀 그 개자식이 보이스메일을 남겼어. 지울까?
- 그럴 필요는 없어. 틀어봐.
[잭,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사뭇 진중한 라얀의 목소리.
잭은 생각에 잠긴 듯 가만히 메시지를 듣는다.
[오늘 내가 벌인 일은 결코 재밌지 않았어.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내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졌지.
하지만 이 문제를 결정할 사람은 너라는 것 또한 알아.
그럼에도 너에게 메시지를 남인 이유는… 과제를 대신 요약해주기 위함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넌 굳이 힘들게 오디오북을 들을 필요가 없어.]
잠시 뒤, 평소와 같이 장난스러운 말투로 잭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는 라얀.
한동안 표정이 없던 잭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 지금 웃은 거야?
그런 잭을 어이없이 바라보는 리지.
- 그저 웃겨서 웃었을 뿐이야.
- 오늘 일은 벌써 까먹었나봐?
- 그렇게까지 나쁜 아이는 아니야. 그렇게 보이고 싶어할 뿐이지.
- 벌써 설득당한 거 같군.
한동안 말이 없어진 잭.
- …확실히 그는 오늘 멍청했어. 하지만….
- …….
- 라얀은 나를 동정하지 않아. 나를 남들과 특별히 다른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지.
- 난 네가 걱정된다.
다음날, 밴드를 익숙하게 제거하는 잭.
그러나 여전히 눈동자에는 어떠한 빛도 비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라얀은 어김없이 잭을 돌본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잭의 탄성이 들려온다.
- 제기랄.
- 괜찮은 거야?
- 별일 아니니까 먼저 교실에 가 있어.
- 널 혼자 두다간 아마 넌 벽에 부딪히고 말거야.
- 내가 처리할 수 있다고 했어!
다소 절박한 목소리에 라얀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러지 뭐.
그러나 화장실을 떠나지 않은 라얀.
곧 잭이 모습을 드러내고 라얀은 그가 절박한 이유를 알게된다.
- …꺼지라고 했잖아.
- 진정해, 그렇게까지 별 일이 아닌걸.
- 우스운 소리 하지 마. 난 분명 형편없어 보일 거야.
서둘러 휴지로 바지를 닦는 잭.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라얀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듯한데, 잭.
-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난 자세히 몰라. 일반적으로 난 그러니까.
- …많이 심각해?
-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없어.
- 네가 날 안심시키려 하는 말인 거 알아. 보지는 못해도 여전히 느낄 수는 있으니까.
잭이 울음을 터트리고,
라얀마저 당황하듯 그를 마주본다.
- 걱정 마. 이 정도는 큰 일이 아니야.
- …….
- 잭, 내가 여기 있잖아. 응?
- …….
-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한참뒤, 울음을 그친 잭은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매일 아침이 되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모든 건 똑같지.
내가 일어나면, 난 제일먼저 밴드를 제거해.
그리고 내 스스로한테 말해. 아마 오늘도 지겨운 하루가 시작될 거라고.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 최근에 병원에 간 적은 있어? 그들이 뭐라하는데?
- …늘 같은 말 뿐이야. 모두가 인내심을 요구하고, 그러다 결국엔 아무 진전도 없어. 틀림없이 나쁜 징조일거야.
- 글쎄, 확신할 필요까지는 없어.
-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아마 난 내 남은 인생을 다른 이에게 의지해야겠지.
- 말했잖아. 확신하는 건 어렵다고. 설사 그럴지라도 부정적인 기운에 널 빠트리지 마.
-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 그야… 너를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 넌 포기하는 타입은 아니야.
- 마치 내가 징징거렸다는 듯 말하고 있네.
- 누구든 너같은 상황에 처해질 수 있어, 그러니 특별한 건 없어.
라얀의 위로는 그 이후로도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나온 잭과 라얀. 라얀은 잭을 대신해 그의 젖은 바지를 입는다.
- 괜찮을까?
- 안심해.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가지지 않고있어.
그러나 누군가가 라얀을 골려주기 위해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 그렇게 거만한 행세를 하더니 볼 일 하나 제대로 못 보나봐?
- 여기 있어, 잭.
- 라얀, 아무래도 너에게 볼 일 보는 법을 알려줘야겠어.
- 어디 문제 있어? 원한다면 밖에 나가서 해결해도 좋고.
- 문제없지.
- 글쎄, 과연 그럴까?
바지에 오줌 싼 듯한 네 표정을 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거든.
그들을 둘러싼 시선을 뒤로하고 라얀은 내색없이 잭을 챙겨 그곳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과제를 이어나가는 잭과 라얀.
- 조금 전 일 고마워.
- 글쎄. 난 너한테 개복수술까지 해준 적 없는데.
