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fmkorea.com/7111188453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태국은 한국보다 부유한 나라였어
하기야 당시 한국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대통령부터 '우리도 필리핀 만큼 잘 살아봤으면!' 이라고 한탄했을 시절이었지만 말이야
한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부흥하기 시작하자
우리도 국제적인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1970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했었지만,
북한이 호시탐탐 남한을 위협하는 바람에
아시안 게임 개최를 포기한 일이 있었어
당시 태국이 한국 대신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기로 하였고
한국 선수단만 보이면
'거지 나라에서 온 것들' 이라며 야유를 퍼부었다고 해
오늘날 관점에서는 믿기지 않는 일이지
과거 온갖 설움을 겪었던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기면서
선진국에 진입한 반면
태국은 여전히 1인당 국민소득 7천 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런 점에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태국은
어째서 혁신을 이루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서 저번에 올라온 글에 간단히 적긴 했는데
누군가 '한국은 수출주도형 전략을 펼쳐서 성공한 반면,
태국은 수입대체형 전략을 펼쳐서 실패했다' 고 지적한 사람이 있었어
물론, 오늘날 입장에서 보면
수출 주도형 전략이 수입 대체형 전략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태국은 일찍부터 대외 무역이 활발한 나라였어
이미 20년전 WTO 통계를 보아도
태국의 무역의존도는 140%에 육박하는 상태라
80% 정도였던 한국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었거든
이런 '태국은 수입 대체를 해서 저렇게 되었다' 라는 편견은
태국은 한국처럼 드라마틱하게 '수출만이 살 길이다' 라며 수출입국을 선언한 적이 없던 데다가
한국의 경우 유명한 기업들이 대부분 수출 기업들인 반면,
태국의 경우 유명한 기업들이 대부분 내수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나오는 편견이 아닐까 싶어
참고로 태국의 GDP에서 전자산업의 비중은 10%가 훌쩍 넘는데다가
자동차 산업 역시 연간 2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며
그 중 절반 정도를 수출하는 상황이야
즉, 쟤네들이 단지 '수입대체 해서 발전이 없었다' 라는 건
태국이 발전 못한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는 거라는 거지
그렇다면 태국은 어째서 발전을 못했냐
이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나는 좀 과감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
태국을 이끌어 가는 지도층들이
'혁신을 일으킬 만한 동력이 없어서' 가 아니라
'혁신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라고 보거든
다들 알겠지만 태국은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어
사실 이 이유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가 완충 지대가 필요해서 그랬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긴 하지만
일단 태국은 '이게 다 위대하신 폐하의 영도력 덕분' 이라고 하면서
국가 전반에 왕실에 대한 존경을 갖도록 가르쳤어
몇 년 전 선왕이 서거했을 때 국가 전역에서 애도의 분위기가 일어날 정도였으니까
이에 대해 김일성대 출신 탈북자 주성하 기자는
'이거 우리 북한이랑 다를 바가 없고, 북한도 이렇게까진 안 할 텐데' 라고 할 정도였지
비록 요즘에도 군주제가 남아 있는 국가들은 많지만
대부분 헌법을 수호하고 상징적 존재로 남은 경우인데
태국의 군주는 절대적인 권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여기 나온 재산도 '공식적'인 재산만 따진 거고
실질적인 통제권을 가진 재산은 300억 달러 '따위' 가 아닐 거라는 게 중론이야
군주를 제외하더라도 왕족과 높으신 분들이 천룡인처럼 살고 계신데
이런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안 되거든
누군가 '필리핀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 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다만 태국의 경우 외국 자본 유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태국인이나 태국 기업이 전체 지분의 50% 이상을 가져간다는 조건 하에
합작 기업을 활발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사실 이 제도 역시 높으신 분들에게 이득이 되는 제도라 그렇거든
친구끼리도 동업하면 갈등이 생기고 원수가 되는데
외국 기업 입장에선 남의 나라에 지분 50% 이상을 넘겨줘야 한다면
체면이 있고 잃을 게 많은 높으신 분들이 그나마 '적당히 챙겨갈 것' 이기에
어지간하면 높으신 분들이나 높으신 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합작하기 마련이거든
이렇게 이런 합작 기업 제도가 높으신 분들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라
태국에는 현재 합작 기업들이 꽤 많이 있고 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우리가 베트남에 많이 투자했듯이
일본도 태국에 많이 투자한 상태야
그래서 일본쪽 제조기업 공장들이 태국에 꽤 있어서
캐논 잉크젯 프린터 같은 경우 거의 다 태국에서 제조되는 상황이거든
