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095188975
맨 아래 3줄 요약
일단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노동생산성은 생각보다 간단한 개념임.
쉽게 말해 어떤 노동자가 단위시간당 얼마나 매출을 냈느냐가 노동생산성임.
예를 들어 주 40시간 일하는 노동자 100명이 있는 기업에서 1주일간 매출 10억원을 냈다면 1시간당 노동자 1인의 생산성은 25만원이 됨.
여기서 주의해야 할건, 때로는 기업이나 근로자 개개인의 효율과 능력보다 국가의 물가와 문화나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경우도 있음.
예를 들어 한국의 경비전문업체가 경비원 1명을 1달동안 파견해 버는 돈이 300만원인데, 미국의 경비전문업체가 경비원 1명을 1달동안 파견해 버는 돈이 1000만원이라면, 아무리 한국의 경비원이 빡세게 일하고 미국의 경비원이 설렁설렁 일해도 미국의 경비원 노동생산성이 3.3배 높게 나옴.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야 간단함. 한국에선 그 정도의 돈만 줘도 경비원 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만, 미국에선 그 정도의 돈을 줘야 경비원 하겠다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임.
이런 현상은 특히 그 나라의 물가에 연관되어 가격이 책정되는 서비스업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남. 이 말을 주의깊게 읽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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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통념과는 다르게 상당히 높음.
한국은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이미 2001년(!)에 일본을 뛰어넘었고, 2009년에는 독일까지 추월해 제조업 노동생산성으로만 보면 OECD 내에서 아일랜드(아일랜드의 제조업은 대부분 제약산업이 차지중), 미국에 이어 3위임.
상당히 놀라운 부분인데, 사실 이 자료를 보면 어느정도 당연하다고밖에 볼수 없음.
한국의 제조업이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하기 때문임. 자동화율이 높으니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하고, 당연히 1인당 생산성은 올라갈수밖에.
실제로 현기차는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 중 가장 자동화 비율이 높은 메이커로 유명한데, 현기차 생산직의 고임금의 비결에는 이런 높은 자동화 비율도 있는 것.
물론 이게 양날의 검이라서, 고용 축소 같이 근로자에게 안좋게 작용하는 점도 분명히 있음. 과거에 누군가가 타국의 제조 대기업 대비 한국의 제조 대기업은 고용인원수가 턱없이 적다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자동화 때문에 타국 대비 많은 인력을 채용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음.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적은 이유는 바로 서비스업 때문임. 기본적인 서비스 물가가 저렴하다는 뜻은 뒤집어보면 서비스업 종사자가 장시간 고강도 근무를 해도 수입이 낮다는 뜻도 되기 때문.
그런데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거의 80%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나라임. 단순하게 따지면 전체 인구의 80%가 노동시간 대비 매출이 턱없이 적은데 생산성이 제대로 올라갈수 있을리가.
물론 저 80% 중에는 서비스업이지만 고부가가치, 예를 들면 IT업계나 금융업계 등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절대다수의 서비스업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라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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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임. 바로 '그렇다면 왜 그렇게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높은데 제조 중소기업 재직자들의 처우는 좋지 못한 편인가요? 설마 저 노동생산성이 높다라는 이야기가 대기업 한정인 이야기인가요?'임.
정답임. 실제로 한국 중소 제조기업 재직자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 불과할 정도로 영 좋지 못함.
앞서서 말했듯이 노동생산성은 노동강도의 빡셈이나 노동자의 숙련성과는 차이가 없음. 단지 제조 대기업에 비해 제조 중소기업이 머릿수 대비 버는 돈이 적고 그래서 직원한테 줄수 있는 돈도 적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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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받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생산성과 비례하기 때문에, 한국은 제조 대기업 내지는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과 그 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소득격차가 자연스레 크게 벌어질수밖에 없는 것.
일단 서비스업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가처분소득이 1인당 GDP 대비 높은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경제규모 대비 저렴한 서비스 비용이 서비스업 생산성을 갉아먹는 제일 큰 이유임. 서비스비용이 저렴하다는 건 곧 서비스업 종사자의 소득이 낮아질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기 때문. 이를 해결하려면 결국 이러한 저렴한 서비스 비용을 일정부분이라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동일함. 이 역시 일종의 양날의 검이지.