- 너는 날 웃음거리에서 구해줬어.
- …어제 일에 대해서 난 너한테 미안해 했으니까.
- 그건 그냥 잊어버려.
- 너는 왜 스스로를 곤경함에 빠트리는 거야?
네가 실제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 난 좋은 사람이 아니야.
- 그동안 네가 날 도와준 방식을 생각하면 넌 충분히 그래.
- 그건 네가 불쌍해 보여서라니까.
- 그래, 그럼 그렇지….
대화가 사그러지던 순간, 라얀은 굳은 목소리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낸다.
- 난 아빠가 살해당했을 때조차 그를 신경쓰지 않았어. 이래도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여?
- …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 말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기분이 좋지 않은 듯한 그의 목소리.
잭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대답한다.
- 네가 그렇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하지만, 너도 한편으로는 너의 아버지를 신경쓰고 있는 듯해 보여. 네가 아버지 얘기를 할 때마다… 넌 늘 화가 나있지만 조금은 슬퍼보이기도 해.
그 말은 곧바로 라얀의 감정을 짓누르게 된다.
아버지를 향한 갈망적인 사랑, 그리고 강한 증오심.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폭력적이던 아버지는 결국 라얀에게 거부해야만하는 존재였다.
- 심리치료사 행세라도 하려나봐?
네가 눈이 안보인다고 해서 사람 마음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야.
- 미안해. 하지만 널 비난하려는 게 아니었어.
- 내가 왜 너한테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떠나는 라얀.
잭은 라얀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 리지, 네 남동생 어디있는지 말해줘. 오늘 아침에 안보이던데 설마 깜빡하고 집에 두고온 거야?
다음날, 평소처럼 리지를 대하는 라얀.
리지는 의아한 눈으로 라얀을 바라본다.
- 농담하는 거야?
- 아니, 진지하게 묻는 건데.
- 너 화났었잖아.
- 내가 화났다고? 그거랑 잭이 어디있는지가 무슨 상관이지?
말해봐. 잭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야?
- 병원에 갔어.
- …심각한 거야?
- 아니. 그저 검사받으러 갔어.
- 많이 긴장해 보여?
- 평소와 똑같아. 티를 안 내거든.
- 잭 답네. 그럼 이만.
필요한 것을 얻자 라얀은 서둘러 떠난다.
한편 병원에 들린 잭.
영원히 앞을 보지 못할 수도 있냐는 잭의 집요한 물음에 의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 안녕, 불구자!
내가 손가락 몇 개 접었는지 알아맞춰봐.
병원을 나서던 잭과 엄마.
마침 그곳을 찾아온 라얀과 마주친다.
- 라얀, 여기는 웬일이야?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굳어있던 잭의 얼굴이 곧바로 미소짓는다.
- 글쎄. 여전히 네 얼굴이 봐줄만 한지 확인하러 왔지.
- 그래서 어떤데?
- 불행히도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
- 의사가 뭐라했어?
- …여전히 기다리라고만 하지.
- 그럼 기다리지 뭐. 평소에도 넌 빠른 사람은 아니었으니 문제없을 거야.
라얀은 잭의 엄마에게 오늘 하루 자신이 잭과 함께할 수 있기를 부탁한다.
이윽고 둘만 남게 된 잭과 라얀.
라얀은 서둘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 그게 뭔데?
- 길고 딱딱한 거지. 아, 네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야.
- 뭐라하는 건지….
- 손 줘봐.
직접 잭의 손에 스틱을 쥐어주는 라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잭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진다.
- 스틱이네.
- 그래, 맞아.
- 재밌다고 생각해? 겨우 너의 계획은 내가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걸 완전히 이해시키기 위함이었어?
- 진정해. 그러니까 이건… 다른 스틱과는 달라.
특별하고… 누가봐도 멋있어 보이지.
잭은 볼 수 없지만, 조금은 특별해 보이는 스틱에는 라얀이 직접 커스텀한 무늬가 새겨 있다.
- 너의 삶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한다면 반대로 뭐든 해보는 거야. 나아지길 기다리면서 말이지.
라얀은 잭의 보이지 않는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한다.
- 이리와. 안아줄게.
라얀은 언제나 그를 위로한다.
그날 라얀은 잭에게 스틱 쥐는 법부터 펼치는 방식까지 능숙하게 알려준다.
- 너 그러니까 정말 맹인같다.
아무튼, 앞으로 걸어가면서 좌우로 천천히 짚으면 돼.
무엇보다 네 앞에 위험한 것이 없다고 확신하는게 중요하지.
- …앞에 아무도 없는 거 맞지?
- 글쎄. 몇 명 있지만 충분히 갈 수 있어.
