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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타]우리가 사는 게 사막이고 내가 물 한컵이었다면 네가 나를 버렸을 것 같아?

작성자그럭저럭 행복하게|작성시간25.02.19|조회수3,323 목록 댓글 12





우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 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이제니/마지막은 왼손으로



















열등이 자주 나를 산책시켰다

목줄 하나 없이 나는 질질 끌려다녔다


이훤/타의



















사람들이 어디냐고 물으면 분홍의 내부라고 말할 거야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심장에 고인 검은 슬픔의 냄새라고 할 거야

젖은 손가락으로 어제의 귀를 어루만질 거야

너의 뺨에 파랗게 번지는 얼룩 같은 중얼거림

그것은 물의 몫이겠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을 거야

너의 귓속에서 영원히 출렁거릴 거야


이기성/물의 자장가



















아름다운 육신이여 왜 우니?

-행복해서

그만 울어 너의 눈물은 독이야

내가 마신 너의 눈물에 어린 풍경은 지옥이고

마르지 않는 지옥의 샘이고

끝없는 수수께끼의 질문 같아

영원을 믿지 않고 약속했던 날들이

사라지는 유성처럼 꼬리만 남아 있네


함성호/지옥의 눈물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황지우/뼈아픈 후회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기형도/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김승일/나의 자랑 이랑






























몸 속 깊은 상처에 환절기를 남기는 것은

손목 위로 심장을 뱉는 애인의 방식

 

최백규/시스루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질투는 나의 힘






















어떤 날은 내가 읽은 페이지마다 독이 묻어 있고

내 머리털 사이로 예쁜 독버섯이 자라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

 

강성은/외계로부터의 답신
























너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생각해 봐

우리가 사는 게 사막이고

내가 물 한 컵이었다면

네가 나를 버렸을 것 같아?

 

은희경/상속
























봄날의 여러 저녁 무렵

나는 늘 외로웠으나

스쳐가는 그 고독을 기억하지 못하고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걸어 들어가고는 하였다

내일은 아름다워서 더욱 위험하였다

방법이 없었다

라일락 꽃 향기가 밤에 더 짙어지는 이유를

모두 알았지만 아무도 말하지는 않았다

 

심재휘/봄밤
























아무도 엿보지 않는데

그렇게나 많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

 

최문자/청춘
























간지러웠지

해결할 순 없었지

나는 너보다 먼저 고요에 도착하기 때문

네가 시작될 때

나는 끝났기 때문

 

유계영/발가락들
























인생을 알 건 모르건

외로움의 죄를 대신 져준다면

이제 그가 나의 종교가 될 거야

뼛속까지 살 속까지 들어갈 걸 그랬어

내가 찾는 신이 거기 있는지

천둥이 있는지 번개가 있는지 알고 싶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문정희/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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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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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헬스등록한다진짜로 | 작성시간 25.02.19 그럭저럭 행복하게 알라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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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좆가라마이싱구 | 작성시간 25.02.20 넘좋아
  • 작성자뽀득뽀득뽀그리 | 작성시간 25.02.20 인문학의 힘이란..
  • 작성자4잎클로바 | 작성시간 25.02.20 좋다...고마워요
  • 작성자우리가족건강하게행복하게오래살기 | 작성시간 25.03.15 좋은 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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