제조업의 경우에는 결국 대-중소기업 격차라고 보면 되는데, 이건 이유가 조금 복잡함. 독일이나 일본은 이 정도로 격차가 안 심하지 않나요?에 대한 대답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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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빠른 성장을 위해 후방산업을 해외에 맡겨버린 대기업
제조업은 전방산업과 후방산업이 확고하게 나뉘는 경우가 많음. 최종적으로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역할을 하는게 전방산업이라면, 물건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와 설계, 부품(이게 흔히 말하는 소부장, 즉 소재/부품/장비가 됨)을 제공하는 것이 후방산업임. 보통 제조업에서는 전방산업을 대기업이 후방산업을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음.
그런데, 한국 대기업들은 빠른 성장을 위해 핵심 설계와 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전략을 택했고, 이런 전략 덕분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수 있었고, 거기에 더해 IMF 극복 후 중진국 함정 탈출에 성공할수 있었음.
하지만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전방산업의 발전이 후방산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가져오는 낙수효과가 상당히 적었음.
2. IMF 이후의 원가절감 압력
한국은 쌓여온 비효율이 IMF로 한번 크게 터진 시기가 있었는데, IMF가 터지고 그 비효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비핵심부문은 최대한 외주화하고 벤더, 즉 하청기업들에게 고강도의 원가절감압력을 넣었음.
문제는 고강도의 원가절감압력을 받게 된 하청기업들은 고임금이 필요한 숙련공이나 연구인력 등의 고용을 더 유지하기 힘들어서 내보내버릴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중소기업이 숙련공 육성이나 자체 연구를 수행하기 힘든 환경이 되었음.
대기업이야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소재/부품/장비 등을 외국에서 수입해오면 됐지만, 숙련공이나 연구원을 제대로 고용하거나 육성할 수 없게 된 중소기업들은 생산성을 키울 여력이 없었던 것.
3. 좋지 못한 관행
이러한 구조 때문에 대기업이 말로는 중소기업과 협업한다고 해놓고서 중소기업이 개발해낸 기술을 다른 벤더한테 던져주고 그 기업과 원가경쟁을 시키는 경우가 많음. 당연히 이러면 그 중소기업 입장에선 기술개발의 메리트를 크게 못 느끼고 그냥 인건비 감축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할 동인이 커질 뿐.
이를 고발하는 곳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여기도 인력이 없거니와 전관예우라는 달콤함에 위협을 받기 쉬운 구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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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너무 장황하게 쓴것 같아서 결론만 최대한 간단하게 좀 이야기하자면...
1. 한국은 제조 대기업과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종사자의 노동생산성은 매우 높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원이 근무하는 제조 중소기업과 대부분의 서비스업 종사자의 노동생산성은 상당히 낮다.
2.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소득규모 대비 저렴하기로 유명한 서비스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저임금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
3. 제조업의 경우 타국과는 다르게 전방산업을 담당하는 대기업의 막대한 이익이 후방산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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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Osmanthus fragrans 작성시간 24.06.03 진짜 3번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봄. 이거때문에 일자리가 양극화되니까 교육 경쟁도 심해지고... 난 교육 시스템 자체 문제가 아니라고 봐, 뭘 하든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할테니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해야 함.
그래서 내가 소득주도 성장을 진짜 좋은 근본적인 정책이라고 봤는데... -
작성자S레몬트리2 작성시간 24.06.03 흥미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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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엠마 샬롯 듀어 왓슨 작성시간 24.06.03 해외생활 해본 여시들은 한국 돌아왔을때 다 한번쯤 '이런 서비스를 이런 가격에 받아도 되는가'에 대한 걱정이나 충격을 겪어봤을거임 진짜 말도안되는 가격인 경우가 많아 그 낮은 가격이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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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에비츄유우 작성시간 24.06.07 힝....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