- 금방이라도 누군가와 부딪힐 거 같아.
- 걱정 마.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먼저 비켜설 거야.
- 잭, 너 지금 펜싱하는 거야?
- 생각만큼 잘 안돼.
라얀은 제 손을 겹쳐 잭의 긴장감을 덜어준다.
- 라얀, 누가보면 너 전문가인 줄 알겠다.
- 당연하지. 오기 전 모든 튜토리얼을 보고 왔는 걸.
어, 계속 움직여!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그리고 무엇보다 네 옆에는 내가 있어.
- …망나니가 옆에 있는데 긴장되지 않을리가 없잖아.
- 날 믿어?
그러면 무서워하지 마.
그날 잭은 라얀과 함께 새로운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며칠 뒤, 라얀은 잭의 집 앞을 찾아온다.
리지와 잭을 발결한 라얀. 그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린다.
- 안녕, 친구들.
- 잭, 스틱 안 가져왔어?
- 그게…. 내 가방안에 있어. 길에서 사용하기는 조금 무리여서.
- 솔직하게 말해. 직전까지 길에 부딪힐 뻔했잖아.
- …리지, 네가 조금만 덜 스트레스 줬으면 더 잘할 수 있었어.
둘의 대화를 듣던 라얀이 잭에게 말한다.
- 걱정 마. 깨질만한 건 없어보이니 네가 원하는 건 마음껏 부딪혀도 돼.
- 그냥 내 꼴이 웃긴거 같아서 그래.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날 쳐다보는 것 같고.
- 별 걱정을 다한다. 넌 어차피 못 보잖아, 안그래?
- 무엇보다 3주동안이나 눈에 밴드를 붙이고 다닌 사람이 할 말은 아닌걸.
잭은 결심한 듯 스틱을 꺼낸다.
걱정스러운 리지의 눈빛과는 달리 라얀은 그저 환한 얼굴로 잭에게 환호를 보낸다.
- 좋았어. 나의 친애하는 불구자!
- 그래, 잘하고 있어. 곧 패럴림픽에 나가도 되겠는걸?
장애인들의 발달된 감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던 잭과 라얀.
잭은 생각났다는 듯 라얀에게 제안을 한다.
-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네 얼굴을 만져봐도 될까?
- 지금 말이야?
-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얼굴을 손으로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 무엇보다 너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면 나는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해.
- 나쁠 거 없지.
잭은 조심스럽게 라얀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런 상황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는 듯 라얀은 몸을 움찔거린다.
- 이제는 좀 알겠어?
- 글쎄…. 다른 것들에 비해 코가 조금 큰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턱이 없는 것 같기도 해.
눈 사이는 왜 그렇게 먼지 모르겠어. 아니야?
- 그래, 그래.
- 장난이야. 손으로 어떻게 네 생김새를 알겠어.
- 멍청하긴.
- 그럼 넌 여전히 모르고 있겠네.
- 그래, 맞아.
석양이 지고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잭과 라얀.
- 집까지 같이 걸어줘서 고마워.
…걷는 연습을 도와준 것도.
- 고마워 할 필요 없어. 기껏해봐야 시험에서 낙제하는 것 뿐이겠지. 그렇게 되면 난 여전히 너의 안내견 노릇을 할 수 있을 거야.
- 집까지 같이 올라가줄까?
-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 그러지, 뭐.
무언가 망설이는 잭.
조심스레 말문을 연다.
- 라얀, 잠깐… 들렸다 갈래?
라얀의 표정이 난감함으로 물든다.
- 괜찮은 제안이긴 하지만… 오늘은 엄마와 저녁 약속이 있어.
잠시 침묵하던 잭은 평소답지 않은 말을 꺼낸다.
-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 거짓말 아니야.
- 라얀, 난 눈이 안 보일 뿐이지 멍청이는 아니야.
- …뭐?
- 네가 남자와 데이트가 있다는 걸 모를리가 없잖아.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 아니, 맞아. 무엇보다 네 향수냄새까지 숨길 수는 없으니까.
- 할 말 다했어?
- …….
- 그래, 네 말대로 난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갈 거야.
하지만 무슨 문제지? 내가 그래야하지 않아야 할 이유라도 있어?
- 자, 어때? 네 소원대로 방금 난 너한테 커밍아웃 했네.
행복하겠어.
- 언제라도 이렇게 되고 말았을 거야.
- 빌어먹을 저녁 잘 보내.
체념한 듯한 잭의 표정.
라얀이 떠나고 홀로 남겨진 잭은 집으로 들어간다.
<영자막 이용가능한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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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에피소드까지 업로드 / 고화질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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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에피소드만 업로드 / 고화질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