그래서 우리가 태국 전자업체 하면 기억나는 곳이 하나도 없음에도
전자산업이 태국 GDP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거지
자동차도 비슷해
일본 기업들이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태국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결과
태국에 완성차 메이커는 하나도 없음에도
연간 생산량이 200만대에 달하는 상황이거든
실제로 태국 자동차 시장을 보면
일본차들이 다 해먹고 있는 판이니까
포드나 쉐보레는 미국 메이커고 저기 MG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 산하 회사야
즉 태국의 높으신 분들은 이렇게 외국 자본이 돈 싸들고 들어와서
같이 합작 투자해서 떡고물 챙기는 것만 관심이 있지
교육 받은 인력들이 대거 필요한 첨단 산업 같은 건
오히려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딴 생각 하니까' 원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걸 바라는 상황이다보니
오늘날 태국 경제 구조는 단순 조립 가공 역할을 하는 외국계 기업의 생산기지거나
내수에 의존하는 내수 산업이나 농수산업, 관광업 정도가 주류인 상황이야
물론 수출 기업들이 있긴 한데 대부분 더블 에이 같은 경공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지
이러다보니 태국에서 관광업 등에서 젊은 여성들의 수요는 많은 반면
대학 나온 서민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웃픈 상황이 되었어
이 정도면 '이렇게 기형적인 경제 구조로도 나라가 돌아가?' 궁금할텐데
실제로도 태국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재료 등은 나름 저렴하지만
외국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공산품 등은 한국과 비교해도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야
사실 과거 중국이 부상하기 전인 90년대만 하더라도
태국 지도층들의 이러한 전략은 우리 입장에선 어이가 없겠지만 나름 괜찮은 전략이었어
국민들이 똑똑해지면 혁명 같은 이상한 사상이 물들테니
적당히 생산직에서 구를 정도로만 가르쳐서 일하게 만들면
국론도 분열되지 않을테니 체급빨로 동남아 맹주로 군림할 수 있었거든
실제로 냉전 시기 동안 태국은 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자랑했고
국론이 분열되는 일 없이 안정을 누리면서 중진국에 진입했었지
하지만, 태국에 투자했던 외국계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해서 진출했던 것이기에
태국 공장에서는 부품 생산이나 단순 조립 역할 밖에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수출액에 비해 태국에 남은 부가가치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어
이런 상태에서 21세기 접어들면서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국에게 따라잡힌 개도국들은 성장 동력이 사라진 상황이야
실제로 태국이 중국에게 따라잡힌 2010년대 초반 이후의
태국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인 한국과 비슷할 정도로 처참한 상황이야
태국 지도층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교육 받은 인력이 대거 필요한 산업 구조 고도화 보다는
자기에게 이득이 되는 합작 기업을 통한 단순 조립, 생산 분야에 치중한 결과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중국에게 따라잡히고 깔려버린 상황이라
이제는 태국 지도층들이 혁신을 이루어 내려고 해도
아마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야
지금 태국은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러고 있지만
높으신 분들이 대부분의 재산을 차지한 상황이라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양극화가 심한 상태이며
그 결과 태국의 출산율은 해가 다르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어
그리고 그 결과 출산율은 중진국임에도 0명대로 떨어진 상황이야
그 결과 태국의 인구 구조는 한국이랑 비슷한 상황이라
지금 당장은 생산 인구가 많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국민소득 3만 6천달러인 한국도 미래가 밝은 편이 아닌데
국민 소득 7천 달러대인 태국의 미래는 우리보다 더욱 더 힘들겠지
이러다보니 SNS의 발달에 따라
그동안에는 적당히 언론만 덮으면 국민들이 고분고분 충성했지만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데다가 높으신 분들이 천룡인처럼 사는 걸 알게 된 상황이라
태국의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지 못할 거 같아
나는 태국에 대해 악감정 가질 일도 없고
높으신 분들이 이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 와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싶거든
댓펌)
Q. 70년 아시안게임은 돈 없어서 포기한거 아닌가요?
네에 맞습니다 북한 도발 견제를 위한 국방비 지출이 크게 늘어서 도저히 아시안 게임 개최할 여력이 없었거든요
왕실과 하이쏘가 모든걸 다 차지했고 군부가 그들을 보위하는데 로쏘가 꿈틀거려봐야 사회구조를 뒤엎긴 불가능하다고 봄. 그래서 그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함
뭐랄까 '국가는 국민 생활 수준 향상과 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 입장에선 '이건 도대체 뭐지?' 하는 케이스 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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